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는 어떤 언어로 땅에 말을 걸고,
그 말은 어떻게 풍경이 되는가
책의 출발점은 ‘연두빛사람들’이라는 이름의 작은 모임이었다. 2023년 여름, 몇몇 조경가가 각자의 애착 프로젝트를 공유하며 시작된 모임은 곧 ‘디자인 톡스(Design Talks)’로 불리며 성장했다. 사무실 또는 현장에서 쌓아온 고민과 시행착오, 설계 철학이 한자리에 모였고, 단순한 대화로 시작한 모임은 동시대 조경 실무의 기록이자, 동료들의 마음을 지탱하는 일종의 해독제가 되었다. 책은 바로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조경은 건축이나 예술보다 덜 조명받았다. 국토 개발과 신도시 조성, 대형 공원과 정원의 시대를 지나며 조경은 언제나 도시 개발 가장자리에서 존재해왔다. 그러나 한번 잘 설계된 조경은 도시의 분위기를 바꾸고, 그 장소에 머무는 사람들의 태도와 움직임까지 달라지게 한다. 『풍경의 언어』는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 즉 현장에서 대지를 읽고 재료를 만지고 공간의 리듬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조경가의 사고와 실천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본다.
인터뷰한 일곱 팀은 오늘날 한국 조경의 흐름과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핵심 주체들이다. ‘얼라이브어스’는 <롯데호텔 제주 특화 설계> <역삼 포스코센터> 등 감각과 논리가 균형을 이루는 도시 풍경을 그린다. ‘안마당더랩’은 <호지 스테이> <어프로치 커피> 등 안정과 긴장이 공존하는 일상 공간을 탐구한다. ‘도감’은 <남해 끽다원> <안성 목적지9> 등 직접 짓는 디자인빌드 방식을 통해 조경의 새로운 미학을 제안한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국립새만금수목원> 등을 설계한 ‘조제’는 공공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제이더블유엘’은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장충동 호텔신라 에르메스정원> 등 절제된 미감과 정제된 구성으로 공간의 품격을 만든다. ‘랩디에이치’는 조경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며 <타임워크명동 공유정원> <한강변 보행네트워크> 등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조경 리노베이션> <현대자동차 강남사옥 옥상정원> 등을 작업한 ‘오픈니스’는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켜 일상 풍경을 새롭게 디자인한다.
인터뷰는 가장 인간적인 기록 방식이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존중이 있고, 또 동료들의 일을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 『풍경의 언어』는 조경가라는 낯선 직업의 세계를 친근하게 풀어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감각을 다시 깨운다. 도시에서 스쳐 지나갔던 장면 하나가, 이제는 누군가의 깊은 고민과 설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