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가 아닌 삶을 위한 디자인
오늘날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즐거운 소비만을 하게 했을까? 빈부격차의 문제와 환경오염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지금 이러한 질문은 디자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저렴한 자전거를 만들어 대다수의 사람을 돕는 것보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구매하고 즐길 수 있는 매끈한 디자인의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데에만 디자인이 관심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상품은 결국 채 망가지기 전에 버려지고 또 소비를 촉구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의 트림마저 위협적인 상황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이 제시하는 지구 환경을 생각해보는 이콜로지(Ecology) 디자인이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부터 선순환을 고려해 소모품마저도 끝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일회용품도 버리고 싶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디자인의 모습은 앞으로 친환경과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이에게 새로운 영감과 방향성을 적극 제시할 것이다.
여덟 가지 단서로 본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
그렇다면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원론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산업혁명과 함께 출발한 근대 디자인의 개괄적인 역사를 돌아보고 디자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도 두루 살핀다. 그 기본 요소에서 출발해 모두 여덟 개의 장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해간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지은 교수는 “이 책은 우리에게 디자인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즉 나누는 디자인, 공존하는 디자인, 자연과 조화하는 디자인, 내면과 마주하는 디자인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진지하게 묻고 있다. 그 물음 속에서 우리도 뿌리 깊은 디자인을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때가 왔다.”라고 피력한다. 궁극적으로 디자인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기에 이 책을 읽고 난 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 공간 그리고 디자인이 달라 보일 것이다.
가시와기 히로시가 한국의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의 핵심은 저자가 특별히 써준 한국어판 서문에 있다. “우리가 머무는 실내공간과 우리가 쓰는 무수한 물건은 우리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알아간다는 것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일도 된다.” 결국 디자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정신을 살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디자인을 알고 나면 생활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