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게르스트너(1930–2017, 스위스 바젤)는 다방면에 걸친 교육을 받고 비판적 사유를 펼친 인물로,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 분야를 혁신하며 1950년 이후 스위스 대표 디자이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는 디자이너 이상의 존재였다. 예술가로서 체계적인 색채와 형태 언어를 구축했고, 1950년대 중반에는 그래픽, 타이포그래피, 예술에 관한 책을 낸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광고 에이전시 디렉터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49년 그래픽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스위스 화학기업 시바-가이기Ciba-Geigy의 의뢰로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다. 막스 슈미트와 함께 ‘가이기 스타일’을 창안했고, 이 과정에서 마르쿠스 쿠터를 만나 1959년 게르스트너 + 쿠터 광고 에이전시를 세웠다. 파울 그레딩거가 합류하면서 1963년에는 전설적인 광고 에이전시 GGK가 탄생했다. 1970년대 GGK는 스위스에서 가장 성공적인 광고 에이전시로 자리 잡았고, 유럽 각국과 미국에 지사를 열었다. 그는 스위스에어Swissair, 부르다Burda, 랑겐샤이트Langenscheidt 등 여러 기업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고, IBM의 전 세계 총괄 아이덴티티 컨설턴트이자 디자이너로 일했다.
게르스트너는 디자이너이자 에이전시 대표로 일하면서 동시에 미술 작업도 이어갔다. “커리어 초기에 광고 제작을 핑계 삼아 어디든 예술 활동을 해나갔다. 나는 뒤렌마트Friedrich Dürrenmatt가 문학 작품을 스릴러 소설로 위장했던 것처럼 사람들을 미술관에 억지로 밀어 넣지 않는 일상의 예술을 했고, 거기에는 진실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그 어떤 작업이든 나의 잠재능력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가장 의미 없이 낭비하는 일이라 여겼던 탓이다.” 전 세계에서 출간된 수많은 디자인 관련 출판물이 카를 게르스트너의 작업을 기렸고, 그의 작품은 많은 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다.
『디자이닝 프로그램스』는 그의 지식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추종자를 만들어냈고 『문해자를 위한 개론: 글쓰기의 시스템Kompendium für Alphabeten: Systematik der Schrift』(1972) 역시 꾸준히 읽혔다. 1973년, 뉴욕 현대미술관은 게르스트너의 작업 방식과 디자인 철학을 다룬 전시 ‹Designing Programs/Programming Designs›를 통해 그의 작업에 경의를 표했다. 뉴욕 아트디렉터스클럽은 게르스트너를 ‘명예의전당’ 후보로 추천했고, 1992년에는 독일 아트디렉터스클럽이 그를 명예회원으로 추대하였다. 2006년에는 시대를 개척한 게르스트너의 디자인과 예술 작업 아카이브 일체가 스위스 국립도서관의 판화 및 드로잉 부문 소장품으로 편입되었다. 2019년, 일본 긴자그래픽갤러리(ggg)에서는 스위스 국립도서관, 취리히 디자인박물관, 카를 게르스트너 유족 등의 도움으로 ‹What’s Karl Gerstner? Thinking in Motion› 기획 전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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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게르스트너
Karl Gerstner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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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했다. 대중문화 평론가와 출판사 외서 기획자를 거쳐 지금은 독일어와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디자인 소사』 『내 안의 돼지개 길들이기』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별빛부터 이슬까지』 『과학편집광의 비밀 서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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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KAIST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품 디자인과 인터랙션 디자인의 실무 경험을 토대로 (주)대우자동차 주임 디자이너, (주)데코스인터랙티브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인터랙션제품디자인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장지성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동국대학교 인문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현재 전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간송미술관 객원 연구위원을 맡고 있다. 2009년,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 미술교과서, 수십 여 편의 전통 미술 및 교육 관련 논문, 누리 사업의 일환으로 출판된 대학 교재 『우리 그림 배우기』 『전통미술 감상』 등을 집필했다. 또한 조선 후기 전통화풍을 근간으로 한 임모와 사생을 중심으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꾸준히 진행한다. -
알렉산드라 클로보우크
독일 레겐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베를린바이센제미술대학교(Weißensee Kunsthochschule Berlin)에서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매콤한 소스와 함께하는 이스탄불 여행(Istanbul, mit scharfe Soße?)』 『포르투갈 요리(Die portugiesische Küche-A Cozinha Portuguesa)』와 부흐쿤스트 재단(Stiftung Buchkunst)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Schönsten Deutschen Bücher)’으로 선정한 『플라스틱 바다(Polymeer, eine apokalyptische Utopie)』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이슬람(Der Islam für Kinder und Erwachsene)』 등이 있다. -
박지민
국사학과를 졸업했고, 베이징에서 유학 생활 3년을 포함해 중국에서 7년, 미국에서 1년을 살았다. 중국어 번역만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사람들 만나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하고, 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며 살고 있다. 『그 산, 그 사람, 그 개』 『중국, 엄청나게 가깝지만 놀랄 만큼 낯선』 『풍경』 『그림으로 심리읽기』 등 50여 권을 번역했고, 『중국 서남부』 『중국의 자연문화유산』 등을 썼다. -
이정은
미국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축사무소 RTKL, MAD, 캘리슨(Callison)을 거치며 중국에서 진행된 다수의 대규모 복합건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 건축사무소 AUD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
후지모리 데루노부
1946년 나가노현 지노시에서 태어났다. 건축사학자, 건축가로 근대건축의 문헌 연구를 위해 1974년부터 연구실 동료 호리 다케요시(堀勇良)와 도쿄 도내의 근대건축 현장 조사를 시작했고 이후 다른 멤버들도 합류하면서 ‘도쿄건축탐정단(東京建築探偵団)’이라는 이름으로 『근대건축 가이드북: 간토 편』을 발행했다. 지은 책으로는 『메이지 시대의 도쿄 계획』 『건축탐정의 모험: 도쿄 편』 『일본의 근대 건축』 상·하 등이 있으며 한국에 소개된 책으로는 『인문학으로 읽는 건축 이야기』와 공저서 『노상관찰학 입문』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 이야기』가 있다. -
냇 매컬리
어도비 타입앤폰트 그룹에서 텍스트 레이아웃 엔지니어링팀을 이끌며 어도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 이펙트 등 여러 제품에 내장된 텍스트 엔진을 담당한다. 특히 CJK 레이아웃 기능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JLReq 태스크 포스의 한 파트인 W3C 국제화 그룹과 유니코드® CJK & 유니한 그룹에서 각각 어도비를 대표한다. -
제랄딘 보리오
스위스 공인 건축가이자 연구원이며, 홍콩대학교 건축학과 조교수이다. 독립 연구소이자 건축 사무소인 보리오 랩(Borio Lab)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홍콩에서 패럴렐 랩(Parallel Lab)을 공동 설립하고(2010-2015), 도쿄, 베이징, 홍콩의 주요 건축 회사들과 협업했다. 2007년부터 방콩, 홍콩, 서울 등 아시아 대도시에서 폭넓은 연구를 통해 도시환경의 공간적 모호성을 탐구해 왔다. 현장 관찰과 창의적인 건축 실무에 기반한 저자의 접근법은 사이 공간, 완충 지대 그리고 경계에 주목하며, 전통적인 건축적 경계를 도전적으로 탐색한다. 로테르담, 베이징, 서울, 취리히, 뉴욕의 비엔날레 및 행사와 더불어 독일 비트라박물관, 홍콩 M+ 박물관 등 권위 있는 기관에서 건축 작업과 연구가 소개된 바 있다. 스위스 EPFL에서 건축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호주 RMIT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은 책으로 『보이드를 찾아서: 아시아의 경계적 도시 공간에서 건축 … -
윤호섭
환경 운동가이자 대한민국 그린 디자이너 1호.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 교수로 디자인과 환경, 교육과 환경을 접목하는 작업을 개척해 가며 학생 및 민간 단체의 환경 운동을 지원하는 디자인 작품을 개발, 제공한다. 『윤호섭』 『녹색 캠퍼스를 꿈꾸며』 등의 책을 썼다. -
한스 루돌프 보스하르트
1929년생으로 식자 도제 과정을 이수하고 강사로 활동했다. 다양한 전문대학과 취리히디자인학교에서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치고, 취리히산업디자인실업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타이포그래픽 디자인 평생학습 과정을 계획했다. 문화계 북 디자인, 전시 카탈로그 및 포스터를 제작하고, 전시 및 설치 디자인 작업도 꾸준히 진행한다. 예술과 건축,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픽 디자인과 서체에 관해 많은 책을 썼으며, 수많은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동시에 관련 강의도 활발히 펼친다. 회화와 그래픽 디자인, 대지미술, 사진 등의 작품 활동도 쉬지 않는다. 1956년에는 취리히에 야누스 출판사(Janus-Presse)를 설립하고 오리지널 그래픽과 예술에 관한 포트폴리오와 책들을 제작했다. 국제목판사협회(Internationale Vereinigung der Holzschneider)인 자일론(Xylon) 회원이며 1967년부터 1991년까지 목판과 목판 기술을 위한 잡지 «자일론»의 편집과 … -
박수지
독립 큐레이터. 큐레토리얼 에이전시 뤄뤼(RARY)를 운영하며, 기획자 플랫폼 웨스(WESS)를 공동 운영한다. 부산의 독립문화공간 아지트 큐레이터, 미술문화비평지 『비아트』 편집팀장, 《제주비엔날레2017: 투어리즘》 코디네이터, 통의동보안여관 큐레이터, 《2024부산비엔날레: 어둠에서 보기》 협력큐레이터로 일했다. 시대에 따라 예술의 근본 속성에 관한 이해가 변화하는 양상에 관해 질문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