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

BIG-GAME : Everyday Obj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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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친구가 함께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 ‘빅게임’
그들의 15년에 걸친 디자인 스튜디오 성장기와 53개의 작업 이야기

‘빅게임(BIG-GAME)’은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세 친구, 오귀스탱 스코트 드마르탱빌, 그레구아르 장모노, 엘 릭 프티가 2004년에 함께 사무실을 꾸려 그들의 거점인 스위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이들은 평범한 일상용품에 세심한 세부 디자인과 색감을 더해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 책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은 2019년 스위스 로잔 현대디자인미술관(mudac)에서 열린 빅게임의 15주년 회고 전시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 도록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빅게임이 사무실을 시작한 2004년부터 15년 동안 세계적인 디자인 스튜디오로 성장한 생생한 이야기와 함께 매일 사용하는 보통 의 사물들에 특별함을 더해온 53개의 작업을 살펴본다.

이 책은 빅게임이 각각에 프로젝트에 어떤 자세로 임하며 제품을 완성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글과 실제 제품 사진, 그리고 빅게임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담은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저 빅게임의 프로젝트와 디자인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사무실을 시작했던 초기에 어떤 활동을 통해 고객을 확보했고 어떻게 적극적으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작업 영역을 확장해갔는지 짧지 않은 지금까지의 역사를 함께 엿볼 수 있다. 또한 친구인 이들이 균형을 유지하며 디자인 스튜디오를 꾸려가는 방식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이 책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은 논리적인 분석으로 해결책을 찾아내 개성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빅게임의 디자인 방식과 그들의 사고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제 막 새로운 일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초기에 어떤 활동을 하며 일을 만들어 가면 좋을지 실마리를 제시하며 한 분야에 머무르지 말고 적극적으로 외부에 제안하고 협업하며 아직 누군가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내 영역을 확장해가라고 말한다. 15년이 넘는 시간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하며 스튜디오를 꾸려가는 ‘빅게임’의 활동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디자인적 사고는 물론 어떤 일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의 글

고객 없어 시제품만 만들던 스튜디오 초기를 거쳐
알레시, 라도, 네스프레소, 가리모쿠, 이케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일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성장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과 일하는 빅게임이지만 다른 여느 디자인 스튜디오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이들도 찾아주는 고객이 없어 그저 ‘빅게임’이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빅게임은 일이 없던 시절을 어떻게 버티며 이겨냈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스튜디오 문을 연 다음 해에 열린 2005년 밀라노가 구박람회에서부터 시작한다. 박람회 행사로 열린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전시에 참여한 이들은 의뢰도 없이 만든 《애니멀스》의 프로토타입의 제품을 선보여 제작자를 찾았고 그 이듬해 열린 퀼른국제가구박람회에서 는 자신들의 부스가 없었는데도 마치 방문 판매원처럼 디자인한 시제품을 들고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이제 막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가 그렇듯 이들도 몇 년 동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힘든 시기를 거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USB 메모리스틱에서 문구, 가구, 인테리어까지 정말 폭넓은 분야의 제품과 공간을 디자인하며 이탈리아 생활용품 브랜드 알레시,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 등 세계적인 기업과 함께 일한다. 이들은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의뢰를 하지 않았는데도 직접 시제품을 만들어 기업에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빅게임의 적극적인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세 친구는 빅게임으로 활동하는 한편 항공 서비스용품 스타트업 ‘클립’을 만들어 항공회사의 서비스용품을 디자인하고 이제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전문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 레이쇼와 협업해 ‘빅레이쇼’라는 회사를 만들어 사물 인터넷 시장이 뛰어들었다. 이러한 그들의 디자인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지금의 빅게임을 만든 것은 아닐까. 빅게임은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다니고 다양한 이들과 협업하며 영역을 확장해가는 데 선수이며 지금도 그렇게 성장해가고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인 것이
가장 큰 성과인 빅게임

친구라는 관계만큼 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며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나가기 어려운 사이가 또 있을까. 빅게임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스튜디오를 소개할 때 자신들이 아직도 친구인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그들도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하며 일을 해가기가 쉽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세 친구가 좋은 관계 속에서 빅게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데는 그들의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큰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이 책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에는 빅게임의 다양한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등장한다. 그들 은 여러 분야의 일을 하지만 어느 특정 분야를 한 사람이 맡아 하는 것이 아닌 팀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고 모든 단계를 의논하며 만장일치로 찬성해야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 말미에 등장하는 그들의 사진에서 당당한 디자이너로서의 모습과 끈끈한 우정이 함께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동료, 친구와 이제 막 함께 일을 시작해 힘든 초기를 어떻게 버티고 조직을 꾸려나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 이 책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2008년은 우리 스튜디오의 전환점이었다. 벨기에 그랑오르뉘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s at Grand-Hornu) 관장 프랑수아즈 풀롱(Françoise Foulon)의 초대를 받아 단독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할당된 공간은 매우 커 보였다. 당시는 스튜디오를 연 지 4년밖에 안 되었던 시기였으므로 전시 작품이 부족할 까 살짝 걱정되었다. 우리는 여러 색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400제곱미터 전시장을 채웠다. 사진작가 마일로 켈러가 포스터에는 세로로 카탈로그 표지에는 가로로 쓸 수 있는 사진을 찍었다.

28쪽

클립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커틀러리를 작업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항공사에 프로토타입을 제안하고 그들을 설득해 디자인에서 제작까지 우리가 맡는 것이었다. 어느 날 헤이의 메테, 롤프와 함께 헤이 키친 마켓(Hay Kitchen Market) 브랜드에 대해 논의하다가 클립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들은 항공사용 커틀러리를 매우 좋아하고 항공사용이 일반 제품보다 작기 때문에 크기를 조정해 헤이의 시리즈에 추가하자고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시트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납작하고 단순한 《에브리데이》 시리즈와 좀 더 세련되고 손잡이에 줄무늬 홈이 들어간 《선데이》 시리즈가 나왔다.

88쪽

우리는 사물 인터넷의 잠재력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인터넷과 연결된 사물의 실제 기능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2018년에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전문 디지털 디자인 스튜디오 레이쇼(ratio)와 협력해 ‘빅레이쇼’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우리 프로그램은 ‘옵티미스틱 커넥티드 오브젝트(Optimistic Connected Objects)’였다. 우리는 첫 번째 공동 프로젝트로 어린이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장난스러운 시스템을 고안했다. 전자 부품이 들어 있는 직물 패치를 이용한 것으로, 기능적이고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146쪽

“낙관적이란 긍정적이고, 반드시 유머러스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라는 의미이다.” 빅게임은 설명한다. 그들의 스튜디오는 작업에 강력한 그래픽 요소를 더하고 디자인을 깔끔하고 단순하게 해 명성을 얻었다. 현실에 충실하면서 유용한 일상 물건들을 너무 평범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 물건들은 독특하지만 친숙하며 실용적이되 단조롭지 않다. 빅게임의 디자인은 연속적이고 산업적인 생산이라는 실용적 논리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결코 개성을 잃지 않는다. 놀랄 만한 세부 디자인과 밝은 색상으로 각 사물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든다. 그 물건들은 부드럽고 절제되어 매력적이다.

151쪽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먼저 세 사람이 서로를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제조회사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다른 문화권에서도 우아하게 일할 준비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통의 토대는 세 경영자와 고객이 함께 성취하려는 목표이다. “우리가 나아가 일을 성취하고 싶다면, 완고함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작업 방식 면에서 그들은 카멜레온과 비슷하다. 각각의 상황에 매우 전문적인 방식으로 적응한다. 그들이 가장 즐겨 입는 옷 색깔이 지성, 단결, 자신감, 신뢰와 관련된 네이비 블루라고 하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152쪽

이 스튜디오는 매우 다문화적이다. 오귀스탱 스코트 드마르탱빌은 프랑스, 그레구아르 장모노는 스위스, 엘릭 프 티는 벨기에 출신의 디자이너이다. 이들은 서로 배려하는 견고한 팀을 구성해 오늘날 변화하는 사회와 환경적 관심사에 부합하는 사물을 고안하는 데 유익한 작업 분위기를 만들었다. 세 사람의 개인적, 집단적 경험과 기술은 그들이 다루는 사물을 철저히 시험하고 미학과 기능 면에서 최고의 품질을 보장한다.

154쪽

빅게임

스위스 디자이너 오귀스탱 스코트 드 마르탱빌, 그레구아르 장모노, 엘릭 프티가 2004년에 시작한 디자인 스튜디오. 스위스 로잔예술대학교(ECAL)에서 친구로 만난 이들은 그들만의 견고한 팀워크와 낙관적 스타일로 실용적이면서 개성 있는 일상의 사물을 만들어낸다. 스위스디자인상, iF디자인상, 굿디자인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벨기에 그랑오르뉘현대미술관, 스위스 로잔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스위스국제항공, 에어프랑스 등을 비롯한 여러 항공사와 스웨덴 이케아(IKEA), 스위스 라도(RADO)와 네스프레소(Nespresso), 일본 가리모쿠(karimoku)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과 함께 일한다.

김현경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며 다양한 책을 편집했다. 현재 프리랜서 번역자로 국내 주요 미술관과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책 형태에 관한 책』 『빅게임: 매일의 사물들』 『타이포그래피 첫 원칙』 『100권의 디자인 잡지』 『디자이너, 디자이너 훔쳐보기』 『그래픽 디자인 도서관』 『걸작의 공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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