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하는 K문화, 그 아래 보이지 않는 한국 타이포그래피 읽어내기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2009년 12월부터 발간한 타이포그래피 학술지, 『글짜씨』. 30호로 돌아온 이번 『글짜씨 30』은 한국을 대표하는 K문화 이면의 타이포그래피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나날이 부흥하는 동시대 K문화에서 과연 문자는 어떤 감각과 관계를 만들어내는지 탐구하며 한국적인 양식의 제작 과정과 한국 타이포그래피 연구 및 교육 과정도 함께 조명한다. 이러한 담론들은 문화의 이면을 폭로하고자 논의된 것이 아니다. 익숙하기에 지나쳐온 한국 타이포그래피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여러 명의 시선이 기록된 것에 가깝다.
책을 여는 논고는 최고야의 「질문-관계-확장 구조를 활용한 타이포잔치 아카이브 제안」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구조로 정리되지 않은 채 기획 언어의 형태로 존재해 온 타이포잔치의 질문들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살펴보며 기록을 통해 전시를 계보화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논고에 실린 여덟 편의 글은 글자체의 구조와 비례, 매체 환경과 조판, 활자사와 전용 서체 등 타이포그래피 연구의 구체적인 자리를 조명하고 분석했다.
특집은 지난 제31회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학술대회 주제였던 「“K” 이면의 타이포그래피」에서 확장된 일곱 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한국 문화를 설명하는 단어 ‘K’. K팝, K푸드, K컬처 등 특정 단어 앞에 K를 붙이는 것조차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오늘날이다. 우리 앞에는 더 이상 낯선 표현이 아닌 ‘K’가 놓여져 있다. 채병록의 「보이는 K와 보이지 않는 문자 실천」은 한국의 문화를 설명하는 ‘K’라는 표현 뒤 우리에게 낯선 제작 과정, 매체마다 다른 시각적 조건, 지역과 세대의 차이, 문자와 이미지가 실제로 조직되는 방식을 조명한다. 양지은의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에서의 타이포그래피 전략」은 현대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과제와 전략을 살피는 동시에 산업의 방법론적 실험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고민한다.
이어지는 기고에서도 문자가 문화와 산업, 이미지와 취향, 전시와 출판, 팬덤과 대중문화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아이린의 「빛의 기호: 응원봉은 어떻게 읽히는가」는 K팝 공연 문화 자체를 대표하는 오브제, ‘응원봉’을 탐구한다. 응원봉은 상품, 도구, 소장품, 팬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 이 모든 것들이 될 수 있는 오브제다. 이 글은 응원봉에서 발하는 작은 빛에 집중하며 결국 이 하나의 물건이 어떠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상징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사라 최, 김미나의 「《RM x SFMOMA: Between You and Me》」는 10월 3일 시작하는 《RM x SFMOMA》 전시를 소개하며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의 공존에 대해 말한다. 두 언어가 공존하는 전시장에서 두 언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탐구하며 어느 한 언어를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균형을 찾는다. 크리스 하마모토, 쿵지춘의 「Design Documents at Asia-Pacific Design Week」는 크리스 하마모토와 쿵지춘의 인터뷰다. 중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 한국 타이포그래피를 이야기하며 앞으로 이어질 중국과 한국 간의 그래픽 디자인 통로를 바라본다.
마지막 포스터 프로젝트는 ‘과연 K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 이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각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반응하는 K미디어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초청한 디자이너들은 중국,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의 디자이너로, 한국 외의 창작자들이다. 크리스 하마모토는 초청한 디자이너들에게 K미디어에 대한 각자의 인상을 ‘포스터’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아홉 명의 작가가 아홉 명의 각기 다른 K미디어 종사자들의 작품을 본 후 각자 느낀 인상을 포스터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