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로스의 사상과 근대건축의 정신을 가장 쉽고 분명하게 확인할 기회
“문화의 진화란 일상에서 장식을 배제해가는 과정과 같다.” 아돌프 로스의 이 외침은 현대건축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에펠탑이 산업혁명의 과실로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상징으로 등장하면서 ‘예술의 건축’과 ‘기술(기능)의 건축’은 대충돌을 일으키게 된다. 이는 ‘예술을 표방한 보수주의 건축’과 ‘기술을 표방한 진보적 건축’의 대립이었다. 이 대립은 ‘예술은 곧 장식’이라는 전통적 개념과, ‘기술이 불러온 미(美)가 곧 현대적’이라는 진보적인 개념의 충돌이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아돌프 로스(Adolf Loos)는 당시 보수적인 장식 예술의 중심지였던 빈에서 현대적인 미를 온몸으로 입증하려 했던 인물이었다. 결국, 로스는 역사적으로 승리했고, 15년 뒤 세계 건축계는 ‘장식 없이도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증거로 ‘현대건축’이라는 양식을 국제화할 수 있었다.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의 우리 건축계에 던지는 화두
아돌프 로스의 문장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시공을 초월해 지금 이 자리에 우뚝 선다. “이제 우리는 안다. 미래의 건축가는 기꺼이 고전주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모든 종류의 직업 가운데 엄격할 정도로 고전주의의 기초를 닦아야 하는 이는 바로 건축가이다. 그런데 건축가는 모던한 인간도 되어야 한다. 시대의 요청에도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대의 문화 욕구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문화의 첨단에 스스로 우뚝 서야 한다. 건축가는 평면도와 설계도로 문화 형태와 관습에 개성을 부여해야 하며, 뻔한 것을 특별한 것으로 바꾸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반드시 문화를 아래쪽이 아닌 위쪽으로 이끌 것이다.”
건축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 분야에서 읽어야 할 필독서
아돌프 로스가 수행한 장식과의 전쟁은 모방의 혐오에서 비롯된다. 이를테면 시멘트로 석조 건물을 모방한다거나, 종이인 벽지로 실크를 모방한다거나 하는 따위의 행위로는 진정한 예술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벽지가 종이임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이 외침이 100년의 유통기간을 보냈음에도 그 날짜가 아직 유효한 듯 보인다. 아주 쉽게, 우리가 방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면 인조 합판으로 원목 문양을 흉내 낸 기둥과 천장 마감, 대리석처럼 보이는 합성수지 싱크대, 온갖 시트지가 붙은 MDF 가구들을 빤하게 목격할 수 있다.
아돌프 로스는 이렇게 속삭인다. “이제 예술가의 과제는 새로운 재료를 위한 새로운 형식언어를 발견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모방일 뿐이다.” 또한, 아돌프 로스가 후배 건축가를 향해 던지는 진심어린 충고는 창작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 고스란히 적용된다. “도면보다는 현장을 중시하고, 고전을 익히며, 사람의 기억과 마음에서 보편성을 읽어내는 동시에 무엇보다 미래를 생각하라”는 그의 조언은 어떤 예술 분야에 적용해도 너무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