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계에도 이제 좀 더 솔직한 ‘자기’ 이야기가 필요하다!
키워드로 엮은 세 팀의 젊은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 아이디알, 건축공방
앞선 세대가 사회적 문제의식으로부터 건축의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요즘’ 젊은 건축가들은 ‘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풍요롭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의 2019년 수상자들이 써낸 이 책 『젊은 건축가: 질색, 불만 그리고 일상』은 그래서 작품 소개와 설명을 넘어 그들의 개인적 생활상과 생각들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더 나은 대안을 찾아 분투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개인적인 불만과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새로운 일상을 열어가려는 시도까지, 이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을 매우 진솔한 이야기와 경쾌한 문체로 엮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젊은건축가상의 도록인 이 책은 기존의 사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으로 채워졌다. 이 책의 지은이인 세 팀의 건축가는 작품 소개 중심의 일반적인 건축책의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대신 다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펼치며 그들의 고민과 주장,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은 세 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힘을 갖는다. 엘리트 의식을 배제하고 주어진 여건 속에서 놀듯이 일하는 푸하하하프렌즈(FHHH friends),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 맞서 분투한 상흔들을 간직한 아이디알(IDR), 독보적으로 넓고 다양한 분야를 거침없이 오가는 건축공방(ArchiWorkshop). 다섯 개의 에세이로 이뤄진 각 건축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그들 바로 옆에 앉아 불만 어린 생활과 일상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래서 푸하하하프렌즈를 위한 정지돈의 비평은 어깨를 나란히 한 친구의 관찰 같고, 아이디알을 위한 김재관의 비평은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선배의 조언 같다. 건축공방을 위한 조남호의 비평은 부단히 노력해온 이들을 위한 격려로 가득하다. 자, 이제부터 책을 펼치고 이들이 질색하고 불만스러운 일은 과연 무엇인지, 그럼에도 더 나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