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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아트디렉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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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개성과 철학으로 잡지의 황금기를 이끈
세계적 아트디렉터 10인의 디자인 철학과 아트디렉터상에 대한 성찰

이 책 『세계의 아트디렉터 10』은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활동한 잡지 아트디렉터 열 명을 살펴보는 책이다.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오토 스티치를 비롯해 네빌 브로디, 티보 칼만까지 세계적인 잡지 아트디렉터의 그 시대와 출신을 다양하게 소개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서양’의 아트디렉터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잡지는 그 시대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매체이기에 이러한 잡지의 역사는 변화하는 세계와 호흡하는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이너의 철학과 역할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이 책은 아트디렉터 열 명이 살아 온 디자인 세계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이들이 만들어나간 잡지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 전가경은 열 명의 아트디렉터를 조명하며, 이들의 협업에도 자연스럽게 주목한다. 이 책에서 잡지의 편집자 및 사진가의 이야기가 곧잘 언급되고 강조된 이유도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 탓이다. 스티븐 헬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디렉터조차도 다른 직책 담당자의 은혜를 입고 있다. 이는 편집자도, 출판인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처럼 디자인은 결코 혼자 만들 수 있는 생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움을 바탕으로 각 아트디렉터는 자신의 개성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잡지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많은 이의 사랑을 받으며 후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이 책 『세계의 아트디렉터 10』은 2009년 ‘세계의 크리에이터 10’ 시리즈 기획으로 나온 첫 책이며, 2021년 새롭게 리뉴얼해 아트디렉터의 연령 및 이력, 주요 작업 등을 추가했다. 책 앞부분에는 아트디렉터의 10인의 연대기를 실어 삶과 주요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내지에서는 본문과 도판을 번갈아 수록하는 독특한 배치를 시도해 풍부한 잡지 아트워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시대적 상황과 인물 간의 관계에 근거해 1부 1930–1950년대, 2부는 1960년대, 3부는 1980–1990년으로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출현은 최초의 아트디렉터로 이야기되는 알렉세이 브로도비치와 오토 스토치를 다룬다. 브로도비치는 현대적인 편집 다지인과 아트디렉터상을 개척했다는 부분에서, 스토치는 브로도비치를 사사하며 사진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잡지 이야기를 다뤘다.

2부 절정에는 잡지 황금기의 주역으로 허브 루발린, 조지 루이스, 빌리 플렉하우스, 피터 크냅을 다루었다. 뉴욕파 출신 디자이너 두 명, 독일과 프랑스의 디자이너를 각각 한 명씩 다루었다.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와 그 작업을 통해 1960년대의 특징을 조망했다.

3부 대안에서는 소위 포스트모던 디자인 맥락에서 언급될 수 있는 테리 존스, 네빌 브로디, 데이비드 카슨, 티보 칼만 디자이너 네 명을 살펴본다. 이들은 활동 시기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침체기에 빠졌던 잡지 디자인을 새롭게 부활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편집자의 글

아트디렉터의 창의성과 잠재력이 집약된 아트워크의 정수
잡지의 의미와 여전히 우리가 그것을 읽는 이유

잡지는 그 무엇보다 상업적인 매체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이너의 예술성이 중요시되는 장르다. 하나의 잡지가 지닌 정체성은 그 내용뿐 아니라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 판형과 같은 시각적 요소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창기 수동적으로 레이아웃만을 배치하는 레이아웃맨의 위치에서 벗어나, 디자이너는 편집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잡지를 기획하고 직접 창간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최초의 아트디렉터상을 제시한 디자이너 ‘알렉세이 브로도비치’가 사진가와 편집자와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훌륭한 결과물을 직접 증명해보였기 때문이다. 알랙세이 브로도비치와 캐멀 스노, 오토 스토치와 허버트 메이즈, 피터 크냅과 헬렌 라자레프처럼 아트디렉터와 편집자의 긍정적인 협업은 잡지의 성공 요소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10인의 잡지와 아트워크는 그 차제만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특별히 이 책에서는 《엘르》 《하퍼스 바자》 《i-D》처럼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잡지부터 이미 폐간되어 새로운 호를 만나볼 수 없는 《맥콜스》와 《트웬》의 표지와 내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잡지들의 획기적인 레이아웃,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 과감한 사진의 사용은 아직까지도 디자이너와 독자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는 데 부족함이 없으며 여전히 출판계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준다.

잡지는 아트디렉터의 흥미와 가치관, 그 창의성과 잠재력이 집약된 아트워크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잡지의 방향성은 뚜렷하게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여성지이지만 다른 방향의 패션과 가치관을 이야기하는 《엘르》와 《맥콜스》, 펑크라는 하위문화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i-D》와 《페이스》가 각기 다른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 잡지 지면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도 유효한 잡지의 가치와 그것을 읽어야 할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에서

나 혹은 다른 연구자에게 남아 있는 과제란 이곳에 수록된 열 명의 활동에 대한 부정이 아닌, 활동의 틈새를 예민하게 파악해 나가는 것이다.

12쪽

브로도비치는 각 지면과 펼침면이 서로 유기적으로 어울려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잡지 전체에 사진 배치와 활자 사용 등을 이용해 일관된 흐름을 유지했다. 잡지 전체가 파도와 같이 높고 낮은 흐름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도록 페이지 앞면과 뒷면 간의 전개 과정에도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던 것이다.

52쪽

스토치는 잡지 제작 과정에는 두 가지 중요한 순간이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편집 회의 때 잡지에 제시될 자료와 그 뒤에 숨어 있는 사고의 윤곽을 그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아트디렉터가 사진가, 일러스트레이터, 레이아웃 아티스트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명확한 시각화를 얼마나 전달할 수 있는가이다.

89쪽

루발린은 단어들이 스스로 감정을 나타내도록 연출했다.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라는 경구에 따르기를 거부하면서 그는 흰 여백을 전통적인 모던함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는 지면에 활기를 줄 수만 있다면 ‘더 많은 것(More)’도 분명히 더 좋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110

으레 잡지 속의 세계는 현실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는 고정 관념을 뒤흔드는 사진들이었다. 《트웬》의 사진들은 현실의 이미지보다 확대되어 보여졌으며, 인간의 육안으로 보기 힘든 영역을 카메라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시각적 충격이자 반란이었다.

147쪽

피터 크냅은 여성의 발랄한 움직임과 역동성, 진취적 성향을 담고자 사선을 레이아웃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조형적으로 지면에 역동적인 힘을 만들어 내는 사선 구도는 《엘르》의 ‘현대성’을 담기에 적절한 디자인 콘셉트였다.

191쪽

훌륭한 광고는 훌륭한 카피라이터와 함께해도 만들어지고, 좋은 카피라이터, 그저 그런 카피라이터와 일해도 만들어진다. 심지어 카피라이터가 없어도 훌륭한 광고는 탄생할 수 있다. 결국 이 말은 모든 광고 그리고 잡지 표지의 책임은 당연히 아트디렉터에게 있다는 뜻이다.

264쪽

나는 완벽함이라는 콘셉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지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과물이 쉽게 보이길 원하지만 이를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308쪽

활자체에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한 사회적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그는 가장 그래픽적인 방법으로 조각난 국가, 계급 차이, 경기 침체, 권위적인 정권 등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브로디에게 활자는 단순한 시각물을 넘어서 한 아트디렉터가 갖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매개체였던 것이다.

346쪽

전통적으로 편집의 세계는 항상 디자인보다 우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좋은 디자인은 편집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편집과 디자인은 분리된 체계가 아니라 서로 엮이고 얽힘으로써 정반합의 길을 가야 한다.

385쪽

아트디렉터 티보 칼만이 타임머신을 타고 내려와 지금의 서울을 본다면 무슨 말을 했을지 상상해본다. 그것은 아마도 “디자인이 과하군요. 디자인을 하지 맙시다(There’s too much design. Let’s undesign it).”가 아니었을까.

394쪽

차례

들어가는 글
아트디렉터 잡지 디자인 연대기

1부. 출현
알렉세이 브로도비치 사진을 디자인하다
오토 스토치 사진에 스며든 활자

2부. 절정
허브 루발린 스스로 말하는 활자
빌리 플렉하우스 펼침면의 비밀
피터 크냅 불완벽의 미학
피터 크냅 인터뷰
조지 로이스 예술로서의 광고
조지 로이스 인터뷰

3부. 대안
테리 존스 인스턴트의 아이러니
네빌 브로디 신중한 전복주의자
데이비드 카슨 사진의 재구성
티보 칼만 양심 폭탄

도판 목록
참고 문헌
찾아보기

전가경

이화여자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디자인 스튜디오 AGI 소사이어티에서 출판팀장으로 일했다. 홍익대학교 석사 논문 「텍스트로서의 사진과 이미지로서의 사회: 〈트웬(Twen)〉의 사진 다루기」(2006)를 시작으로 ‘사진‐ 텍스트‐ 디자인’이라는 매개항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사진 책 출판사 ‘사월의눈’은 이런 관심사의 연장이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사진 책을 기획하고, 다수의 매체에 그래픽 디자인 관련 글을 기고했다. 지은 책으로 『세계의 아트디렉터 10』(안그라픽스, 2009), 『Bb: 바젤에서 바우하우스까지』(PaTI, 2014, 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그래픽 디자인 사용 설명서(Graphic Design: A User’s Manual)』(세미콜론, 2015, 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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