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란 손님이 나에게 찾아왔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독’을 손님이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삶 디자이너이기를 자청하는 지은이 박활민은 고독을 ‘다루기 어려운 손님’이라 표현한다. “혼자 있는 날이면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맥주도 마셔준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정성껏 해주면서 공을 들인다. 하지만 공이 끝나고 조명도 꺼지고 음악도 끄고 맥주잔을 싱크대에 놓을 때 고독이 찾아온다. (6쪽)”라는 부분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 혼행(혼자 하는 여행)’이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혼자서 뭔가를 하는 일은 점점 익숙해지는데, 그 끝에 찾아오는 ‘고독’이란 손님은 매번 낯설기만 하다.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는 이 손님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산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지은이에겐 ‘고독’이란 손님이 더 자주 찾아온다. 그는 그때마다 0.03밀리 검정 펜을 든다. 자신을 외롭게 만들려고 찾아온 손님에게 되레 격려받으며 한 점 한 점을 정성껏 찍어나간다. 그 점들은 지은이를 집 밖으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현실이 아닌 곳으로 향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모여 이 책의 낱장을 이룬다. ‘나무, 사슴, 여우, 야크, 별, 설산…….’ 실존하는 단어들이지만, 그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들이 꼭 현실에만 존재하는 것들은 아님을.
세계 인구가 70억이라고 한다면 지구에는 70억의 ‘고독’이 존재한다. 지은이는 고독이란 손님이 찾아오면 그림을 그리지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은 ‘내’ 안에 답이 있다. 그 답을 찾기 어렵다면 지은이의 그림을 한 장씩 천천히 들여다보자. 고요하게 산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 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작가의 수첩을 고스란히 옮긴 작은 크기의 작품집
이 책 『요즘 산 그리고 있습니다』는 지은이의 글과 그림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글은 영문, 중문, 일문으로도 번역되어 실렸다. 또한, 그림은 원작을 최대한 고스란히 옮겨왔다. 그림들은 원래 조그마한 수첩에 그려져 있었다. 기존에 나온 그림 작품집에 비하면 한없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지은이의 오리지널 수첩에서 느꼈던 신비로운 기분은 이 물성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작은 수첩을 훔쳐보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첫 장을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