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에서 만난 아름다운 우리 옛 그림 36
우리의 옛 그림만큼 그림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또 있을까, 간송미술관 현 연구실장인 저자 백인산은 1,000여 점이 넘는 간송미술관 수집 작품 중 조선시대의 문화, 예술,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이야기하는 옛 그림 36점을 골라 『간송미술 36: 회화』에서 소개한다. 간송미술관에서 24년이라는 세월 동안 미술 연구에 매진한 저자의 탁월한 안목과 아름답고 재미있는 그림 설명으로 진정한 옛 그림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득신의 〈야묘도추〉란 옛 그림은 마당에서 벌어지는 한바탕의 소동을 그리고 있다. 병아리를 물어가는 고양이 한 마리와 이를 보고 놀란 암탉은 비명을 지르며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이 소리에 놀란 주인은 장죽대로 고양이를 향해 후려치려 하고 이를 뒤에서 보고 있는 아내는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한 폭의 그림이지만 스토리가 쭉 이어지듯이 등장하는 동물과 사람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굳이 해석해 주는 이가 없어도 인물들의 감정이 우리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 선조들의 옛 그림 특징이 바로 이런 우리의 이야기를 그린 것에 있다. 주변의 풍경과 동식물과 사람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감정을 맛깔나게 전달한다. 때문에 이러한 작품은 옛 선조들의 문화와 사회 모습을 알 수 있는 정확한 지표가 되어 주기도 한다. 저자는 우수성과 독창성 나아가 보편성까지 보여주는 우리 옛 그림 서른여섯 점을 통해 서양 미술과는 다른 맑고 깊이 있는 옛 그림의 소중함을 마음으로 만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수집한 유물들이 소장된 곳으로 국보급 문화재로 가득한 우리나라 미술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1년에 두 번만 전시회가 열리기 때문에 해마다 관람객들이 수백 미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옛 그림을 직접 만난 소통하며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서양 그림처럼 강렬한 자극은 아니지만 그 은은함과 깊이 있는 그림의 가치에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