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글짜씨 18

LetterSeed 18

절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디자인과 구성으로 돌아온 『글짜씨』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는 글자와 타이포그래피를 연구하기 위해 2008년 창립되었다. 『글짜씨』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2009년 12월부터 발간한 국제 타이포그래피 저널이다.

2020년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2년만에 펴낸 『글짜씨 18』은 새로운 구성과 디자인으로 종이와 화면, 전시와 가전제품 등 다방면으로 확장 중인 타이포그래피 이슈와 지형을 생생하게 비춘다.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의 활동과 내용을 총정리한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10년」을 통해 『글짜씨』와 학회의 지나온 길을 세심하게 짚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진단할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준다.

편집자의 글

논고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학술지인 『글짜씨』가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이고 학술지와 잡지를 구분하는 명확한 지점이다. 이번 『글짜씨 18』에는 두 편의 논고가 실렸으며, 각각 사용자 고유의 디지털 폰트 알고리듬과 김기림 시의 구체시 시각화 실험을 다룬다. 이를 통해 디지털과 종이 매체를 망라하는 타이포그래피의 확장성을 조망해 본다.

작업에는 분야를 망라한 국내외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를 실었다. 애플 디자이너 민본이 이야기하는 애플 전용 서체「샌프란시스코」, 서양 캘리그라피 도구의 특성을 활용해 디자인한 이노을의 바이스크립트 글꼴 「아르바나」, 《2019 타이포잔치》에서 화제가 된 노은유, 함민주의 「배리어블 폰트」섹션, 그리고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주목받은 《2019 타이포잔치》온라인 일간지 『이것저것』을 소개한다.

대화는 3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전시한 개인전 《 물체주머니 》에 관해 디자이너 김영나와의 심도 있는 대담을 담았다.

기록에서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총정리했다.

이번에 의욕적으로 선보이는 수집은 어떤 이미지나 대상을 수집하여 유희적이면서도 진지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섹션이다. 이번에는 ‘뜻깊은 손글씨’라는 주제로 디자이너들이 소장한 의미 있는 손글씨를 수집하여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손글씨의 주인은 알레산드로 멘디니, 스기우라 고헤이, 공병우처럼 저명한 대가부터 외할머니, 6살 아들의 손글씨까지 다양하다.

비평에서는 1936년 스탠리 모리슨이 쓴 책 『타이포그래피 첫 원칙』(안그라픽스)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의미 있고 기억할 만한 사람을 기리는 인물에서는 2019년 요절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가 조현을 다루며, 항상 도전적인 삶을 살았던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살펴본다.

책 속에서

『글짜씨』의 이름을 짓던 때가 생각납니다. 초대 회장님과 몇 분의 임원들이 함께 인사동 한식집 바닥에 둘러앉아 “시각 문화, 글자, 씨앗, 글자의 씨, 글자 말고 글짜, 발음 그대로 짜, 짜기, 짜임새, 짜장면, 글을 짜, 누구씨? 글, 짜, 씨.” 하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 학술지가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18번째 발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고 쉬운 내용을 지향하며 출발한 『글짜씨』는 점점 몸집이 불어가더니, 국제적 언어와 감각으로 단단함과 화려함을 뽐내던 시기를 지나 사춘기 청춘답게 잠시 방황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채비하고 선보이는 18호의 인상은 여전히 푸르고 의욕에 차 있습니다.

김경선, 「발간사」, 5쪽

「아르바나」는 본문용과 제목용 그 사이의 어떤 가능성을 탐색 후 나온 결과물이다. 그래서일까, 본문용, 제목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 예시를 볼 때마다 사용자가 제작자의 어떤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첫 공식 발매된 글자체인 만큼 중간중간 고민이 많았고, 생각보다 작업 기간이 너무 길어 그 점이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개성을 불어넣고 싶은 욕심이 조금 과하게 들어간 점도 없지 않다.

이노을, 「아르바나」, 53쪽

대다수 한국인에게 한글 외 여타 문자 문화를 체득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로 한글 이외의 문자는 잘 다루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필자도 유럽에서 처음으로 이 분야를 접했을 당시, 유럽 친구들이 이미 저절로 알고 있는 라틴 알파벳 조형에 대한 감각 중 어떤 것은 실제로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어린아이처럼 그들의 문자를 처음부터 다시 익혀보면서 곧 깨달은 한 가지는, 그들 안에서도 국적과 출신에 따라 지향하는 바가 각기 달라서 이상적인 라틴 알파벳의 형태 또한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민본, 「샌프란시스코 개발기」, 61쪽

배리어블 폰트의 유연성과 확장성은 특히 한글과 같이 글자수가 많은 문자에서 더 큰힘을 발휘한다. 한글은 폰트 굵기 1개의 총 글자수가 11,172자이다. 글자가족을 확장하려면 수만 자를 제작해야 하는 큰 수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9종의 글자가족이 있다면 11,172자×9종이 되어서 총 글자 수는 10만 자가 넘게 된다.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이로써 폰트의 용량 또한 지나치게 커진다. 이는 사용자들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웹과 같은 속도가 생명인 환경에서도 걸림돌이 된다. 배리어블 폰트의 압축성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배리어블 폰트 기술을 잘 활용하면 한글 글자가족의 다양성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 폰트는 굵기 외에는 아직 글자가족의 유형이 다양하지 않다. 배리어블 폰트의 ‘축’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노은유, 함민주, 「배리어블 폰트와 한글」, 70쪽

『이것저것』을 발행하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타이포그래피와 시간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타이포그래피의 재료는 더이상 글자에 한정되지 않고 그 행위 역시 2차원의 평면을 넘어 3차원의 공간, 4차원의 시공간에서 일어난다.

윤충근, 「『이것저것』 이모저모: 《2019 타이포잔치》온라인 일간지 『이것저것』의 구성과 내용을 중심으로」, 76쪽

디렉터로서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와 작업이 마무리된 후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이다. 특히 손으로 직접 쓴 메시지를 받는 것은 드물고 신나는 일이다.

박이랑, 「뜻깊은 손글씨」, 122쪽

가만히 있다가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영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영감은 오지 않아요. 무언가를 시작해야 돼요.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할 줄 모르지만 게임 속 환경을 보며 깨달았어요. 캐릭터가 움직이는 만큼 주변이 밝아지면서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있더라고요. 앞이 깜깜하다고 무서워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어요. 그런데 조금만 움직이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죠. 영감을 찾는 방법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조현, 「조현」, 160쪽

차례

논고
조영호 | 디지털필체 구현을 위한 타이포그래픽 알고리듬
이건하 | 김기림 시의 시각화 실험: 구체시와 북 디자인 기법을 활용하여

작업
이노을 | 아르바나
민본 | 샌프란시스코 개발기
노은유, 함민주 | 배리어블 폰트와 한글
윤충근 | 『이것저것』이모저모: 《2019 타이포잔치》온라인 일간지 『이것저것』의 구성과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
김영나 | 물체주머니

기록
타이포그라피학회 편집부 |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10년의 기록

비평
김현미 | 스탠리 모리슨의 『타이포그래피 첫 원칙』과 그 배경

인물
김경선, 이지혜, 민병걸, 최성민 | 조현

수집
뜻깊은 손글씨 수집

한국타이포그라피 학회 규정
『글짜씨 18』 참여자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글자와 타이포그래피를 바탕으로 소박하며 진솔한 입장에서 깊은 생각을 나누고 이를 통해 한국의 시각문화 성장이라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2008년 9월 17일 사단법인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국내외 회원의 연구와 교류, 그리고 협력을 통해 매년 정기적으로 좌담회 및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작품을 전시하며, 학술논문집 『글짜씨』를 발간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수한 타이포그래피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