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진짜 의미
꾸밈의 기술이 아닌 삶의 태도로서의 디자인을 말하다
지은이는 일상에서 편리하게 활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평범한 기능과 특성에 주목하며 이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칭하고 있다. 지은이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의식하지 않을 때 나에게 와 나를 편하게 해주는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그 무엇이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은 중의(衆意)적 의미를 내포한다. 어느 시대보다 디자인이 많이 언급되는 디자인 과잉의 시대임에도 오히려 진짜 디자인은 드물다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이 끊임없이 회자됨에도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디자인을 잘 모르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담았다. 이 책은 디자인이 소수의 디자이너와 소수의 사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디자인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내세웠던 이념, 디자인은 ‘만인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예술문화 이야깃주머니를 펼치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은 동서고금의 여러 사례를 통해 디자인의 표현과 이념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해왔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9세기 근대 의식의 발현으로서 프랑스의 문화예술을 언급하다가도 고대 중국 문화에서의 ‘글자의 의미’를 천착하기도 한다. 조선의 막사발과 추사의 예술혼에 주목하다가 현대의 백남준과 이우환을 대하는 한국인의 천박한 쇼비니즘에 일침을 놓기도 한다. 또한 지은이는 각국의 역사와 지리적이고 생태적인 환경에서 빚어진 디자인의 표현적 특성에도 주목하며 북유럽 디자인과 이슬람 문화권의 디자인, 일본의 디자인 특성 등에 관한 흥미로운 촌철살인을 늘어놓기도 한다.
디자이너의 고민과 애정을 담아, 한국판 미술공예운동을 말하다
“뛰어나거나 비범하지 않아도, 그저 그런 것에도 아름다움은 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범람하지만, 디자인의 가치·비전·윤리가 궁색해지는 역설적인 시대다. 지은이 박현택은 디자이너의 고민과 애정을 담아 ‘지금의’ ‘여기의’ 미술공예운동, 디자인의 신 패러다임을 선언한다. 디자인이 지금까지 만드는 일, 즉 제품과 기술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연결시키는 매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무언가를 살리고 재생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자고 말한다. 누구나 뛰어나려 할 때, 뛰어나거나 비범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그저 그런 것에도 충분히 아름다움은 숨어 있다는 지은이의 메시지는 따뜻하다.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읽는 독자는 지은이의 시선과 생각을 통해 결국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의 ‘평범함’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러한 평범함이 누적되고 숙성되어 우리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디자인 정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