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첫 헬싱키
결혼과 퇴사, 이렇게 커다란 삶의 전환점을 두 개나 맞았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 『첫, 헬싱키』의 지은이 김소은, 책속의 ‘김소’와 남편 ‘훈버터’는 신혼부부가 되자마자 적금을 깨고 여행을 준비한다. 그것도 둘 다 가본 적 있는 핀란드의 헬싱키 여행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전환이 필요한 순간, 다시 한 번
헬싱키 삶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호텔이 아닌 에어비엔비를 통해 현지인의 집에서 지내기로 한 두 사람은 좋아하는 화가의 전시회를 보고, 동네 도서관에서 엽서를 쓰고, 골목골목의 카페와 식당에서 색다른 음식을 체험하고, 집 근처 중고품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등 삶에 그대로 빠져보는 여행을 한다. 다시 한 번 헬싱키를 찾아 마치 ‘처음처럼’ 핀란드 문화와 헬싱키 생활에 녹아들며, 여유로운 여행 덕분에 그들이 원하던 무언가 준비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보여주는 깨알 같은 여행 정보는 마치 그들이 싱호리, 파르크와 함께 만든 보물지도를 공유하는 기분도 든다. 이렇게 훈버터, 김소를 따라 구석구석 여행하다보면 차차 그들만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들의 사랑스러움에 빠져든다. 이 책은 헬싱키 디자인 여행 에세이이자 알찬 핀란드 보물지도, 그리고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첫’ 여행기이기도 하다.
손의 경험과 핀란드의 감성으로
이 책은 안그라픽스 ‘A’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Visual Journey’를 표방한다. 견장정 표지에는 핀란드의 섬유 디자이너인 요한나 글릭센(Johanna Gullichsen)의 패턴 디자인 ‘도리스(Doris)’를 차용, 책으로는 한국 최초로 그녀의 패턴 디자인을 선보였다. 보통 차갑게 느껴지는 파란색을 엠보싱으로 처리해 따뜻한 질감의 섬유를 연상시킨다. 덧싸개 또한 요한나 글릭센의 패턴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지은이의 스케치로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내 손의 경험을 중시하는 안그라픽스 ‘A’ 시리즈의 정신을 반영했다. 전체적으로 핀란드 디자인의 정수와 따뜻한 감성을 담아낸 책이다.
처음 헬싱키에 왔을 땐 화려하지 않은 무채색 건물, 한산한 거리 등을 보고 ‘심심한 어른 같은 도시’라고 생각했다. 동화 속 마을 같은 코펜하겐에서 며칠을 보내고 온 터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해질 무렵, 어둑어둑한 저녁 장보러 가는 길에 본 풍경의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다시 온 헬싱키는 여전히 잔잔하고 고요하고 어른스러웠다. 하지만 심심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싱호리와 파르크에게 추천받았던 카페 에포스(Café Eepos)를 발견. 점심도 먹을 겸 들어가 아카데미아 서점에서 산 엽서에 편지를 썼다. 한 장은 김소네 집으로, 한 장은 훈버터네 집으로. 다음 여행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기를.
익숙한 물건의 낯선 모습을 볼 때 여행 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5월 1일은 핀란드의 노동절인 바푸(Vappu)로 크리스마스만큼이나 큰 행사다. 모든 사람이, 온 도시가 즐기는 축제의 날. 길고 긴 북유럽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시기이기도 하니 얼마나 신날까! 평소에도 오버롤(overall) 작업복을 입은 젊은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성당 앞에 작업복 색깔별로 모여 앉아 있다. 색은 각자의 전공이나 학교에 따라 다르다. 축제까지는 며칠 남았는데 벌써부터 축제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바닷가를 걷다가 도착한 카페 우르슬라(Café Ursula). (…) 영화 ‘카모메 식당(かもめ食堂)’의 3인방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와 핀란드 아줌마가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던 카페가 바로 이곳이었다.
사실 작년에도 당일치기 여행으로 탈린에 왔는데, 굳이 다시 온 이유 중에 하나는 성 올라프 교회(St. Olav’s Church) 때문이다. 바로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받았다!
아르텍 세컨드 사이클(Artek 2nd Cycle)은 아르텍에서 운영하는 중고품 가게다. 이곳은 옛날에 판매되었던 오리지널 디자인을 아르텍이 다시 수집하고 수리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낡은 물건이 돌고 돌아서 다시 판매되는 환경 보호 운동인 것이다. 한 번 판매하고 물건의 수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치가 그대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서 소비란 이렇게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ROLOGUE
MY FIRST HELSINKI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