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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Mo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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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런웨이다!
파리, 밀라노, 뉴욕, 서울 …
붓끝으로 포착한 패션위크의 순간들

컬러링북 『HERS』와 『LOOK』으로 잘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임수와 작가의 패션위크 화집이 출간되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 피렌체, 코펜하겐, 서울 등 전 세계 패션위크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패션의 향연을 셔터가 아닌 붓끝으로 포착해 냈다. 패션위크에 참석한 수많은 패션 인사이더의 세련된 스타일뿐 아니라, 그들의 스타일과 활기가 교차하며 자아내는 역동적인 순간까지 모두 담았다. 런웨이 밖, 거리 위를 활보하는 이들의 옷차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다. 거친 듯하면서도 섬세한 표현 기법에서는 수많은 포토그래퍼 사이에서 당당히 붓을 꺼내 들었을 작가의 꿋꿋한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각국 고서점에서 구한 패션 도서를 캔버스로 활용한 작가의 작품은 과거와 현대의 패션이 겹치며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편집자의 글

패션위크의 진짜 무대는 거리였다
붓끝으로 포착한 패션의 예술

모든 사람이 카메라 셔터나 버튼을 눌러 빠르게 순간을 포착하는 사이, 임수와 작가는 붓을 꺼내 들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림 그릴 자리를 정하면 앞에서 바삐 움직이는 포토그래퍼와 인파가 시야를 가리고, 그사이 대상은 저만치 멀어져 가고, 한 패션쇼가 끝나면 다음 패션쇼장에 가기 위해 겨우 푼 짐을 다시 싸 들고 이동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에도 작가가 붓을 든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그린 초상화부터 두세 명이 대화하는 장면, 멀리서 바라본 거리의 패션 풍경까지, 『Fashion Moments』는 패션위크에서 목격할 수 있는 다양한 구도를 담았다. 특히 한 캔버스 위에 시간차를 두고 여러 순간을 겹겹이 그린 작품들은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눈에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작가의 그림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거리의 흐름, 오고 가는 발걸음이 만들어낸 리듬을 표현한다. 런웨이 밖에서 펼쳐진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스타일은, 패션이 단순히 의상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와 관계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패션을 입고, 보고, 그리는 즐거움
작가는 각 도시의 고서점에서 찾은 빈티지 패션 도서를 캔버스로 삼았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둔 두 시대의 패션이 겹치며, 과거와 현재가 한 화면에서 교차한다. 오래된 종이 위에는 깊이 있는 명암을 나타내기 위해 한국의 먹을 사용했고, 작가가 직접 휴대용 화판까지 만들어 갖고 다니며 정교하고도 빠른 붓놀림을 표현했다. 비가 내린 날이면 빗방울에 먹이 번지도록 했으며, 붓을 적실 컵이 없으면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종이컵을 썼다. 임수와 작가가 거리에서 겪은 현장감은 그녀의 작품에 선명하게 남았다. 『Fashion Moments』는 단순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화집이 아니다. 패션을 입고, 보고, 그리는 즐거움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다큐멘터리이다.

책 속에서

비가 내릴 때도, 빗물에 그림이 번져 지워져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발렌티노 쇼장 앞에서 물통을 잃어버렸을 땐 길바닥에 굴러다니던 종이컵을 주워 빗물을 담아 계속 그려나갔다.

「거리, 그리고 나」 10쪽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짐을 챙기려던 순간,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잠시 얼어붙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빠르게 캔버스에 담았고 그녀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나는 이 작업이 단순히 이번 시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거리, 그리고 나」 10쪽

흰머리가 매력적인 린다 파고를 그리게 되면서 모델과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다가가기 어려웠던 패션 에디터들과 패션 업계 관계자들에게 다가갈 자신감을 얻었다. 해미시 볼스는 젠틀했고 안나 델로 루소는 유쾌했으며 니나 가르시아는 에디터답게 바로 내 작업이 어떤 작업인지 물었다. 붙잡기도 어려웠던 제퍼슨 핵은 먼저 다가와 자신을 그려달라고 요청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오랫동안 선망해 온 카린 로이펠드를 그릴 때는 그녀가 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긴장감에 손이 떨렸다.

「거리, 그리고 나」 11쪽

영감을 얻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나의 시선이 닿는 것들, 나의 눈길을 끄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은 영감으로 다가와 나는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눈을 뜨고 파리의 공기 속에서 브러시를 꺼내 드는 것뿐이었다.

「Paris」 37쪽

길바닥에 잉크를 떨어뜨리자, 그곳은 나의 캔버스가 되었다.

「Paris」 49쪽

내가 꿈꿨던 그 거리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무시당하며 모든 것에 지칠 때면 눈은 멍해졌고 붓은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리는 걸 멈출 수도 없었다. 거리 한가운데 선 나는 방랑자였다.

「Paris」 105쪽

카린 로이펠드가 내 그림을 보자 말했다. “심플한 게 최고야.”

「Milano」 183쪽

차례

Prequel

Paris
London
Milano
Firenze
Copenhagen
New York
Seoul

Photographers
Artworks List

수와

라이브 아트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패션의 독특한 관점에 매료되어 전 세계 패션위크에 참석하며 눈길을 끄는 사람들을 길거리 현장에서 그리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뉴욕 파슨스스쿨오브디자인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마이클 코어스, 타미 힐피거 등 여러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 범위를 넓혀왔고,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 브랜드 캠페인, 라이브 페인팅 이벤트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서 패션 드로잉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 컬러링북 『HERS』와 『LOOK』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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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