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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디지털: 토픽과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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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과학기술과 디지털 야만의 민낯
기술 숭배를 넘어 인간–기술 앙상블의 미래를 성찰하라

『포스트디지털: 토픽과 지평』은 기술문화연구 관점에서 기술에 의존하는 현실에 대해 성찰적 태도와 실천을 촉구하는 책이다. 전 세계로 확산된 COVID-19 팬데믹은 기술 과속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현실 속에서 소통과 관계는 점차 전자적인 방식으로 바뀌어간다. 그 과정에서 목도되는 기술 물신의 질곡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술과 미래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만을 퍼뜨리는 기술 열광의 여타 미래서와 다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이자 비판적 문화이론 저널 《문화/과학》 공동 편집인으로, 테크놀로지, 사회, 문화, 생태가 상호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연구, 비평, 저술, 현장 활동을 이어가는 저자 이광석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기술의 긍정적 비전과 열망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지는 일자리, 빅데이터와 생체 정보의 무차별 수집으로 인한 개인 정보의 오남용, 플랫폼 알고리즘 기술로 인해 더 나락으로 빠져드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위, 청(소)년의 노동권과 정보인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비판적 문제인식은 기술 숭배와 미래 낙관론 대신, 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대안의 전망에 목말라 했던 독자에게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포스트디지털’은 디지털 신기술의 열광과 숭배에서 벗어나 첨단기술로 상처 입은 약자의 연대 회복과 낡고 소외된 기술의 복권을 추구한다.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모두의 공생공락을 도모하기 위한 미래 구상이다.

편집자의 글

4부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술의 사회문화사와 현장 분석, 대안 기술, 기술문화이론을 폭넓게 살핀 컬렉션에 가깝다.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읽기 위한 특정 ‘주제(Special Topics)’를 통해 현대인의 기술 성찰을 도울 새로운 연구와 실천의 ‘지평(New Horizons)’을 찾고자 했다.

1부 한국판 기술문화의 지형은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디지털 역사를 추적한다. 디지털 변천사는 사회문화사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디지털 개혁이 개인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력과 변수가 되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부 청년 기술문화의 토픽은 스마트폰에 의존한 청년노동 현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신체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모바일 테크놀로지가 청년의 물질적 불안정성과 결합해왔고 어떤 사회·심리적 어려움을 유발하는지 살펴본다.

3부 비판적 제작과 기술미학은 기술 발달로 점점 무뎌지는 인간의 신체와 제작 행위에 관한 중요성을 다룬다. 단순히 조립하고 만드는 것이 아닌 ‘사물 본질의 이해와 성찰을 목표로 하는 ’비판적 제작(critical making)’은 알 수 없고 두려운 ‘암흑 상자’를 넘어 기술감각의 획득과 즐거움, 그 실천을 회복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로부터 리터러시의 성찰 개념과 연결지은 ‘비판적 제작 리터러시’ 관점을 제시한다.

4부 기술문화연구의 지평은 이론-비평(해석)-현장의 층위에서 ‘기술문화연구’의 영역과 지평을 다룬다. 올바른 기술문화연구는 기술을 향한 근거 없는 낙관론 대신 기술을 이해하는 비판적 태도와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책 속에서

이 책 『포스트디지털: 토픽과 지평』은 디지털 신기술의 열광과 숭배에서 벗어나 그 ‘이후’를 도모하기 위한, 즉 ‘포스트디지털’을 마련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다. ‘디지털’ 시대가 기술의 형체를 파악하고 열광하는 시기였다면, ‘포스트디지털’은 차분히 그 공과를 따지고 기술의 방향을 이제까지의 발전이나 성장이 아닌 공생과 자율의 가치에 기반해 읽으려는 시도다.

7쪽

스마트폰은 이제 급속히 오감을 흔들고 신체 내부로 파고들면서 이른바 ‘포스트휴먼(posthuman)’ 인간의 조건을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은 신체 감각과 기억을 전자화하고 어디서든 편재화(ubiquity)하고 비대면적 초(超)연결 접촉을 일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현대 스마트기기의 출현은 고정되고 붙박인 곳들에서 일어나는 랜선 데이터의 순환에 일종의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16–17쪽

가짜 기호들의 범람과 이의 특정한 변조는 권력의 전통적 이데올로기 작동 층위와는 별개로, 대중 정서적 차원에서 또 다르게 권력의 자장을 넓히는 새로운 ‘테크니스’(기술권력)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알고리즘 기계 장치는 편견과 이데올로기의 때 묻은 세계를 순수한 과학의 오류 없는 숫자의 세계인양 포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가짜 약호들을 퍼뜨리며 판독 불가능한 현실 질서를 주조한다. 이는 공통감각의 위기이자 기술감각의 퇴락을 부채질한다.

62쪽

고슴도치란 동물은 주위에 어두운 대신 한 곳만을 깊이 있고 진지하게 파고드는 습성을 지니면서, ‘순수’ 인문학자의 ‘비판적’ 성향을 표상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여우란 동물은 꾀 많고 두루 많이 알고 바깥의 정세에 민감하고 밝다. 여우란 상징은 이른바 디지털 감수성 혹은 방법론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동시대 테크놀로지 감각을 이끄는 순발력에 비견할 수 있다. 달리 말해, 고슴여우(hedgefox)의 비유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이제 납작해진 ‘디지털인문학’의 가치를 제고해 여우(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고슴도치(인문학)의 이종교배를 통해 비판적 인문학적 이론과 방법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비유법에 있다.

89쪽

청년과 스마트폰의 상호 관계성과 관련해 근본적으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청년들이 고강도 알바노동을 통해 버는 수입 가운데 평균 10% 정도를 이동통신 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스마트폰이 거의 생존을 위한 보편적 미디어가 된 상황에서, 어렵게 번 수입에서 통신비 비중이 10%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결국 통신사는 청년들의 생존 비용을 너무 쉽게 앗아가는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105쪽

알바 노동을 하면서도 시시각각 모바일 앱을 통해 다른 초단기 일거리를 찾는 모습은 현재 비정규직 일자리의 불안전성, 취약성, 비예측성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초단기 노동의 불안 상태는 기동성, 휴대 편리성, 다기능성 등 기술적 특징을 지닌 스마트폰이 부초처럼 이동하며 일하는 청년들의 개별 신체에 계속해 더 밀착하게 만드는 근거다.

155쪽

제작은 실제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조한다는 의미보다는 사물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에서 그 원리를 체득하고 깨우치는 ‘과정주의적’ 혹은 ‘구성주의적’ 삶의 지혜 추구에 가깝다. 삶의 현장에서 보자면, 제작은 자본주의적 시장 기능과 쓸모가 다한 사물과 기계를 깨워 흔들어 뜯어보고 뒤섞고 덧대어 새롭게 혼을 살리는 행위다.

179쪽

‘4차산업혁명’ 시대 빅데이터 기반형 미디어 이용의 보편적 접근, 알고리즘 매체 활용 능력 향상, 온라인 혐오나 ‘탈진실’ 시대 가짜 뉴스 변별력 등 어떻게 이용자 해석과 판단 능력을 기를 것인지에 주안점을 둔 미디어 교육이 증가 추세다. 긍정적 징후라 할 수 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기술의 지구 생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인공지능 기술자동 사회의 도래를 감안한다면 우리가 알고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만으로는 도래할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기에 불충분하다.

202쪽

기술문화연구는 구체적으로 전통적 ‘대중매체’(라디오, 영화, 방송 등), ‘로테크’ 인공물(유선전화, 팩스, 복사기, 각종 생활형 기계 및 목공 등 일상 기술들), ‘미디어 신기술’(스마트폰, 인터넷, 소셜웹, 플랫폼, 인공지능 등)을 주로 다루는 연구 영역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즉 단순 설계의 인공 기술에서부터 고난이도의 인프라가 구비되어야 가동하는 스마트형 기술에까지 이르는, 인간 종의 창의력이 개입해 생성된 ‘기술적 대상(technical artifacts)’을 주로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230쪽

현대 세계에서 소외의 가장 강력한 원인은 기계에 대한 이런 몰이해에 있다. 그 소외는 기계에 의해 야기된 것이 아니라, 기계의 본성과 본질에 대한 몰-인식으로 인해서, 의미작용들의 세계 속에 기계가 부재함으로 인해서, 그리고 문화의 일부를 이루는 가치들과 개념들의 목록에 기계가 빠져 있음으로 인해서 야기된 것이다.

256쪽

오늘날 기술 문제를 접근하기 위해서는, 오딘이 그렇게 갈망했던 지혜에 이르려는 용기와 동시대 과학기술의 변화를 읽으려는 ‘비판적’ 자세가 선제되어야 한다.

272쪽

차례

들어가는 글

한국판 기술문화의 지형
전자 미디어와 디지털 주체의 탄생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술감각의 조건
테크놀로지와 인문학의 불안한 동거

청년 기술문화의 토픽
청년 모바일 노동문화의 조건
서울–도쿄 청년의 위태로운 삶과 노동

비판적 제작과 기술미학
사물 탐색과 시민 제작문화
비판적 제작과 리터러시

기술문화연구의 지평
기술문화연구의 위상학
기술 계보학적 문화(사)연구
기술비판이론과 기술 민주주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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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 테크놀로지, 사회와 문화예술이 서로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 비평, 저술, 현장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문화 연구,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정보 공유지 연구, 청년 잉여 문화와 테크놀로지 연구이며, 향후 온라인 정동과 참여 예술의 아카이브 연구, 비판적 수·제작 문화 연구, 디지털인문학 비판, 인터넷 초기 사회문화사 등에 집중한다. 『디지털의 배신』 『데이터 사회 미학』 『데이터 사회 비판』 『뉴아트행동주의』 『사이방가르드』 『디지털 야만』 『옥상의 미학노트』 등을 저술했고, 『불순한 테크놀로지』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사물에 수작부리기』 등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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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