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과 가치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아트라이팅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제 현대미술은 고급스러운 취미를 가진 일부 애호가를 위한 예술 장르가 아니다. 현대미술이 미술관을 걸어 나와 우리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이 무엇인지, 내가 감상한 방향이 과연 맞는지, 이 작품의 가치를 어떻게 명확한 언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자연스러운 요구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책의 필자는 현대미술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현대미술에 대해,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자기만의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수단으로서 아트라이팅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 책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왕도를 보여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밝혔듯이 글을 쓰는 데 특별한 공식이나 일정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자는 예술에 입문하는 사람들, 현대미술 감상에 좀 더 폭넓은 관점을 적용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아트라이팅을 소환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생각과 경험들을 단정한 구성 안에 담아 정제된 언어로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것은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고 복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글을 잘 써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훌륭한 예술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구나 능숙하게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울 수 있듯이 누구나 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리기가 “단지 기계적인 기술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듯, 아트라이팅도 “보이는 것을 글로 옮기는 글쓰기 과정을 통해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좋은 아트라이터가 되는 출발점은 예술에 대한 관심과 현대미술에 대한 애정에 있다. “현대미술을 폭넓게 감상하고, 많은 글을 읽고, 좋아하는 아트라이터들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꼼꼼히 분석해야” 좋은 아트라이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글을 쓴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이 잘 아는 것만 이야기하겠다는 솔직한 각오로 아트라이팅에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은 버리고 구체적인 명사와 힘차고 동적인 단어를 쓸 것, 정보를 논리적으로 배열하고, 은어는 피하되 직유와 은유도 신중하게 사용할 것 등 매우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불안정한 예술을 안정적인 언어로 고정시키는 작업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을 훌륭하게 해낸 뛰어난 아트라이터들의 글을 통해 초보 아트라이터들이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모든 아트라이팅(사실은 모든 글쓰기)의 목적은 결국 설득”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독자들이 글을 읽으면서 글 속에서 언급한 작품의 주제를 이해했는지, 그 작품을 감상할 가치가 있는지, 글쓴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고난 언어 감각, 풍부한 어휘, 다양한 문장을 구사하는 솜씨, 독창적인 견해, 매력적인 아이디어”도 아트라이터가 갖추어야 할 소양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를 설득시켜 신뢰를 얻어내는 일인 것이다.
아트라이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거나 발전시켜 예술가에게 도움을 주므로 외부 논객이라기보다 예술가의 협력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아트라이터는 예술, 정확히는 독자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진지한 책임감은 “예술작품을 더욱 의미 있고 흥미로운 대상으로 만들고, 예술과 삶에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부가”하게 될 것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현대미술의 존재 가치와 의미에 우회적으로 접근한다. 결국 이 책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글을 써내는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을 감상하는 경험을 훨씬 풍성하게 만드는 ‘통찰력’을 자극하기 위해 쓰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진정한 예술비평은 결국 작품과 예술 그 자체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는 저자의 확신을 읽으며, 독자들은 아트라이팅의 방법론은 물론이고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