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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나와서 무얼 할까: 음악이 직업이 되는 열네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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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직업이 되는 열네 가지 이야기

예술 관련 분야는 천재적이고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거나, 밥 굶기 딱 좋은 분야라는 편견에 시달리곤 한다. 하지만 그런 오해와 걱정은 예술을 ‘창작’이라는 틀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에 빚어진다. 물론 예술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창의성과 독창성이 필요하지만, 직접 예술을 창조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음악이라는 예술 분야의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함으로써,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나 음악을 공부하고는 있지만 미래가 불안한 학생들에게 작은 안내서가 되고자 한다. 작곡이나 연주와 같은 창작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학자, 음악평론가와 같은 학문 분야, 음악치료사나 공연기획자, 레코딩엔지니어처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함으로써 폭넓은 음악의 길을 제시한다.

대중매체에 잘 노출되지 않아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던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그들이 음악인의 길을 걷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고, 어떤 생각과 태도로 임해왔는지를 읽다 보면 음악이라는 세계 안에서만 그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커다란 세계 안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이 책은 음악의 길을 걷는 음악인들에게는 용기와 격려와 충고를,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인에게는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더 다양한 음악의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 될 것이다.

편집자의 글

예술의 길을 간다는 건 어쩌면 큰 고민과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음악은 천재만 해야 한다는 오해, 예술 하는 사람들은 배고프다는 편견을 극복해야 하고, 끝없는 인내와 자기와의 싸움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여기, 그 모든 편견과 오해를 딛고 음악인의 길을 걷는 열네 명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 역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고민과 갈등을 겪었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이들이 후배 음악인들을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떻게 음악을 접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공부해왔는지, 음악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그리고 같은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가감 없이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스승이자 선배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 녹아 있다.

각 음악 분야에 따라 ‘음악, 사람과 세계를 이해하는 일’ ‘음악의 길, 스스로 찾아 걸어라’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사람을 키우는 음악’ ‘주인공이 아닌 음악은 없다’ ‘전통의 길을 걸으며 새로움을 꿈꾸다’ 등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한 뒤, 그에 맞는 직업을 각 장에 배치했다. 모두 열네 명의 음악인들을 인터뷰한 이 책은,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음악인들, 음악인의 길을 걷고 싶은 학생, 자녀의 진로 문제로 고민이 많은 학부모들을 위해 실용적인 정보를 많이 담았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며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프로 세계에 입문하는 방법이나 수입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의 진로 선택과 직업 탐색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 책의 취지에 공감한 인터뷰이들은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임하면서 전문적인 음악 지식은 물론이고 스승이자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과 충고, 때로는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까지 성실히 답해주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각 대학의 음악 관련 학과와 전공자 현황 등 구체적인 정보를 실어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구성했다.

어떤 분야이든 재능을 갈고 닦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다. 이 책은 진로를 고민하고 미래를 모색하고자 하는 음악인들을 위한 책일 뿐만 아니라, 한 분야에 자신의 인생과 삶을 쏟아 붓는 예술가들의 뜨거운 열정의 기록이자 성실한 삶의 태도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음악은 감정으로 하는 겁니다. 과학으로 감정의 세계를 설명할 수 있나요. 과학자가 아무리 설명해도 다다를 수 없는 곳이 감정의 세계예요. 그런데 요즘은 음악을 과학이나 수학처럼 정확한 수치로 계산해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음악은 음악으로 가르쳐야 해요. 그 음표가 가지고 있는 진가는 수학처럼 계산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음악적 분위기 안에서, 그 흐름 안에서 파악되는 거죠. 그리고 예술가란 인간성과 감성을 자연스럽게 녹아내면서 그 안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피워내는 사람이에요. 세상이 혼탁해지고 어지러워지면서 우리가 인간임을 잃어버릴 때가 있어요. 예술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성을 놓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야 해요. 그게 브루크너를 연주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임헌정, 지휘자

눈에 보이는 화려한 조명과 무대 의상 이런 것들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는 굉장히 많은 과정들이 숨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겉모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걸 보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긴 하죠. 하지만 정말 뮤지컬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뮤지컬을 볼 때 배우보다는 그 외의 것들을 진지하게 볼 거예요. 그러면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분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김문정, 뮤지컬음악감독

작곡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영화음악감독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음악을 작곡하는 것 이전에 그 영화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 장면을 좀 더 효과적이고 감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간혹 영화음악을 처음 작업하는 작곡가들이 자기만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화면에 어울리는 음악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나 자기 스타일대로 음악을 선곡하고 만들 때가 종종 있죠. 멋진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영화음악감독의 기본 조건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분석하는 능력과 화면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을 통해 객관적으로 만들어내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수, 영화음악감독

음악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는 음악 외의 것에도 시야를 넓혀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두루두루 주변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공부만 하고 필요한 일만 하려 하지 말고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무엇이든 준비해두라고 말하고 싶어요.

윤문희, 라디오프로듀서

음악치료사가 되려면 정확히 음악치료가 무엇이고 음악치료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선택해야 합니다.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인 보상이 큰 직업도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아니거든요. 음악치료사가 담배 끊는 음악, 술 끊는 음악 등으로 구성된 음악 CD를 들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쏟는 노력에 비해서 보상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음악치료사의 길로 들어서면서 얻은 가장 큰 보상은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손에 잡히는 사회적인 보상이나 경제적인 보상, 정서적인 보상보다 음악치료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나’에 대해 또 음악인으로서의 ‘나’에 대해 그리고 음악의 힘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김동민, 음악치료사

제가 아는 선생님 한 분이 “직을 쫓아가면 망하고 업을 쫓아가면 직은 따라오기 마련이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는 그 말에 굉장히 공감했어요. 지금 당장 ‘나는 사장이 될 거야.’ ‘교수가 될 거야.’ 이런 건 그 직이 끝나는 순간 나의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나의 존재 가치를 직에 두었기 때문이죠. 사람들 대부분은 거기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직을 통해서 업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결국 업을 따라가다 보면 직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 같아요.

백수현, 공연기획자

이론이나 지식은 학교에서 기초를 배우지만 프로 세계에 들어오면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합니다. 물론 학교에서 이론을 배워놓는다면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학교에서 한 공부, 학교에서 받은 학점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아요. 제 자신을 돌아보면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과 함께하며 살아왔어요. 음악이 항상 제 삶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죠. 아마 자기 자신을 자세히, 정직하게 돌아보면 자신이 정말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즉흥적으로 ‘음악이나 한번 해볼까.’라는 식의 마음을 열정으로 착각해서는 안 돼요. 자신을 잘 돌아보고, 정말 과거부터 현재까지 음악에 열정을 쏟아왔다고 느낀다면 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황병준, 레코딩엔지니어

국악하는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이야기예요. ‘동시대성’이라는 말은 지금 내가 피리를 불든 거문고를 연주하든, 이 악기를 하는 것이 지금 여기 이곳 사람들의 삶 속에서 그리고 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게 동시대성을 갖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시대성이란 그로부터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대성을 갖는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열린 마음으로 반응하고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수반될 때 가능한 거예요.

원일, 작곡가·연주자

한계를 느낀다거나 좌절감을 느낀 적은 없어. 운동선수가 자신의 한계를 계속 극복해나가면서 열심히 운동하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 아닐까? 나도 가야금의 한계에 항상 도전한다는 마음 자세로 연습해왔어. 마음을 비우고 연습하는 거지. 어떤 목표나 한계를 정해놓고 하면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마음을 비우고 하다 보면 그런 한계는 별로 안 느껴. 인생에서 한계를 느끼는 일이 얼마나 많아. 인생 자체가 그런 거야. 그런 한계에 늘 부딪치지만 그 한계에 도전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이잖아. 그래야 재미가 있지.

황병기, 가야금연주자

차례

여는 글

음악, 사람과 세계를 이해하는 일

1 임헌정 지휘자

2 정경영 음악학자

3 장일범 음악평론가

음악의 길, 스스로 찾아 걸어라

4 김문정 뮤지컬음악감독

5 이지수 영화음악감독

6 김가온 재즈피아니스트

7 정재봉 피아노조율사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 사람을 키우는 음악

8 윤문희 라디오프로듀서

9 김동민 음악치료사

10 백수현 공연기획자

주인공이 아닌 음악은 없다

11 황병준 레코딩엔지니어

12 김벌래 사운드디자이너

전통의 길을 걸으며 새로움을 꿈꾸다

13 원일 작곡가·연주자

14 황병기 가야금연주자

부록

고해원

이화여자대학교 작곡과 및 동대학원 음악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음악학원과 인천예고 등에서 작곡과 강사로 일했으며, 지금은 수연음악학원에서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도한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화로운 삶을 꿈꾸며 작곡 및 편곡 활동을 통해 음악과의 동행을 계속한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