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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찰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옛 절 기행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김봉렬 교수의 미문과 불교 사진의 대가 관조 스님의 미려한 사진이 어우러진 우리 옛 절 답사기. 아름다운 건축적 장면들에 숨어 있는 지형적, 교리적, 일상적 의미를 되돌아보며 우리 가람의 참다운 가치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글쓴이 김봉렬 교수는 ‘불꽃 같은 애정’을 가지고 우리 사찰 건축을 바라보되 건축학자로서의 엄밀함을 잃지 않았다. 또한 불자로서 마음공부에 매달리고자 아끼던 사진장비를 모두 처분했던 사진가 관조 스님은 김봉렬 교수의 원고를 읽고 카메라를 다시 장만하여 옛 절을 지은 스님들의 의도를 읽어 가는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우리 사찰 건축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담백한 글과, 자연과 건축이 조화된 사찰의 참다운 멋을 온전하게 담아낸 사진의 미학이 성공적으로 결합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행안내서는 아니지만 사실은 우리가 옛 절을 찾아 그곳에서 보고 느끼기를 원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안내하는 책이기도 하다. 두 저자와 함께 옛 절을 거닐며 정신적·지적 충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의 글

“우리 땅에 이런 건축이 있었구나”

우리 사찰 건축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배어 있는 정신의 발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김봉렬 교수의 미문과 불교 사진의 대가 관조 스님의 미려한 사진이 어우러진 우리 옛 절 답사기. 2002년 첫 출간되어 10년 가까이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사찰 기행이 다시 독자들 곁을 찾아왔다. 이 책은 사찰에 찾아가는 길을 일러주는 여행안내서도, 불교 건축 역사책도 아니다. 아름다운 건축적 장면들에 숨어 있는 지형적, 교리적, 일상적 의미를 되돌아보며 우리 가람의 참다운 가치를 재조명하는 책이다. 실용적 정보를 담은 여행서는 아니지만 직접 발을 옮겨 떠나기 전, 혹은 호기 있게 떠난 여정에서 숲속의 공기와 산사의 고요를 온전히 맛보고, 건축과 역사와 옛사람의 지혜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동행이 된다.

템플스테이가 대중화되면서 사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사찰을 다룬 안내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우리 사찰 건축의 역사와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 배어 있는 정신을 제대로 발견하고 전달할 수 있는 책은 드물다. 옛 절을 방문하여 느꼈던, 무어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좋았던 그 느낌의 정체를 알고 싶다면 이 책에서 우리 옛 절이 품고 있는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건축학자의 글과 스님 사진가의 사진을 벗 삼아 떠나는 옛 절 기행

이 책은 무조건 우리 것이 좋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글쓴이 김봉렬 교수는 “불꽃 같은 애정”을 가지고 우리 사찰 건축을 바라보되 건축학자로서의 엄밀함을 잃지 않았다. 또한 불자로서 마음공부에 매달리고자 아끼던 사진장비를 모두 처분했던 사진가 관조 스님은 김봉렬 교수의 원고를 읽고 카메라를 다시 장만하여 옛 절을 지은 스님들의 의도를 읽어 가는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우리 사찰 건축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담백한 글과, 자연과 건축이 조화된 사찰의 참다운 멋을 온전하게 담아낸 사진의 미학이 성공적으로 결합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여행안내서는 아니지만 사실은 우리가 옛 절을 찾아 그곳에서 보고 느끼기를 원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안내하는 책이기도 하다. 두 저자와 함께 옛 절을 거닐며 정신적·지적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범어사에서 수행하다 2006년 입적한 관조 스님이 남긴 우리 사찰들의 아름다운 사진은 세월이 흐를수록 그 가치를 더하고 있으며, 글쓴이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관조 스님의 사진을 담은 두 번째 옛 절 답사기를 준비하고 있다.

책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길은 그다지 길지도 않고 똑바르지도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3단에 놓여진 세 토막의 길들은 약간씩 어긋나며 휘어져 있다. 그러나 그 분절의 효과 때문에 전체적으로 곧아 보인다. 또한 양켠의 낮은 담장은 길의 시각적 길이를 효과적으로 확장한다. 짧지만 길고, 굽었으되 곧아 보인다. 한국적 미학의 극치다.

「범어사: 짧지만 길고 굽었으되 곧은 길」, 21쪽

해인사 앞산에 올라보면 험준한 가야산 자락의 밝고 고요한 터에 해인사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가야산의 울창한 수풀은 풍랑이 이는 바다와 같고 해인사는 그 바다 가운데에 피어난 한 송이 연꽃과도 같다. 화엄의 세계, 연화장 세계가 바로 이를 말함이 아닌가. 그만큼 해인사의 건축은 불리한 자연 지형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이 점이 해인사의 가장 뛰어난 건축적 가치다. 다시 말해 해인사를 해인사답게 만든 것은 땅의 형상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지혜였다. 일주문까지의 길다란 진입로와, 일주문-봉황문-해탈문-구광루 등 여러 단계의 입구들을 지나면서 만나는 의외의 장면들은 모두 특별한 방법으로 땅을 이용하면서 생겨난 모습들이다.

「해인사: 깨달음과 미망의 경계에 세운 공간 예술」, 35–36쪽

십여 개의 석단의 정점에는 안양루와 무량수전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의 장엄한 소나타와 같이 율동적인 오름의 정점에 위치한 두 건물의 아름다움도 대단하지만, 일단 안양루에 오르든지 무량수전의 기둥에 기대서 지나온 행로를 돌아봐야 한다. 이 장면이 바로 무량수전을 이 자리에 앉힌 궁극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는 눈 앞에는 구름 아래로 첩첩한 산들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곡선들을 겹쳐 가며 대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어쩌면 이처럼 장대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대할 수 있을까? 이 거대한 자연의 풍경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처럼 수많은 석단을 쌓아가며 이 위치까지 올라오게 만든 것은 바로 이 대자연의 선물을 품에 안기 위함일 것이다.

「부석사: 땅의 리듬에 맞춰오르는 계단식 석단」, 46쪽

불교 건축은 인력과 기술, 자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건축은 그 자체가 신심의 상징이어야 한다. 홍련암은 작은 규모에 불과하지만, 이 건물이 담고 있는 신심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단지 시주가 많이 들어온다는 이유만으로,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크고 넓게만 확장하고 있는 현대의 불사는 부끄럽기만 하다. 부처님은 법당의 크기를 어여삐 여기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거기에 담긴 신심과 치열한 구도의 정신을 볼 뿐이다. 바다 위 험지에 선 작은 홍련암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교훈이다.

「낙산사 홍련암: 동해 바다에 떠 있는 구도의 법당」, 52쪽

차례

지형과 교리가 빚은 개성들 속에서 | 김봉렬
가람에 담긴 정신을 찾아서 | 관조

Ⅰ. 절로 가는 길
범어사: 짧지만 길고 굽었으되 곧은 길
화암사: 천연요새의 성 같은 고찰
유가사: 자연이 주연, 인공은 조연인 사찰
해인사: 깨달음과 미망의 경계에 세운 공간 예술

Ⅱ. 어우러짐: 가람과 자연의 조화
부석사: 땅의 리듬에 맞춰오르는 계단식 석단
낙산사: 동해바다에 떠 있는 구도의 법당
선운사: 여백미 사라진 자리엔 동백꽃만
고운사: 두 가람 잇는 다리
내소사: 자연과 한 몸을 이룬 절
마곡사: 끊김과 이어짐의 절묘한 조화
해인사: 변화무쌍한 공간의 멋

Ⅲ. 넉넉함: 원융회통의 건축적 표현
화엄사: 절묘한 공간 활용으로 이룬 화합의 정신
금산사: 수평과 수직의 어우러짐
대둔사: 불교의 포용력 상징하는 가람 속 사당
옥천사: 살아 있는 통불교 박물관
문수사: 민중의 얼굴을 한 보살
신원사: 명성황후 구국혼 깃든 산신당

Ⅳ. 멋스러움: 가람에 담긴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은해사: 자신감 넘치는 뼈대의 아름다움
수덕사: 섬세한 공예미 갖춘 고려 건물의 정수
청룡사: 휘어진 기둥에 담긴 중용과 역동의 미학
흥국사: 궁궐 대접받은 왕실 원찰

Ⅴ. 성스러움: 아름다운 것은 성스럽다
법흥사: 온 산이 다 부처님의 몸
통도사: 새것 만들되 옛 질서 따르는 정신
한계사터: 옛 절터에서 만나는 ‘처음 정신’
개암사: 용과 봉황으로 가득한 정토

Ⅵ. 소박함: 가람과 절제의 미학
봉정사: 소나무 그늘에 담긴 거대한 의미
화엄사: 모과나무로 구현한 자연주의
선암사: 고결한 삶을 보듬는 건축적 지혜
정수사: 작은 것이 아름답다

사찰 건축 -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조선시대 불교 건축의 구성 - 그 통불교적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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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국 AA건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겸 총장을 지내고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고건축 분야의 깊은 지식을 토대로 건축 역사 연구와 설계 작업을 병행하며 건축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선 시대 사찰건축의 전각구성과 배치형식 연구」 「고운사 건축의 집합구조 연구」 등 3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지은 책으로 『불교건축』 『김봉렬의 한국 건축 이야기』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을 비롯해 공저서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 등이 있다.

관조 스님

1943년 출생하고 1960년 부산 범어사에서 득도했으며 2006년 입적했다. 1970년대부터 한국의 사찰과 자연을 폭넓게 사진에 담아 왔다. 〈서울 아시안게임 경축 사진전〉 〈올림픽 경축전〉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토론토·시카고 등지에서 해외전 외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집으로 『승가』 1–2와 『열반』 『수미단』 『대웅전』 『생, 멸, 그리고 윤회』 『사찰꽃살문』 『님의 풍경』 등이 있으며 공저서로 『명묵의 건축』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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