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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승효상의 건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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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그의 속에서 이뤄지는 삶에 의해 완성된다!

우리 시대 문화예술의 아이콘으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도달한 거장들을 만나는 「21C 컬처크리에이터」 제1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파주출판도시의 코디네이터로 새로운 도시 건설을 지휘하여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2002년 명예 펠로우의 자격을 부여받은, ‘빈자의 미학’의 건축가 승효상이 간결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도록이다.

2011년까지 중앙일보에 연재한 칼럼 ‘아기택처(我記宅處)’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써온 글을 섞어 다시 편집한 것이다.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구조와 기능은 물론, 그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아울러온 저자가 국내·외 여행을 통해 발견한 건축과 삶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삶의 실체를 그려야 하는 건축가에게 가장 유효한 건축 공부 방법은 여행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여행 중에 만난 건축과 그를 이루는 삶의 풍경을 기록한 것이다. 여행을 통해 발견한 건축과 장소, 그리고 사건에 대한 사유의 기록으로서 저자의 건축의 전망을 넓힌 핵심적 동기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지금 우리가 뿌리내리고 사는 장소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건강한 건축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성찰하면서 그에 대한 실천을 고민하는 등 저자가 지속적으로 설파해온 ‘승효상의 건축철학’이 집약되었다. 우리가 개발지상주의의 광풍에 휩싸여 잊어버린 조상의 미학을 서양인이 예찬하는 황망한 현실에 ‘영혼이 거주할 수 있는 건축’을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의 글

여행을 통해 발견한 건축과 삶에 대한 사유를 담은
한 건축가의 수도록(修道錄)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철학으로 유명한 우리시대 대표 건축가 승효상.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승효상이 여행길에서 만난 건축과 그것이 이루는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 인문 에세이이다. 건축가의 여행이라는 주제를 다룬 이 책이 인문서인 이유는 이것이 전문적인 건축이야기나 여행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건축을 인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노력해 온 저자의 말을 들어 보자. “바른 건축 공부란 우리 삶의 형식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 따라서 건축을 굳이 장르로 구분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이다. 그리고 삶의 실체를 그려야 하는 건축가에게 가장 유효한 건축 공부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의 견문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뿌리내리고 사는 집과 도시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건축과 건강한 도시인지를 함께 성찰하는 명상록이자, 실천을 고민하는 한 건축가의 수도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여러 지면에 연재했던 글들과 이전의 기록들을 묶어서 새롭게 정리한 내용으로, 지금까지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설파해 온 승효상의 건축철학이 집약되어 있는 동시에 문필가로도 이름 높은 저자의 문학적 향취를 만날 수 있다. 간결하고 담담히 써내려 간 문장 안에 담긴 사유의 묵직함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종묘정전에서부터 르토로네 수도원까지 책의 안내를 따라 세계 각지의 건축을 여행한 후에 독자들은 실감하리라. 박노해 시인의 시 제목에서 따온 이 책의 제목처럼, 정말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사실을.

우리가 잃어버린 건축과 도시의 가치,
삶의 진실함을 일깨우는 비움과 고독의 이야기

“좋은 건축과 건강한 도시는 우리 삶의 선함과 진실됨과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일깨워지고 확인될 수 있는 곳이며, 그것은 비움과 고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과도한 물신의 탐욕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잃어버렸던 우리의 고독을 다시 찾아 이를 마주하고 우리의 근원을 다시 물을 수 있도록 비워진 곳, 그런 비움의 도시가 결국 우리의 존엄성을 지킨다.”

‘내 집 짓기’에 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그와 관련한 책들도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은 집 한 채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논하거나 물질적 가치를 알려 주는 실용서와는 거리가 멀다. 이 책에서 다루는 건축에 관한 저자의 주요 관심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무형의 삶’이다. 그것은 오래 전 저자가 스승인 건축가 김수근의 문하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건축을 찾아 방황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간 우리나라와 세계의 건축들을 찾으며 고민한 흔적이다.

600년 고도의 서울이 몇십 년 사이에 개발지상주의의 광풍에 휩싸여 서구의 도시이론으로 덧칠되고, 우리가 버린 선조들의 미학을 서양인들은 다시 예찬하는 황망한 현실을 개탄하면서 저자가 제시하는 ‘영혼이 거주할 수 있는 건축’이란 과연 무엇일까. 모든 부분이 중심인 까닭에 한 부분이 사라져도 지속 가능한 도시 페즈에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준 우드랜드 공동묘지의 성서적 풍경에서, 역사의 기억을 안고 사라진 하르부르크의 기념탑 앞에서, 진정성 있는 공간의 지혜를 보여 준 금호동 달동네에서, 기품 있는 삶의 향내를 간직한 창덕궁 기오헌에서, 승효상은 이제 우리가 어떤 건축을 지향하고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 할지 담담하지만 안타까움을 담은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다.

서시로 인용된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들에는 아름다움과 지혜가 있다. 현재 내가 거주하는 집과 도시의 모습은 어떠하며, 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 이제 답을 찾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추천사

건축가 승효상은 글을 잘 쓰는 문필가로 이름 높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그는 글재주가 아니라 건축을 보는 안목이 높은 것이다. 승효상은 자신의 건축에 관해서나 남의 건축(우리의 옛 건축이건 다른 나라 건축이건)에 관해서나 반드시 구조와 기능은 물론이고 그것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모두 아우르며 말한다. 그래서 그의 건축이야기는 언제나 인문정신의 핵심에 도달해 있고 승효상은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듣는다.

유홍준 (미술사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책 속에서

건축설계라는 일이 남의 삶을 조직해 주는 것인 만큼, 건축가가 좋은 집을 설계하고 짓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집에 사는 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가져야 하고, 이는 우리의 삶에 대한 지극한 관심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바른 건축 공부란 우리 삶의 형식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 남의 삶을 알기 위해서는 문학과 영화 등을 보고 익혀야 하며, 과거에 어떻게 산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들추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어떻게 사는 게 옳은가를 알기 위해 철학을 공부해야 하므로, 건축을 굳이 어떤 장르에 집어넣으려 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인문학의 공부는 대개 책으로 얻는 지식이어서 추론과 상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삶의 실체를 그려야 하는 건축가에게 가장 유효한 건축 공부 방법이 바로 여행이다.

「진실은 현장에 있다」, 14쪽

그 어려웠던 시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일군 모든 집들의 마당들이 그런 아름다움을 가졌었다. 그 마당은 대개는 비어 있지만 언제든지 삶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어린이들이 놀든, 잔치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든 그 공간은 늘 관대하게 우리 공동체의 삶을 받아들였고 그 행위가 끝나면 다시 비움이 되어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했다. 그게 불확정적 비움이었고,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우리에게 전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런 아름다움을 버리고 서양의 미학을 좇으며 마당을 없앤 지금의 우린데, 서양인들은 그게 궁극적 아름다움이라고 다시 우리 선조의 마당을 찾으니, 이 황망함을 어떻게 하나.

「마당 깊은 집, 그 ‘불확정적 비움’의 아름다움」, 40쪽

오늘날 우리의 하나밖에 없는 삶을 의탁하는 주거를 돈의 가치로만 따져 자신도 모르게 물신의 노예적 생활을 청하는 이 시대 내 이웃들에게 나는 정말 기오헌을 보여 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속에 사라진 선조들의 향내 나는 삶의 품격을 다시 살리고 싶다. 우리가 사는 집들의 이름을 이제 다시 지어 보는 것이 어떤가. 당신은 당신의 집을 어떻게 이름 할 것인가. 수졸당이 아니라 화려함을 뽐내는 수화당(守華堂)이요, 이로재나 기오헌이 아니라 돈을 밟고 사는 이부재(履富齋)요, 재물에 기대어 한껏 오만을 부리는 기재헌(寄財軒)일 것인가.

「좁을망정 오기를 부리는 집, 기오헌」, 184-185쪽

선암사를 일개 건물 차원으로 보면 송광사나 해인사 같은 조직적 건축과 비교하여 더러 폄하할지 모르나, 하나의 작은 도시로 이해하게 되면 그런 건축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지혜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선암사는 건축이 아니라 작은 도시이다. 몸을 닦고 영혼을 닦는 수도자의 도시인 것이다.
늦은 봄 오후쯤 이 도시에 몸을 던져 보라. 모란과 연산홍과 자목련과 수국 들이 길과 마당을 가득 채우며 도시의 풍경에 취하게 한다. 마치 극기하여 득도한 이 도시의 거주자들에게 내린 부처님의 자비처럼 천지를 수놓고 있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건축의 신비여…….

「사무치게 그리운 부석사, 수도자의 도시 선암사」, 204–205쪽

그렇다. 모든 도시와 건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세운 자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아무리 튼튼하게 지었다고 해도, 중력의 힘에 의해 반드시 건축과 도시는 무너지고 만다. 때로는 경제적 이유로 붕괴되기도 하고, 더러는 자연재해로 혹은 테러로 사고로 모두 무너져 결국은 땅의 표면 위에 가라앉아 사라지고 만다. 영원한 것은 우리가 같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며 그 기억만이 진실한 것이다.

「기억만이 진실하다, 사라지는 기념탑」, 275쪽

차례

서시

  1. 진실은 현장에 있다
  2. 영적 성숙을 이루게 하는 건축
  3. 마당 깊은 집, 그 ‘불확정적 비움’의 아름다움
  4. 홀로 됨을 즐기는 고독의 집, 독락당
  5. 화(和)와 화(華) 그리고 화(禍)
  6. 베를린과 김수근 건축
  7. 책을 불태우는 자는 결국 인간도 불태우게 된다
  8. 코르도바의 골목길에는 시간의 윤기가 흐른다
  9. 죽음의 형식
  10. 영원한 안식은 최초의 집에 거주하리니
  11. 역사는 중단함으로 존재한다
  12. 보이지 않는 절
  13. 보이지 않는 길
  14. 배롱나무 붉은 꽃
  15. 인문정신의 소산, 소쇄원
  16.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출발점, 병산서원
  17. 좁을망정 오기를 부리는 집, 기오헌
  18. 사무치게 그리운 부석사, 수도자의 도시 선암사
  19. 스스로가 풍경이 되는 도시, 페즈
  20.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마을
  21. 성찰적 풍경, 제주
  22. 르 코르뷔지에의 오딧세이
  23. 대상무형(大象無形), 큰 사유는 형태가 없다
  24. 위대한 침묵
  25. 기억만이 진실하다, 사라지는 기념탑

후기

승효상

1952년생.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빈 공과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5년간의 김수근 문하를 거쳐 1989년 이로재履露齋를 개설한 그는, 한국 건축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4·3그룹’의 일원이었으며, 새로운 건축 교육을 모색하고자 ‘서울건축학교’ 설립에 참가하기도 했다. 1998년 북런던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고,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했다. 지은 책으로 『빈자의 미학』(1996), 『지혜의 도시 | 지혜의 건축』(1999), 『건축, 사유의 기호』(2004), 『지문』(2009),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2010),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2012) 등이 있다. 20세기를 주도한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 ‘빈자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건축의 중심에 두고 작업하면서 김수근문화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여러 건축상을 수상했다. 파주출판도시 코디네이터로서 새로운 도시 건설을 지휘하던 그에게 미국건축가협회는 명예펠로십Honorary Fellowship을 수여했으며, 건축가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2002)에 선정되어 ‘건축가 승효상전’을 가졌다. 미국·일본·유럽·중국 각지에서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지며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의 건축 작업은 현재 중국 내의 왕성한 활동을 포함하여 아시아와 미국, 유럽에 걸쳐 있다. 한국 정부는 그의 문화예술에 대한 공헌을 기려 2007년 대한민국예술문화상을 수여했다. 2008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활약한 그는 2016년 9월 2년간의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직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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