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디자인 연구의 기초: 개념어 10+텍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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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개념어를 알아야 디자인을 안다
디자인 텍스트를 읽어야 디자인을 읽는다
한국 디자인을 위한 기초 쌓기, 디자인 연구

30년 동안 한국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온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이 이번에는 한국 디자인을 연구하는 데 토대가 될 수 있는 책 『디자인 연구의 기초: 개념어 10+텍스트 10』을 내놓았다. 안그라픽스에서 출간한 최 범의 디자인 텍스트로는 열 번째 책으로, 지은이가 2014년부터 2016년에 걸쳐 《타이포그래피 서울》과 월간 《디자인》에 실은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디자인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디자인 담론을 접할 때마다 한국 디자인의 논리적, 개념적 기반이 결여되어 있음을 느낀 지은이 최 범이 디자인 연구에 기초가 될 수 있는 열 가지 디자인 개념어를 설명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한국의 디자인 텍스트에서 숨 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열 권의 책을 해제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서론은 디자인 개념어와 디자인 텍스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꼭 읽어보아야 하는 텍스트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추상, 보편, 역사라는 다양한 층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사용되어 왔는지 이야기한다. 디자인이라는 말의 어원인 디세뇨를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해 디자인이 어떻게 추상화되어 사회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는지 그리고 디자인사가 역사라는 틀에서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지 심도 있게 다룬다. 그래서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곱씹어보며 깊게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다. 이어서 1장은 디자인 의미를 비롯해 디자인 문화, 정책, 비평, 역사 등 디자인 연구의 기본이 되는 열 가지 개념어를 서양 디자인과 사회, 한국 디자인과 사회를 넘나들며 알기 쉽게 설명한다. 2장은 국내에 출간된 디자인 텍스트 열 권을 그만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제하며 디자인 개념어가 실제 한국 디자인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여준다. 국내 몇 안 되는 디자인 평론가인 최 범의 『디자인 연구의 기초: 개념어 10+텍스트 10』은 디자인 연구를 위한 디자인 개념어와 텍스트를 그저 해석하고 보여주는 것에서 끝내지 않는다. 한국 디자인이 놓여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책은 한국 디자인 연구에 대한 제대로 된 기초를 쌓고 올바른 눈을 기를 수 있는 안내서이자 지침서라고 하겠다.

편집자의 글

디자인 개념어로 보이는 한국 사회
한국 사회를 통해 보이는 한국 디자인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한국 사회에 들어와 어떤 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은 문화가 되었는가? 국가가 주도하는 디자인 진흥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인가? 우리는 서양에서 들어왔다는 디자인을 제대로 된 연구 없이 그저 성과만을 좇아오지 않은가? 최 범의 『디자인 연구의 기초: 개념어 10 + 텍스트 10』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이다. 이 책은 언뜻 보기에 이론서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단순히 디자인 연구를 위한 이론서가 아니다. 열 개의 개념어를 파고들고 텍스트를 파헤치며 한국 사회와 디자인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가령 디자인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최 범은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은 문화가 되지 못했고 우리 삶으로 들어오지 못했으며 이는 실패한 시장의 결과이거나 반문화적 정치 기획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현대 문화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또 산업 이외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은 사회적, 문화적 가치는 배제되어 있으며 이는 디자인 산업 개념의 과잉화에서 온다고 말한다. 단순히 디자인 연구를 위한 개념어의 설명이 아니라 디자인이 발 딛고 서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가는 것으로 한국 디자인의 연구가 왜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최 범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과한
열 개의 국내 디자인 텍스트가 보여주는 한국 디자인의 변화와 흐름

우리는 어떤 분야를 공부할 때 누군가가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권해준 경험을 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의 2장은 디자인 비평가 최 범이 국내에 나온 디자인 텍스트 열 권을 그만의 관점으로 날카롭게 해석하며 디자인 연구를 한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권해준다. 이 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가 소개하는 열 권의 책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디자인의 흐름과 변화가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 최초의 디자인 이론가 정시화의 책 『현대 디자인 연구』로 한국 디자인 이론의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고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이 쓴 디자인 책 김은산의 『비밀 많은 디자인씨』와 우리 삶 속의 디자인에서 디자인 문화를 찾아낸 김상규의 『어바웃 디자인』을 풀어낸 글을 통해 디자인이 점점 우리 삶과 밀접해지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지막 윌리엄 모리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윤여경의 『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에 이르러서는 자주적 디자인의 첫걸음을 걷는 한국 디자인의 모습이 최 범의 해설을 통해 보인다. 한국 디자인이 더 이상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것을 누리는 일반 사람의 것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최 범의 해제를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보이는 이유는 분명 좋은 디자인 텍스트를 골라내 권해주는 최 범의 뛰어난 디자인 비평력 덕분이지 않을까? 여기에서 소개한 책들은 2014년까지 나온 디자인 텍스트들이다. 이후의 우리 디자인계에는 어떤 텍스트들이 등장해 어떤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을까?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의 시선이 통과한, 날카롭게 파고들면서도 친절하게 권하는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디자인 연구에는 반드시 디자인 개념이 선행되어야 한다. 디자인 실천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 연구는 디자인 개념의 체계적 구축을 통해서만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정확한 개념 없이 탄탄한 학문이 나올 수 없다. 학문은 개념이라는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자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관련된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디자인 연구에 필요한 디자인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5쪽

디자인의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디자인이라는 통합된 고유한 실천 영역의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이고 불균등한 역사 속에서 어떤 사회적 배치와 효과로 우연히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디자인의 개념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의 투명함보다는 불투명함을, 하나의 역사보다는 다수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계보학적 역사 개념이 진정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바로 현재를 역사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39쪽

한국의 경우 산업화 자체가 국가에 의해 위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동원된 형태를 띠었기 때문에 디자인도 생산 과정의 한 요소라는 의미에 머물지 않고 처음부터 강력한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띠었다. 특히 경제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미술 수출’이라는 구호에 의해 국가주의적 의미를 강하게 띠면서 전반적으로 국가가 주도하는 디자인 진흥 정책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한국은 서구와 같은 모던 디자인 운동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부분을 국가에 의해 ‘동원된’ 디자인이 대신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서구의 모던 디자인과 한국 디자인의 가장 커다란 차이다.

54–55쪽

디자인과 디자인 문화는 다르다. 디자인과 디자인 문화가 같은 말이라면 당연히 디자인 문화라는 말은 쓸 필요가 없다. 그것은 언어의 경제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 대부분 디자인과 디자인 문화를 아무런 구분 없이 사용한다. 디자인 문화를 디자인에 문화라는 말을 덧붙인 장식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디자인에 문화라는 말을 붙이면 무언가 조금 더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과연 문화의 의미는 그런 것일까? 문화라는 말은 양념이나 장식품처럼 그저 첨가하면 좋은 것일까? 디자인 문화라는 말은 그저 디자인이라는 말에 꽃 하나 꽂은 것이라 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디자인 문화는 실제로 디자인과 다르지 않거나 아니면 디자인의 부풀려진 의미 이상이 아닐 터이다.

77쪽

그런데 이런 전통적 의미에서의 예술 작품 비평을 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는 의문이다. 이는 디자인 작품을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되는데 근본적으로 예술과 디자인의 개념과 차이에 대한 문제다. 대체로 우리가 예술과 디자인을 구분한다는 점에서 보면 작품 비평으로서의 예술 비평 방법을 디자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그것을 작품이라고 부르든 산물이라고 부르든 또 뭐라고 부르든 간에 특정한 디자인 대상에 대한 비평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설령 특정한 디자인 대상에 대해 비평할 경우에서조차도 그것은 예술 비평에서의 개별 작품 비평과는 다른 무엇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105쪽

2000년대 들어 한국 디자인에 나타난 중요한 현상은 ‘디자인의 대중화’다. 디자인의 대중화? 사실 모호한 표현이다. 이 말은 누가, 어떤 관점에서 쓰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대중화되었다는 말은, 말 그대로 디자인(그것이 무엇이든 간에)이 대중에게 널리 퍼져나갔다는 말일 수도 있고, 대중이 디자인에 관심을 많이 두게 되었다는 말일 수도 있으며, 아예 다른 말일 수도 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의 대중화라는 현상은 후자의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책도 나올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162쪽

나는 윌리엄 모리스 전문가가 아니기에 윤여경의 윌리엄 모리스에 관한 공부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는 윌리엄 모리스를 공부하는 윤여경의 자세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모리스는 어떻게 보든지 간에 서양 디자인의 선구자로서 의의가 있는 인물이 아닌가? 이런 사람에 대한 학습도 없이 어떻게 서양 디자인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윤여경을 보면서 한국 디자인의 근대화가 이제야 비로소 시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187쪽

차례

머리말
디자인 연구를 위한 기본 개념과 텍스트의 이해

서론
디자인 개념의 인식론적 층위들: 추상, 보편, 역사

1장 디자인 연구를 위한 개념어 10
디자인 의미
디자인 생산
디자인 방법
디자인 연구
디자인 문화
디자인 산업
디자인 정책
디자인 진흥
디자인 비평
디자인 역사

2장 한국의 디자인 텍스트 10
서양 디자인 학습의 성과를 보여준 교과서
: 정시화의 『현대 디자인 연구』
디자인 문화론의 시대를 연 참신한 텍스트
: 김민수의 『21세기 디자인 문화 탐사』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국적 맥락화
: 오창섭의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서양 디자인을 주석하는 힘
: 강현주 외 9명의 『열두 줄의 20세기 디자인사』
한국 사회와 디자인, 그것만이 주제다
: 최 범의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디자인에 대한 급진주의적 사고를 엿보다
: 서동진의 『디자인 멜랑콜리아』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정작 디자이너에게 물어볼 수 없었던 것들
: 김은산의 『비밀 많은 디자인씨』
디자인 이야기의 힘, 부드러움 속의 단단함
: 김상규의 『어바웃 디자인』
소중한, 단 하나뿐인 한국 디자인 통사
: 김종균의 『한국의 디자인』
서양 디자인을 공부하는 자세
: 윤여경의 『런던에서 온 윌리엄 모리스』

최범

디자인 평론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동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 편집장, 디자인 비평 전문지 《디자인 평론》의 편집인을 역임했다. 디자인을 통해 한국 사회와 문화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 『한국 디자인 어디로 가는가』 『한국 디자인 신화를 넘어서』 『그때 그 책을 읽었더라면』 『한국 디자인의 문명과 야만』 『공예를 생각한다』 『최 범의 서양 디자인사』 『한국 디자인과 문명의 전환』 『한국 디자인 뒤집어 보기』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디자인과 유토피아』 『20세기 디자인과 문화』가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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