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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Le Voyage d’Or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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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르코르뷔지에를 만나다!

눈에 보이는, 지각에 작용되는, 감성에 영향을 주는 모든 사물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채집한 영감의 추억록 『동방여행』. 보헤미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터키를 여행하면서 젊은 르코르뷔지에가 글로 기록한 시간의 이미지들. 이 책은 르코르뷔지에가 예술가로서, 건축가로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한 기간을 기록한 중요하고 의미심장한 자료가 될 것이다.

편집자의 글

1911년, 베를린에 있는 페터베렌스사무소에서 설계사로 일하던 르코르뷔지에는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콘스탄티노플로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두 친구는 아주 적은 여비로 5월부터 10월까지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를 두루 방랑하게 된다. 그 여정에서 르코르뷔지에는 햇빛 아래 형태들이 벌이는 찬란한 유희이자 영혼의 긴밀한 체계인 그곳의 건축을 발견한다. 드레스덴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아테네에서 폼페이로 옮겨가면서 르코르뷔지에는 여행 일기를 쓴다. 일기에 여행하며 느낀 인상을 기록하고, 많은 데생도 남긴다. 그는 데생을 하면서 사물을 보는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그는 그때 기록한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서 한 지방신문에 실었다. 얼마 뒤 그는 기록을 분류하고 다듬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 이 책은 1914년 ‘동방여행(Le Voyage d’Orien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쟁 때문에 책 출간은 난관에 부딪혔고, 원고는 르코르뷔지에의 서재에 계속 쌓여 있게 된다. 여행을 하고 54년이 흐른 뒤, 그는 마침내 젊은 시절의 망설임과 발견의 증거인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한다. 1965년 7월, 그는 다른 자료는 참고하지 않고 원고를 수정하고, 세심하게 주석을 붙인다. 그렇게 해서 태어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사실, 개인적으로 르코르뷔지에는 별로다. 우선 내 취향이 아니다. 그의 건축에서 읽혀지는 중립적인 메스감도 싫고, 물성에서 느껴지는 건조함도 그저 그렇다. 무엇보다도 그의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드러난, 세기를 초월한 유명세가 나를 지루하게 한다. 누군가는 이런 걸 ‘도끼성격’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았던 것도 유명해지면 흥미 없어지는 성격, 르코르뷔지에가 별로라고 생각되는 이유도 결국은 이것이다. 그의 건축과 사유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정의, 그 규격화된 감탄에 나만은 동참하고 싶지 않음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적어도 이 책 『르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 이 책을 읽은 후, 르코르뷔지에에 대한 나의 입장은 많이 바뀌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지루하던 관념을 호기심으로 변화시켜주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그가 흥미로워졌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그에 대한 인상적인 일면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결론적으로 이것이다. 그러고 싶어서 이처럼 느끼하게 출렁거렸음을 시인한다. 그의 감수성, 정말이지 면밀한 그의 시선, 의미 없어 보일 정도로 순수하게 발동되는 호기심, 내가 흥미 없어하는 그 전형의 건축가가 아닌,20대 초반의 샤를 에두아르 자느레가 세상을 만나는 장면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그가 이 여행 기록을 54년이나 지난 뒤에 책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느레와 르코르뷔지에를 연관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가장 끌린다. 정점에 안착한 건축가로서 이 여행기록은 노화방지용 재생크림으로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터인데도 말이다. … 르코르뷔지에는 근대를 넘어 현대 건축을 정의하는 거장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지금의 이 건조한 도시와 건축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가 구상한 ‘빛나는 도시 계획안’은 오늘의 우리가 누리는 도시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 건축가에게, 예술가에게, 심지어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여행이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이 책은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여행 방법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충고해주고 있다

「감수자 후기」에서

차례

내 형이자 음악가인 알베르 자느레에게
1911년 동방여행의 여정
몇몇 인상들
라쇼드퐁 작업실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도나우강
부쿠레슈티
투르노보
터키 땅에서
콘스탄티노플
모스크
묘지들
그녀들과 그들
카페
열려라, 참깨
두 개의 동화, 하나의 현실
스탐불의 재앙
혼란스러운 추억들, 귀환과 회환……
아토스산
파르테논신전
서유럽에서

감수자 후기
옮긴이 주
르코르뷔지에 연보

르코르뷔지에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으로,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이자 화가이다. 흔히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기계미학’이라 설명하지만 그는 단순한 기능주의적 건축가가 아니다. 건축의 합리적· 기능적 조형을 중시하여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한 주택, 공공 건축, 도시 계획을 발표했고, 집을 ‘살기 위한 기계’라고 표현했으며, 건축의 척도로 삼는 모듈을 고안해 실제 건축에 적용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 ‘국제연합본부’ ‘위니테 다비타시옹’ ‘롱샹 성당’ 등이 있으며, 저서로 『건축을 향하여』『도시 계획』 『모듈러』 등이 있다.

한명식

프랑스 리옹시립응용예술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LG화학 인테리어디자이너로 일했다. 지금은 대구한의대학교 실내건축학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건축공간을 사유 중이다.

최정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오 자히르』 『마크툽』, 기 드 모파상의 『오를라』 『기 드 모파상—비곗덩어리 외 62편』, 프랑수아즈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 『어떤 미소』 『신기한 구름』 『잃어버린 옆모습』,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 아모스 오즈의 『시골 생활 풍경』, 이 외에 『찰스 다윈—진화를 말하다』 『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우리 기억 속의 색』 『딜레마—어느 유쾌한 도덕철학 실험 보고서』 『조지 오웰』 『미술관에 가기 전에』 『역광의 여인, 비비안 마이어』 『노 시그널』 등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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