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이 뭐예요?”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된 하룻밤의 디자인 역사 여행
크리스마스카드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다다의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최초로 CI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색상환은 누가 만들었을까? 푸투라, 유니버설, 길산스, 사봉 등의 글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현재 우리가 쓰는 지하철 노선도의 형태를 가장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아르누보, 미래주의, 다다운동, 러시아구성주의, 바우하우스 등 시대별, 연대별로 그래픽 디자인의 특징을 일별하며 다게레오타입의 발명, 활자의 탄생부터 그래픽 디자인 세계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과 오언 존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윌리엄 브래들리, 오브리 비어즐리, 앙리 반 데 벨데, 페터 베렌스, 엘 리시츠키, 테오 판두스뷔르흐 등 쟁쟁한 대가들을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된 궁금증이 하나둘씩 풀린다.
그 밖에도 영화 타이틀 시퀀스를 디자인한 솔 바스, 『지옥에서의 한 철』 『위대한 개츠비』의 표지를 디자인한 앨빈 러스티그, 브래드버리 톰슨, IBM, ABC 등 기업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유명한 폴 랜드, 북 디자인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펭귄북스의 아트디렉터 제르마노 파체티, 듀란듀란, 왬 등 개성 있는 뮤지션의 음악을 독특한 이미지로 표현한 음반 재킷 디자이너 피터 새빌, 콜라주와 불규칙한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한 펑크 디자인, 잡지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와 데이비드 카슨, 내셔널지오그래픽 웹사이트 디자이너 제시카 헬펀드까지 현대로 올수록 우리의 삶과 그래픽 디자인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발견한다. 디자인계를 수놓은 일문들의 발걸음을 하나하나 좇다 보면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고 난해해 보였던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가 한눈에 보인다.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와 함께하는
스투디오트레의 총괄 디렉터
페울 반 브룬쇼트와의 워크숍
이 책을 만든 스투디오트레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웨스테르달스쿨오브커뮤니케이션의 교내 디자인 에이전시이다. ‘학교 안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경계 지을 수 없는 이 독특한 스튜디오를 이끄는 이는 페울 반 브룬쇼트로 이 스튜디오의 총괄 디렉터이자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한국을 좋아하는 그는 매년 빠지지 않고 한국을 방문한다. 2013년 방문은 4월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방문에서 그는 이 책의 출간을 기념해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등에서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워크숍으로 이 책의 부록 부분을 이용한 수업뿐 아니라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의 뒷이야기, 디자인 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 등을 이 책이 매 장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만든 이의 한마디
우리 주변 곳곳에 그래픽 디자인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래픽 디자인이 도대체 뭐지?’ 하는 질문에는 막상 제대로 대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그래픽 디자인이 쓰이는 곳이 많기 때문 아닐까. 이 책은 신문과 잡지부터 책 표지, 상품 라벨, 포장지, 각종 글꼴이나 기업체 로고, 포스터, 음반 재킷, 웹사이트, 심지어 영화 타이틀 시퀀스까지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물건들에서 그래픽 디자인이 어떻게 쓰이고 발전해왔는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퀴즈와 직접 오려 붙일 수 있는 부록을 곁들여 디자인 전공자는 물론 디자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학생부터 일반인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 속에서 시간여행을 이끄는 소년의 할아버지는 말한다.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포장 디자인이나 매일 보는 신문이나 잡지 등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우리보다 앞선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를 보는 것이란다.”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점점이 수놓은 인물들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면 그래픽 디자인의 발전사를 한눈에 꿰뚫게 된다. 짧은 만화와 퀴즈, 간략한 토막 상식을 버무렸지만,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압축적이고 깊이 있게 보여주는 것이 놀랍다. 디자인·예술 분야 전공자나 디자인에 관심 있는 중·고등학생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