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작은 집, 다른 삶

온라인 판매처

“그래서 작은 집”
삶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작은 집 아홉 곳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습니까

집은 거주자의 취향, 직업, 체형, 가치관, 이웃에 관한 생각, 세상에 대한 사유가 모조리 녹아 있는 삶의 집결체다. 마른 사람을 위한 집, 작가를 위한 집, 개를 위한 집, 요리를 위한 집, 음악을 위한 집……. 집을 과시나 투자의 대상이 아닌, 삶을 담는 그릇으로 생각한다면, 집의 형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많은 것이 정상일지 모른다.

오늘날 집은 삶의 총체가 아닌 욕망의 총체가 됐다. 많은 이가 크고, 넓고, 되팔기 좋은 집을 소유하기 위해 거의 반평생을 헌납한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일보》 기자 황수현이 2014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작은 집 시리즈’는 그동안 논의된 작은 집 운동의 특징이나 진척 정도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어떻게, 왜 작은 집을 지었을까. 그들이 건축가에게 요구한 것은 무엇일까. 막상 입주한 뒤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작은 집 운동의 특징과 진척 정도를 살피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만든, 전국의 작은 집 아홉 곳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 지어진 작은 집 아홉 곳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었다. 경제적 사정으로 작은 집을 지었다가 협소함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집에 목매는 풍토에 일침을 놓기 위해 분연히 나선 이도 있다. 어떤 이는 “집이 좁아서”가 아닌 “집이 넓어서” 한탄했고, 어떤 이는 성공한 중년의 상징인 널찍한 거실을 버리고 1인용 음악 감상실을 택했다.

이 책 『작은 집, 다른 삶』은 빽빽한 아파트 숲을 역행해 제 욕망을 찾아간 사람들의 집짓기 여정을 좇는다. 독자는 여정의 끝에서 그간 집과 응당 맺어야 할 관계를 얼마나 외면하고 살아왔는지 스스로 되묻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한국의 주택은 소통불능이다. 틀에 찍혀 나온 집들은 거주자가 어떤 사람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불통의 책임은 거주자에게도 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책장 재질이나 벽지 무늬뿐이다.

16쪽, 「6×6주택」에서

몽당주택에서의 생활은 K씨 부부의 삶을 통째로 바꿨다. 부부는 이 집으로 옮기면서 짐의 상당 부분을 버렸다. 침대, 소파, 옷장은 물론이고 옷가지, 그릇 등 소소한 것도 전부 놓고 왔다. 남은 옷은 문짝 세 개짜리 장롱에 다 수납할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문짝 두 개는 남편 몫이다.

47쪽, 「몽당주택」에서

이 소장이 작은 집 설계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소신 때문이다. 블로그에 스스로를 ‘동네 건축가’라고 소개해놓은 그는 거창한 랜드마크나 갤러리처럼 특이한 디자인의 건물에만 건축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동네 구석구석, 오래된 주택과 오래된 상점이 난립한 골목에도 건축가의 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78쪽, 「까만집」에서

적절한 크기를 넘어서는 집은 필요 이상의 가구를 요구하고 다시 더 큰 집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서로 고리를 물고 순환하면서 점점 더 커지는 거죠. 불편할 정도로 작은 집이 존재하는 것처럼, 필요 이상으로 커다란 집도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크기입니다.

106쪽, 「문추헌」에서

이웃에게 손짓하는 대청마루, 자녀들의 방문을 반기는 다락방, 야외 활동을 권장하는 앞마당과 뒷마당, 집주인의 고집을 존중하는 여러 창고. 봉재리주택은 언젠가는 모두 노인이 될 우리에게, 우리의 삶을 응원하고 활성화하는 집의 역할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130쪽, 「봉재리주택」에서

반쪽집이 자신의 온몸을 던져 외치는 것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 하마터면 삶의 터전을 박탈당할 뻔했던 누군가의 사연이다.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건축으로 구현되는 흥미로운 지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156쪽, 「반쪽집」에서

옛 마을 공동체를 도심 한복판에 재현한 듯한 협동 조합형 주택이 각광받고 있다. 비온후주택처럼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공동체가 있는가 하면, 관 주도로 서민의 주거 부담을 덜면서 공유경제 실현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회적 주거 실험’이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189쪽, 「비온후주택」에서

콘크리트는 비용의 하한선이 있지만 컨테이너는 그런 게 거의 없어요. 있더라도 콘크리트보다 훨씬 낮죠. 단순하게 말하면 콘크리트로 짓는 집의 비용을 최대 10이라고 볼 때 아무리 낮춰도 3까지 밖에 내려갈 수 없다면 컨테이너는 10부터 1까지 가능해요.

215쪽, 「네모하우스」에서

접객이나 휴식 등 원래 거실이 해야 할 역할은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작은 실내 평상이 대신한다. 바닥을 60센티미터 정도 높여 만든 이 평상은 서너 명이 둘러앉으면 꽉 차는 크기지만, 집에서 가장 많은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방석을 놓으면 운치 있는 접객 공간으로 변신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독서, 식사, 수면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246쪽, 「유수암주택」에서

차례

서문 | 집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다

못되고 매력적인 연인 | 6×6주택
협소 주택? 극소 주택 | 서울 종로구 몽당주택
월세 대신 선택한 내 집 | 경기 군포 까만집
안팎이 뒤바뀐 독신자의 집 | 충북 충주 문추헌
노인을 위한 주택은 없다? | 충남 아산 봉재리주택
시위하고 외치는 집 | 부산 기장군 반쪽집
예술인들의 사랑방 | 부산 동래구 비온후주택
되팔지 않고 써서 없앤다 | 전남 목포 네모하우스
책과 음악이 있는 은신처 | 제주 유수함주택

대담 | 작은 집은 돈이 안 된다?
도판 출처

황수현

〈한국일보〉 기자. 한양대학교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월간지와 주간지를 거쳐 일간지로 이동해 10년째 기자 생활 중이다. 패션에서 시작해 건축, 미술, 음식, 디자인, 출판, 대중문화 등 문화, 예술 이곳저곳을 취재했다. 2014년 〈한국일보〉에 전국의 작은 집을 소개하는 ‘작은 집에 살다’를 연재했다. 예술의 부가가치가 올라가면 속이 뒤틀리는 체질 때문에 순수 예술보다 실용 예술을 선호한다. 건축 기자일 때 행복하게 일했고, 문학 기자인 지금은 조금 덜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