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의 시선 –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
박물관은 오래된 물건을 모아놓은 곳이며, 오래된 것이란 시간의 흐름을 견딘 생명력 있는 것을 말한다. 지은이는 오래된 것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것이 무조건 좋은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딱히 오래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새로운 것이 많이 등장하는 세상이니 오래된 것이나 지속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그리고 그러한 대상을 통해 좋은 디자인을 좇기에 앞서 좋은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6-7쪽) 『오래된 디자인』은 박물관 전시장에 있는 ‘주먹도끼’ ‘요강’ ‘청자병’ ‘세한도’ 등에서부터 우리 선배들의 일상품인 ‘등잔’ ‘절구’ 등까지 다양한 사물들을 살핀다. 그리고 예술이 위대하다 해도 결코 삶에 앞설 수 없다는 자세로, 단순히 보기만 좋은 외양을 찬양하기보다는 물건에 담긴 삶의 진실을 들춰낸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디자인 지식이나 기술적 세련이 아닌 치열한 삶의 태도와 사람들의 신실한 생각들이 결국 품격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임을 주장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이 추구하는 기능성과 아름다움의 통합에 대한 고민은 결국 ‘형태와 기능’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된다. 20세기 이후 오랫동안 세계 디자인의 주된 흐름이었던 ‘모던 디자인’의 원리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기능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형태를 만들면 미적인 효과는 저절로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요즘은 기술 발전에 따라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능보다는 형태, 즉 모양새의 중요성이 우선되고 있다. 대중들의 물질적인 욕망이 극대화되면서 모더니즘의 명제는 이미 ‘기능이 형태를 따르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또한 “형태는 재미를 따른다.” “형태는 감성을 따른다.” “형태는 욕망을 따른다.”는 식으로 형태의 지향 목표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더니즘 이후의 디자인에서 어떤 ‘가치’들이 기능을 대신해 중요시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현대의 디자인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디자인이란 쉽게 말하면 삶의 편의를 도모하는 상식을 일컫는 것일 수도 있다. 비교적 사용하기에 편하고, 보기에도 좋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주변과 어울리고, 나름대로 정돈된 형태나 구조를 지향하려 하고, 그렇게 되도록 바라고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디자인이 아닌가. 결국, 좋은 디자인이란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는 한편, 삶의 가치와 의미를 환기시키며 그리하여 우리의 모습을 더욱 품격 있고 아름답게 변화시켜 주는 매개가 되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