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색명이 드러내는 우리 삶과 문화
음양오행으로 엮은 색의 질서
430종 색이름에 담긴 또 하나의 세계
『전통색명의 상징의미』는 옛 문헌 속 430종의 전통 색이름을 분석해 색의 상징과 문화적 의미를 해석한 인문서로,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명예교수 정시화가 수십 년간 쌓아온 전통색명 연구를 한 권으로 정리했다.
색은 오래도록 한국인에게 음양오행 사상과 사회 질서, 미의식을 담은 총체적 언어체계였다. 궁중 음식 신선로와 구절판 역시 흑·적·청·백·황의 오색으로 조화를 이루었다. 조정 신하의 관복은 품계에 따라 색이 달랐고, 품이 높을수록 붉은빛을 띠었다. 2021년 인기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제목은 한자어 “홍수(紅袖, 붉은 소매)”에서 왔다. 홍수는 ‘아름다운 여인’ ‘궁에서 일하는 여인’을 뜻한다.
한국 디자인의 역사와 함께해 온 정시화 교수는 한국 색채·디자인 연구의 산증인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전통색채론, 디자인론 등을 가르치며 한국 디자인 교육의 기반을 다졌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 실시한 전통색 연구에도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정시화 교수는 40여 년간 『삼국사기』에서 『승정원일기』에 이르기까지 주요 고문헌에 등장한 색이름 400여 종을 추적했다. 그의 연구를 집약한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실제로 쓰인 ‘진짜’ 전통색명을 다시 불러내 우리의 오랜 삶과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