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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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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로 기획한 오은정 작가의 ‘지금 시작하는 시리즈’.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에 이은 마지막 이야기는 ‘자화상 그리기’이다. 대상의 얼굴을 그리는 일은 그 시간 동안 대상을 생각하는 일과 같다.

PART 1 시작, 자화상은 자화상이 어떤 의미인지, 자화상을 그리는 사이 자신에게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식물에 필요한 물과 햇볕처럼 저자에게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거울’이 있다. 거울을 통해 적당히 조절한 빛을 따라가면 차마 외면했던 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안의 연약함을 똑바로 마주하고 나의 진짜 얼굴을 발견한다.

PART 2 내가 남을 볼 때는 저자가 9년간 진행한 드로잉 수업에서 만난 이들을 소개한다. 과감한 도전을 결심한 60대 여성, 비로소 나를 돌아본 40대 직장인, 용기 있던 커트 머리 그녀, 건실한 20대 청년, 15년 경력의 베테랑 연극 배우. 처음에는 누구나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당당하게 자신을 보여주었다. 때로 타인의 자화상에서 나를 찾는 단서를 얻는다.

PART 3 내가 나를 볼 때는 스스로를 탐구한 자화상을 공개한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그리며 수많은 감정을 보듬었던 기억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 저자의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내가 닮은 부모님과 나다움을 끌어내는 반려자를 비롯해 나를 둘러싼 관계로 확장된다. 그렇게 또 하나의 자화상이 늘어난다.

PART 4 다시, 자화상은 내일의 자화상을 다룬다. 나는 나지만, 언제든 다른 삶을 살 수 있기에 내일은 오늘과 다른 자화상을 그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삶은 연극 무대 같기도 하고 소설책 같기도 하다. 당신 안에는 몇 개의 자아가 있는가? 그 모습 전부가 ‘나’라는 걸 알면 한결 자유로워지리라. 작은 삽지 속 오은정 작가의 여러 자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PART 5 본격 인물화 그리기는 본격적인 실기를 위한 다양한 기법을 알려준다. 고전 명화 탐구법, 뼈와 근육 구조를 익히는 해부학, 부드러운 피부 표현, 감정을 넣고 음영을 더하는 연출, 체형과 동작에 이르기까지.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려면 대상을 많이 관찰하고 깊이 알아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 시작점에 순수한 눈이 있다.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편집자의 글

나는 누구인가, 지금 그리고 있는 대상은 누구인가
나의 얼굴을, 그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

“자화상을 그린다는 건 거울을 보는 것과 달라 그리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탐구하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동자부터 코 끝, 입가 미소, 얼굴의 음영, 머리칼까지, 그림은 사진에서 전달되지 않는 무엇인가 다른 감각을 전달한다. 그만큼 대상을 세세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관찰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기술적으로 잘 그린 결과물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나를 드러내고 들여다보며 과거, 현재,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진실된 시선과 감정을 찾아가는 여정, 그 여행길 끝에 다다르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자화상 그리기를 통해 나 자신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보자.

off-jung과 on-jung 두 가지 정체성으로 활동해온 오은정에게 인물화는 기법이 아니라 인생이었다. 색칠 공부 책을 따라 그리던 꼬마 화가에서 미대생이 되는 사이, 그리고 지금에 오기까지 해를 넘길수록 저자가 인물화에 만족감을 느끼는 데 저자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런 저자의 오랜 경험을 나누기 위해 드로잉 에세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공을 들였다. 이번 책에는 시리즈의 전작과 달리 명화를 많이 포함했다. 저자가 들려주는 명화와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그들의 작품이 왜 몇백 년 동안 회자되는지 알 수 있다. 삽입된 도판을 살펴보며 마음에 드는 명화 속 인물을 자유롭게 모사해보는 것도 좋다. 더불어 인체의 뼈와 근육 형태를 세밀하게 묘사한 페이지를 추가했다. 트레싱지를 대고 따라 그리거나 더 크게 연습해보기를 추천한다. 재료와 기법으로 구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인물화에 있다. 그렇기에 인물화는 단순하지 않다. 저자는 여전히 인물화를 완성하는 과정에 서 있다.

이 책은 다섯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마주치게 될 수많은 이의 표정을 담은 저자의 그림, 그림에 곁들인 설명, 고전 작가의 명화, 인체해부학 자료, 저자가 진행한 인물화 연습 프로젝트 수강생의 소감이 인물화를 그리기에 앞서 막막한 독자에게 좋은 단서가 되길 바란다.

책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지 않으면 세상의 반응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칼 구스타프 융

내 얼굴을 그려본다는 건, 생략되고 누락된 과정을 재생시키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부정하고픈 흉터도 발견하겠지만 그런 나를 찬찬히 대면하면서 무언가 밝아짐을 느낀다. 그 빛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희미하게 보이지 않던 나만의 진짜 얼굴도 발견할 수 있다.

20–21쪽

‘나다움’이란 ‘내 감정을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아닐까. ‘내 편’은 나다움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며 함께한 세월이나 몸담은 장소와 상관없이 저 멀리 있을 수도 있고 이미 내 주변에서 낯선 누군가로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34쪽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는 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는데도 한 계절만 겪는 것과 같은 걸까? 다양한 온도와 색을 경험할 수 없어서 여름이 있는 줄도 겨울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거나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일지도. 그럴 땐 내 과거를 회상하며 나를 설레게 했던 무언가를 찾아보는 것 또한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72쪽

창의적인 드로잉이란 평범한 내가 독특한 세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독특한 우주가 바라본 평범한 세상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요.

116쪽

그림 속 내 눈엔 수많은 감정이 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나는 그녀와 협력하고 싶었다.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니?’ 상쾌하고 개운했다. 다시는 나를 자책하고 지하세계로 끌고 들어가지 말자고 다독였다.

129쪽

내가 나를 키운다는 건 자화상을 그릴 때, 있는 그대로 리얼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색감이나 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그려보는 것과 같다. 삶 속에 무슨 색을 집어넣을까 상상하며 앞으로의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다.

163쪽

나도 잠시 멈춘다. 이젠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당연히 걸음걸이는 전보다 더 느려지겠지만 한 발짝 디딜 때마다 짙은 꽃향기를 맡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고 눈을 감은 채 바람도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남들보다 한참 뒤쪽에서 생을 마감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좀 더 내 감각의 밀도를 높이고 싶다.

178쪽

거의 수평 각도로 그 속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잔잔함 속에서 지속력도 생긴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성공과 실패의 굴곡도 나중엔 평평함이라는 평균치를 이룬다. 그러니 잔잔하게 유지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어려운 것인가.

193쪽

내가 노인이 되면 연식이 오래된 스포츠카가 되겠지만 관리만 잘해준다면야, 고급 엔진도 쓸 만하고 성능 좋은 브레이크도 여전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 스포츠카가 돼보려 한다. 잠시 상상한다. 훗날 내가 고급 엔진이 달려 있고 성능 좋은 브레이크를 갖춘 할아버지 스포츠카나 할머니 스포츠카가 되어 있는 것. 꽤 멋지지 않은가.

211쪽

나는 인물 그 자체를 그리기 위해선 그 사람을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인물의 영혼을 담으려면 그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을 그리는 사람이 찾아내야 한다고 보았다.

252쪽

잠시 눈을 감고, 누군가를 떠올려보자. 그 사람을 알고는 있는데 막상 그릴 수가 없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거다. 관찰은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고 떠올려 그릴 수 있는 건 그 사람에 대한 내 생각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266쪽

인물화 기법은 기술의 일부일 뿐, 어떤 인물화를 그리느냐는 삶의 태도에 달려 있다. 단순한 선 몇 개로도 그 사람의 시선, 마음,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건 손끝의 연마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삶의 밀도 때문일 것이다.

357쪽

차례

이 책을 내기까지
시작하며

PART 1 시작, 자화상
내 얼굴을 그린다는 것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남긴 것
그림을 그리지 않는 그림 수업
백지를 대하는 자세
냄비 받침이 될 각오
백수에게 박수를
내 편을 만나러 가는 길
연약함에 대하여
고양이의 그루밍처럼
자화상은 인물지도다

PART 2 내가 남을 볼 때
그림이 ‘너’를 말해주네
루치안 프로이트, 얼굴 속의 단서를 찾다
거울 바꿔보기
털장갑 같은 눈물
서툰 인간
나는 원래 차가운 사람이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다
20대와 60대의 꿈
퇴사가 답은 아니다
내 안의 금수저
구체적인 죽음

PART 3 내가 나를 볼 때
객관적으로 나를 보다
에피파니
나는 사실 분홍색이 좋다
이것도 나예요
너는 매일 행복하지?
나에게 가족이란
블랙홀
나의 성분
엄마
아빠
부부의 자화상
옆 사람 보지 말기
내가 나를 키운다
괴로움도 연료로 쓸 수 있다면
나에게 ‘일’이란
나도 조르바처럼 살고 싶다
진통제
인생이라는 숲길

PART 4 다시, 자화상
불편한 가족관계 야매 극복
마냥 좋은 삶이란 없다
잔잔함이 더 어렵다
사는 게 고통이라면
오늘은 마음껏 어둡고 싶다
‘워라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기준 리셋
어린 나의 자화상
부모의 향수병
할머니 스포츠카
노인의 자화상
나와 나의 평화협정문
여러 개의 내 이름

PART 5 본격 인물화 그리기
인물화는 단순하지 않다
시동 걸기
진정한 인물화란
수학의 정석과 예술
그리고 싶은 사람들의 비밀
잃어버린 것 찾기
인물화의 목적
못 그려도 그 사람처럼, 인상 포착
기억 속 관찰
명화가 명화로 그치지 않으려면
‘예술’이라는 우주탐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로댕과 뭉크, 인물의 심리를 통찰하다
어린 왕자 캐릭터가 나오기까지
블라인드 드로잉
조각상 활용하기
해부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미술가를 위한 인체해부 공부란
해부학은 어떤 순서로 연습할까
인물화를 위한 해부학
머리뼈
얼굴의 안면 근육

눈보다 어려운 코와 입
접시에 눈, 코, 입을 담지 말자
인물화의 피부 표현
주름이 아니라 웃는 겁니다
인물의 감정 표현
손과 발을 그릴 때 자꾸 틀리는 것
점점 커지거나 점점 작아지거나
다양한 체형
인체의 동작
일상 속 인물 크로키

마치며
고마움을 전하며

오은정

숲과 여행, 사색을 좋아하는 순수 예술 작가. 깨어 있는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 ‘온정(onjung)’이라는 필명을 사용한다. 지은이에게 그림 작업의 휴식은 글쓰기이며 글쓰기의 휴식은 그림 작업이다. 미대 시절 우연히 떠난 긴 여행에서 즐겁게 그리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터넷 동호회 ‘미술과사람들’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그림 그리기를 사랑하는 이들과 ‘사부’와 ‘제자’로 만나 서로의 인생과 그리기 철학을 15여 년째 나누는 중이다. 자신이 받은 재능을 세상에 환원하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하고 있으며, ‘지금 시작하는 시리즈’가 그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세상을 응시하고 작품에 담으며 낙천주의 예술가로 살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지금 시작하는 여행 스케치』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 『쓸데없이, 머엉』 『오늘을 채우는 드로잉 워크북』 『THE CATS』 『울지마, 동물들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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