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3명 디자이너들의 교육 자료와 수업 풍경
세계 디자인 교육의 현주소를 확인하다
국제그래픽디자인연맹(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AGI)는 세계적인 시각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만든 전문가 연맹으로, 현재 전 세계 40개국에서 모인 509명의 디자이너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GI는 매년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강연과 전시, 출판, 교육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며 젊은 디자이너들을 육성하고 그들의 작업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홈워크』에 참여한 AGI 디자이너는 총 43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교육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작업자로서의 정체성도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영국, 중국 등 이들의 출신 국가와 수업을 했던 학교들은 전 세계 곳곳에 있다. 최근의 디자인계의 전반적인 경향과 그것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교육자의 현장 경험이 중요한 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교육 자료는 다른 디자인 교육자들에게도 충분히 참고가 될 것이다.
독자를 염두에 둔 특별한 제작과 구성 방식
『홈워크』에서 또 다르게 눈 여겨 볼 부분은 제작과 구성 방식이다. 책의 메인 컬러는 노란색을 사용했다. 노란색은 햇빛과 희망, 행복, 긍정, 깨달음, 지성과 관련된 색으로 교육과 가장 어울리는 색으로 선택되었다. 커리큘럼과 과제, 강의 개요 등 내용의 절반 이상인 도판 자료를 더욱 잘 보여주기 위해 일반적인 단행본보다 더 큰 크기로 제작된 이 책은 또한 링제본 방식을 선택하여 독자가 여러 자료를 더욱 자세히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기획 단계부터 국영문 병기 방식을 고수한 것 역시 국내외 독자들 모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외국 디자이너들의 글과 인터뷰를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은 디자인 전문 번역가 김현경의 손을 빌려 원고의 신뢰도를 더욱 높였다. 수업 계획서와 학생들의 과제물, 수업 진행 또는 과제 수행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한두 문장의 해설을 보면 각 디자이너가 생각한 자신의 교육 프로그램의 목적과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디자인 교육 현장의 속살
창의성을 나누는 AGI의 설립 목적
이 책 『홈워크』의 기획을 맡은 디자이너 크리스 로, 제임스 채 그리고 이푸로니는 작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료 취합’을 꼽았다. 상당히 많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수업 자료를 공개하고 싶지 않아 했는데, 어찌 보면 이것은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교육자로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인 독자들에게 내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자료를 공유한 43명의 디자이너들이 협조로 완성될 수 있었던 이 책은 서로의 창조성을 공유하자는 AGI의 최초 설립 목적을 실현했다. 이 디자이너들이 제공한 자료는 살아 있는 생생한 교육의 흔적으로, 다른 교육자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또한 설령 교육자가 아니더라도, AGI 회원들의 자료를 통해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엿보고 디자인 교육의 뒷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