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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언어: 연두빛사람들 조경가 인터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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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시대 조경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한 인터뷰집

땅을 읽고 도시를 다시 쓰는 사람들
조경가의 세계로 들어가다

『풍경의 언어』는 한국 동시대 조경 스튜디오 일곱 팀을 인터뷰한 책이다. 도시의 땅과 식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계해 온 조경가들의 실제 목소리를 담았다. 2025년 예술의전당 전시 〈버던트 콜렉티브스〉로도 소개된 ‘연두빛사람들’ 기획의 첫 번째 결과물로, 조경이 무엇을 다루고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조경은 생태·도시·기술·재료·사용자 경험이 교차하는 고도의 설계 행위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조경을 ‘건축의 부속 분야’ 또는 ‘잔여 공간을 꾸미는 일’로 오해하곤 한다. 『풍경의 언어』는 낯설고도 친밀한 조경가의 존재에 집중하며, 일곱 스튜디오의 설계 과정·태도·작업 이야기를 통해 조경가가 땅을 다루는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이 어떻게 하나의 풍경이 되는지 보여준다. 나아가 조경가라는 낯선 직업의 세계를 한층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도시 장면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편집자의 글

조경가는 어떤 언어로 땅에 말을 걸고,
그 말은 어떻게 풍경이 되는가

책의 출발점은 ‘연두빛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작은 모임이었다. 2023년 여름, 몇몇 조경가가 각자의 애착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시작된 모임은 곧 ‘디자인 톡스(Design Talks)’로 불리며 성장했다. 사무실 또는 현장에서 쌓아온 고민과 시행착오, 설계 철학이 한자리에 모였고, 단순한 대화로 시작한 모임은 동시대 조경 실무의 기록이자, 동료들의 마음을 지탱하는 일종의 해독제가 되었다. 책은 바로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조경은 건축이나 예술보다 덜 조명받았다. 국토 개발과 신도시 조성, 대형 공원과 정원의 시대를 지나며 조경은 언제나 도시 개발 가장자리에서 존재해왔다. 그러나 한번 잘 설계된 조경은 도시의 분위기를 바꾸고, 그 장소에 머무는 사람들의 태도와 움직임까지 달라지게 한다. 『풍경의 언어』는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 즉 현장에서 대지를 읽고 재료를 만지고 공간의 리듬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조경가의 사고와 실천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인터뷰한 일곱 팀은 오늘날 한국 조경의 흐름과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핵심 주체들이다. ‘얼라이브어스’는 <롯데호텔 제주 특화 설계> <역삼 포스코센터> 등 감각과 논리가 균형을 이루는 도시 풍경을 그린다. ‘안마당더랩’은 <호지 스테이> <어프로치 커피> 등 안정과 긴장이 공존하는 일상 공간을 탐구한다. ‘도감’은 <남해 끽다원> <안성 목적지9> 등 직접 짓는 디자인빌드 방식을 통해 조경의 새로운 미학을 제안한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립새만금수목원> 등을 설계한 ‘조제’는 공공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제이더블유엘’은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장충동 호텔신라 에르메스정원> 등 절제된 미감과 정제된 구성으로 공간의 품격을 만든다. ‘랩디에이치’는 조경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며 <타임워크명동 공유정원>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등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조경 리노베이션> <현대자동차 강남사옥 옥상정원> 등을 작업한 ‘오픈니스’는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켜 일상 풍경을 새롭게 디자인한다.

인터뷰는 가장 인간적인 기록 방식이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존중이 있고, 또 동료들의 일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 『풍경의 언어』는 조경가라는 낯선 직업의 세계를 친근하게 풀어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감각을 다시 깨운다. 도시에서 스쳐 지나갔던 장면 하나가, 이제는 누군가의 깊은 고민과 설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추천사

단숨에 읽었다. 희망을 보았다. 녹색을 그리는 사람들, 공간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하는 제3세대 한국 조경가들의 ‘속이야기’를 정갈하게 펼쳐놓은 책. 지금 여기의 조경이 포퓰리즘 공간 정치에 복무하는 장식주의를, 개발 사업에 녹색 면죄부를 발행하는 물량주의를 넘어섰음을 목격할 수 있다.

배정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월간 《환경과조경》 편집주간)

집을 나서서 만나는 디자인된 거의 모든 녹색 풍경이 조경가의 손을 거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그 녹색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열 명의 조경가는 어떤 수련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꿈을 한 땀 한 땀 일구고 있는지 들려준다. 이 책은 완성된 성공담이 아니라, 열정과 고단함이 병존하는 현재진행형 이야기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그래서 그들이 그려낼 초록 세상이 더 기대된다.

서영애 (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필시 피는 붉을 것인데 주변까지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이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 사람을 조경가라 부른다. 냉담하고 깔끔한, 묵직하고 균형 잡힌, 가볍지만 개념적인, 적절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땅을 만지고 하늘을 바꾼다. 이 책이 기록한 젊은 거장들이 익어갈 앞으로의 시간이 더 기대된다.

온수진 (서울시 정원도시국 조경과장)

책 속에서

녹색은 여러 가지 빛깔이 있다. 같은 녹색이라도 진한 숲색이나 탁한 국방색보다 연둣빛으로 칠할 때 더 밝고, 더 편하고, 더 건강하다.

7쪽, 「연둣빛이 더 아름다운 이유」

인터뷰는 우리 안에 있는 호기심 많고 진실을 갈구하는 존재를 끌어내어 묻고 답하는 행위다.

8쪽, 「연둣빛이 더 아름다운 이유」

연둣빛을 드러내는 방식이 얼마나 각양각색인지를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묘미다.

11쪽, 「진녹색의 동료애」

지금 시대에서 도시 안에 숲을 조성하고 나무를 심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해요.

155쪽, 「조제 | 조용준」

어떤 의도와 태도가 있더라도, 아무리 공격적인 콘셉트로 시작하더라도, 그 완성의 순간에는 ‘자연스러움’을 찾더라고요.

228쪽, 「랩디에이치 | 최영준」

결국 이 책은 ‘한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조경가들의 연대기’로 완성되었다.

279쪽, 「나오며」

차례

들어가며
연둣빛이 더 아름다운 이유 | 최영준
진녹색의 동료애 | 정욱주

인터뷰
얼라이브어스 ALIVEUS | 강한솔 김태경
감각의 넉넉함과 치밀한 짜임새 사이의 풍경

안마당더랩 Anmadang the Lab | 오현주 이범수
온전히 세공된 균형을 만드는 네 개의 손

도감 Dohgam | 최웅재
느슨한 자연으로 큐레이팅하는 공간의 분위기

조제 Joje | 조용준
늘 새로운 가면을 쓰고 그려내는 경관 만화

제이더블유엘 JWL | 원종호 정욱주
경관이 작동하는 궤적의 적정값

랩디에이치 Lab D+H | 최영준
대지의 공기를 바꾸는 담대함이 담긴 땅

오픈니스 OPENNESS | 최재혁
안 해야 될 것을 안 하는 마음으로 새긴 뜰

나오며
사진 크레딧

최영준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로, 동 대학에서 조경학 학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조경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경디자인성능연구실(landscape design performance lab)의 담당교수이자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Lab D+H Seoul) 디렉터로, 조경 작업이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연구하고,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오픈스페이스 조경 작업을 한다. <타임워크명동 공유정원>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파주 대통령메모리얼공원> <상하이 믹시몰과 공원> 등을 설계했고, 『공원을 읽다』 『용산공원』 『한국 조경 50년을 읽는 열다섯 가지 시선』을 공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