수천 개의 글자를 한 벌의 폰트로 엮어내기까지
타입 디자인의 생생한 현장을 전하다
먼저 논고에 실린 세 편의 글은 각각 중문 글자체 개발 과정, 잡지 《꾸밈》을 통해 본 1970년대 한글 타이포그래피, 한글 글자체의 인상 등을 다룬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얻기 힘들었던 중문 글자체 개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 현대 디자인사의 맥락을 살피며, 한글 글자체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인을 탐구한다.
타입 디자인에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활동 중인 타입 디자이너 스무 명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채희준, 김태룡, 김동관, 현승재, 양장점, 윤민구 등 독립 디자이너와 강영화, 김동휘, 이새봄, 노민지, 김진희 등 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 하형원, 이윤서, 박민규, 권영찬 등 대학을 막 졸업한 디자이너와 류양희, 위사명, 이용제 등 중견 디자이너, 노은유, 이정명, 함민주 등 국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까지, 각각의 글자체 콘셉트가 결정된 배경에서부터 폰트 제작 소프트웨어 및 글자체 유통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타입 디자인 교육에서는 국내 주요 대학 10개 시각 디자인과에서 이루어지는 타입 디자인 관련 수업과 함께 학생들의 작업물을 소개한다. 대학 연합 타이포그래피 동아리 ‘한울’과의 인터뷰도 수록하여,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활동과 타입 디자인 교육에 관한 이들의 목소리에도 주목했다.
번역에서는 수학자 도널드 크누스가 제작한 폰트 개발 소프트웨어 ‘메타폰트’를 다룬 덱스터 시니스터의 글「활자에 관한 메모」를 소개한다. 이 글은 매개 변수 몇 개만을 조정해 영문 폰트 여러 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선보이며, 기존의 글자체 개발 방식과는 다른 방법론을 보여 준다.
책 후반부에는 〈타이포잔치 2017: 몸〉을 진행한 안병학 총감독과 기획자들의 좌담을 수록해 2017년 5회를 맞이한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의 성과와 목적, 방향성을 돌아본다. 뒤이은 전시 리뷰에서는 〈타이포잔치 2017: 몸〉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피며, 전시가 ‘몸’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 되짚어 본다. 또한 2017년 말에 열린 전시 〈W쇼—그래픽 디자이너 리스트〉의 리뷰를 통해, 그동안 남성 중심적 역사 접근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조명한 전시의 의의를 고찰한다.
마지막에 수록된 북 리뷰에서는 2017년 국내에 출간된 두 권의 책 『간판을 위한 나라는 없다』(오창섭, 999archive)와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사이먼 가필드, 안그라픽스)를 소개하며 타입 디자인을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