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80년대, 90년대 초반 아케이드 게임 픽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결정적인 가이드”— 《하입비스트》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책⋯ 타이포그래피의 매혹적인 신세계를 탐구하는 책이다.” — 《타입룸》
8 곱하기 8은 ∞
정교함과 창의력의 예술, 픽셀 폰트 디자인
1970–1990년대는 3D와 포토샵 이전의 시대였다. 비디오게임 폰트는 인쇄 글꼴처럼 다양하게 쓸 수 없었고 모든 인물과 배경, 글자와 숫자는 같은 체계 속 다른 그래픽 패턴일 뿐이었다. 이러한 옛 그래픽 시스템에서는 고작 8×8픽셀이라는 작디작은 캔버스 위에 폰트를 만들어야 했다. 글꼴의 크기는 8×8, 8×16, 32×32 등이 있었지만 8×8은 “시각적으로 가장 엄격한 제약을 부과하고, 그래서 연구하기에 가장 흥미로운 대상”이기도 하다. 각 문자가 사실상 8×8이 아닌 7×7픽셀로 디자인되었음을 안다면 더욱 놀라울 것이다.
“타일은 가로와 세로 모두 간격 없이 맞닿아 표시된다. 그러니 타일은 자간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대문자 M을 8픽셀 너비에 꽉 채워 그리고 MMM을 입력하면 글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읽을 수 없다. 그래서 가로로든 세로로든 디자인에 최대 7픽셀만 써야 한다는 제약이 생긴다. 마지막 줄의 픽셀은 간격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비디오게임 폰트 디자이너들은 플랫폼의 제한적인 해상도와 색상에 낙담하지 않고, 저마다 기발한 방식을 통해 제약을 창의력으로 승화시켰다. 이 책에 실린 폰트 다수는 8×8 고정너비 포맷으로 제작되었고, 다양한 색상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나온 고유한 글자가족은 자그마치 1,600종에 이른다. 당시 그들에게 “제약은 기술적 순수성과 더불어 창의성을 키우는 강력한 동력”이었던 것이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격언이 있다. 언뜻 비좁아 보이는 8×8픽셀 포맷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본 당시 폰트 디자이너들의 남다른 안목과 섬세한 기술에 대한 헌사이기도 한 이 책은, 현재 벡터 기반 폰트 포맷으로 옮겨 온 글꼴 디자이너들에게도 정교함과 창의력의 예술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름 모를 디자이너들의 집요한 집념
아케이드 게임의 전성기를 연 ‘아웃사이더 타이포그래피’
아케이드 픽셀 폰트 디자인은 비디오게임 역사에서도 타이포그래피 역사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아웃사이더’다. 두 분야에서 거의 모든 면이 철저히 탐구되는 동안 픽셀 폰트만 남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머와 글꼴 디자이너 들이 비디오게임 타이포그래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는 아닐 테다. 그보다도 각 폰트를 만든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이 주제를 깊이 연구하는 데 수많은 난관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글꼴 수에 비해 디자이너의 수는 현저히 적다. 게임 크레디트에서도 그들의 이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 게임 회사는 자사 직원이 경쟁사에 발탁될 것을 우려해 관행적으로 크레디트에 실명을 기재하지 않았다. 많은 경우 글꼴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을 확실히 밝히기가 무척 어렵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름 없이 활동한 당시 글꼴 디자이너들은 사실 타이포그래피와 레터링에 문외한인 게임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아티스트였다. 당시 게임 그래픽은 모눈종이 위에 먼저 그려진 후 한 픽셀씩 손으로 코딩되었는데, 이들의 집요함을 실줄 삼아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코딩된 작은 픽셀들은 엄격한 포맷 위에서 과감함과 적절함의 균형을 찾았다. 오마가리 토시가 밝히듯 “아무리 좋은 글꼴이라도 쓰인 게임과 어울리지 않으면 고전을 면치 못한다.” 휘황찬란한 비디오게임 그래픽에 맞춰 눈길을 끄는 글꼴들이 있는가 하면, 게임 사용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우리 기억 속에 하나의 이미지로서 각인된 글꼴들이 있다. 『아케이드 게임 타이포그래피』는 이러한 글꼴들을 소개하며 픽셀 하나하나에 일심전력해 픽셀 폰트를 아케이드 게임의 주역으로 거듭나게 한 디자이너들의 집념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