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3.0 시대에 필요한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스템의 UX Innovation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이란 무엇일까?
HCI와 AI를 활용한 디지털 프로덕트는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 속에서 AI 기술을 발전시키거나 인터페이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고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Human Computer Interaction 개론』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HCI의 기본 개론서라면, 『HCI 3.0』은 사람과 인공지능 기술 사이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HCI 디지털 시스템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두 권의 『Human Computer Interaction 개론』을 각각 ‘HCI 1.0’과 ‘HCI 2.0’라 지칭하고, 이 책을 ‘HCI 3.0’이라 지칭한다. 그렇다면 HCI 1.0, HCI 2.0, HCI 3.0은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까?
HCI 1.0은 전통적인 의미의 HCI로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 원리와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컴퓨터의 배경 화면을 어떤 색으로 할지, 실행 버튼을 어디에 둘지 등, 한 명의 사용자와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 간에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연구해 사용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컴퓨터 시스템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분야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HCI는 범위가 더 넓어져 여러 사람과 디지털 시스템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 즉 사람과 디지털 시스템(PC, 스마트폰 등) 사이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모든 것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것이 바로 HCI 2.0이다. 사용자가 PC를 이용해 친구의 SNS에 글을 남기거나 핸드폰으로 교통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을 모두 디지털 시스템과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는데, HCI 2.0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개인 또는 집단이 최적의 사용 경험을 하는 방법과 원리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정의할 수 있다. HCI 2.0까지만 해도 주어진 시스템을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HCI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저 사용만 하면 되는 피동적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능동적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그에 따라 HCI에서도 전혀 다른 원칙과 방법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HCI를 ‘HCI 3.0(HAII)’이라고 부른다.
HCI의 개념과 이론을 30년 넘게 연구해 온 저자는 어떤 분야이든 적어도 세 번의 변화를 겪으면서 정교화된 원리와 방법론을 가져야 비로소 성숙한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HCI가 확고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원리와 방법론이 다시 한번 정교화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HCI 1.0(HCI 개론, 2005년)’ ‘HCI 2.0(HCI 개론: UX Innovation을 위한 원리와 방법, 2012년)에 이어 ‘HCI 3.0(HCI 3.0: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2024년)’을 출간했다.
AI의 발전으로 한때 HCI가 할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AI가 확대 사용될수록 HCI의 효용은 오히려 높아져 갔다. 마치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으로 일상생활 속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급속히 늘면서 HCI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처럼, 생성형 AI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 사용이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 프로덕트에서의 사용자 경험이 중요해진 것이다. HCI와 AI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원활한 협업(HAII)이야말로 HCI와 AI를 발전하게 하고, 결국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특히 디지털 헬스는 AI와 HCI가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부족한 데이터이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AI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HCI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비롯해 결과물이 전달되는 과정을 쉽고 편하게, 그리고 최적의 경험을 제공한다.
『HCI 3.0』은 저자가 직접 디지털 헬스 프로덕트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과정을 통해 HCI에 관한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프로덕트 사례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HCI의 중점 원리를 설명하고, HCI 역할과 디지털 프로덕트의 가치를 설명한다.
『HCI 3.0』은 크게 ‘이해하기-분석하기-기획하기-설계하기-평가하기-내다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하기
이 책의 핵심 개념인 ‘HCI 3.0’의 개념과 더불어 인공지능 시스템의 여러 적용 분야 가운데 이 책에서 중점 사례로 활용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 시스템을 설명한다. 특히 인공지능과 HCI가 어떻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다룬다. 지금까지 많은 시스템 개발 방법론이 있었지만, 사용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HCI에서 강조하는 ‘유용성, 사용성, 신뢰성’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구체적으로 도식화하여 설명한다.
분석하기
HCI의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현재 상황에 대해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로 ‘사용자 분석’이라고 이야기했던 내용들이 이제는 그 범위를 넓혀서 시스템 사용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관계자’를 분석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도입에 따라 관계자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도 증대했기 때문이다. ‘분석하기’에서는 관계자(이해관계자), 과업, 맥락 분석에 대해 다룬다.
기획하기
HCI에서 새로운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콘셉트 모형 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기획’이다. ‘콘셉트 모형 기획’에서는 ‘사용자 경험’에서 파악한 목표 경험점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덕트의 콘셉트를 도출한다. 다양한 후보 콘셉트 선정 방법, 선정된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절차를 다룬다. ‘비즈니스 모델 기획’은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를 지속해서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수익 구조와 비용 구조 기획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용자에게 적절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 구조’와 건강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수익 구조’를 수치화한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이 ‘콘셉트 모형’과 일관성 있게 기획되는 절차를 다룬다.
설계하기
HCI 3.0을 설계하기 위해 디지털 시스템의 정적인 구조를 설계하는 ‘아키텍처’, 디지털 시스템의 동적인 행위와 기능을 설계하는 ‘인터랙션’, 콘셉트 모형과 비즈니스 모델, 시스템의 아키텍처와 인터랙션을 사용자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인터페이스’ 순으로 살펴본다.
평가하기
디지털 프로덕트는 출시 전 반드시 평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평가 단계는 ‘통제된 실험 평가’와 ‘실사용 현장 평가’로 이루어진다. ‘통제된 실험 평가’에서는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디지털 시스템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제시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 시스템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실제 효과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인허가를 취득하는 필수 사항이다. ‘실사용 현장 평가’는 완성된 프로덕트를 실제 사용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진행하는 평가이다. 개발 당시 미처 고려하지 못한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사용자가 이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유용성, 사용성, 신뢰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내다보기
‘HCI 3.0과 사회적 가치’를 통해 HCI 3.0의 역할과 디지털 프로덕트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디지털 프로덕트가 개인 사용자나 특정 집단을 위한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면 그만이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고 확산됨으로써 사회 전체를 위해 디지털 프로덕트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HCI 3.0은 디지털 시스템이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위해 가치를 증진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수집의 위험이나 잘못된 학습으로 인한 위험, 그리고 인공지능 모형의 오남용과 관련해서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