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가 나라는 수수께끼에 대하여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지금 여기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와 같은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누군가에게 물어본다고 해서 진리를 깨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해답 없는 질문이 결코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 『나라는 수수께끼』에서 일본의 대표 전위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 소설가, 사진작가이기도 했던 전방위 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마치 숙제처럼 어린 시절부터 품은 세상의 난해한 문제를 다룬다. 즉, 내가 나라는 너무도 당연하고 확실한 사실을 마지막 한 점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생각한다. 나는 무엇이고,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어려운 질문에 아카세가와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선다. 작가 특유의 문장과 그림에 묻어 있는 유머러스한 비유와 이야기를 좇다 보면, 어린 시절에 품었지만 지금은 사소하게 여기거나 잊고 지내던 세상을 향한 수많은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나라는 수수께끼』는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선’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을 그리고, ‘아픔’을 통해 ‘나인 것’과 ‘내가 아닌 것’의 구분을 파고들며 그 경계의 모호함을 통찰한다. 또한 세상에 단 하나인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각을 어린아이의 자기중심적 사고로 풀어내고, 누구와도 다르지만 모두가 특별한 수많은 ‘자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나’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생각하는 『나라는 수수께끼』는 단순한 그림책이 아닌 철학을 담은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아카세가와는 과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추상적이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우리 스스로 생각하게 이끌어준다. 오늘날 우리는 이처럼 난해한 문제를 무시하며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될수록 더욱 그렇다. 어른들은 머릿속에 있는 여러 의문을 밖으로 모두 표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누구나 품던,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없는 질문들은 어른이 되면서 자연히 잊힌다. 지금 당연하다 여기고 무시하던 것을 지그시 들여다보자. 아카세가와처럼 머릿속에서 꼬물대는 생각의 단편들을 죽 이어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한 점을 통찰하고 자신만의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