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기획자 임태수의 세 번째 책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가 출간되었다. 2016년 출간된 첫 책 『날마다, 브랜드』에 좋은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면, 그다음에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좋은 브랜드를 가꿔가는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진솔하게 풀어낸 『브랜드적인 삶』을 펴냈다. 이번 책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고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얻은 생각과 함께 지은이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편집자의 글
좋은 브랜드는
좋은 책, 좋은 사람과 같다
전작에서 물었던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 “좋은 브랜드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은 이번 책에서도 유효하다. 다만 ‘브랜드’를 알기 위해 시작한 물음은 확장되고 집중되어 ‘나’에게로 향한다. 어떤 브랜드를 소유하고 경험하는가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며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의식하며 살아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브랜드를 완성하는 조건이 좋은 책이나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가독성이 좋고 내용에 충실하며 휴대하기 편리한 물성의 책, 본인만의 가치관이 뚜렷하고 그것을 자연스러운 태도로 견지하는 사람. 지은이가 생각하는 ‘좋은’ 것에도 이런 식의 ‘나다움’이 전제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고유하고 이로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브랜드가 결국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은 늘 올바른 브랜드의 방향을 고민하며 그에 일치된 삶을 살고자 하는 어느 기획자의 충실한 포트폴리오이자 성찰의 기록이다. 기꺼이 ‘한 사람의 브랜드’가 되기를 자처하는 그의 차분한 시선을 따라가면 어느새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과연 나는 어떤 브랜드인가?”
브랜드가 스스로와의 약속이라면
브랜딩은 그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이고
브랜드적인 삶이란 자아의 투영이다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브랜드」에서 브랜드의 근간을 공고히 해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면, 「브랜딩」에서는 브랜드가 그것을 전개하고 유지하는 다양한 방식을 알아본다. 그리고 「브랜디드」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좋은 브랜드, 즉 철학을 가지고 일상에서 묵묵히 그 철학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브랜드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노트에서 착안해 직접 그린 그림도 지은이의 일상에 깊은 인상을 남긴 브랜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데 좋은 말동무가 된다.
‘브랜드’를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본질을 말하기는 어렵다. 저자가 10여 년 동안 브랜드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브랜드를 모른다.”라고 표현하는 이유이다. 이제 브랜드는 양질의 제품이나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삶을 변화시키고 사회에 기여한다. 그만큼 브랜드 측에서도 스스로의 정체성과 목표, 역할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신중히 다뤄야 한다. 이때 모든 것은 내부에서 시작해야 한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 브랜드를 위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체지방계를 만드는 회사에서 구내식당을 꾸리는 일에 골몰하고,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모터스’라는 키워드를 삭제하기 위해 1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들인 이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는 과정이 예술 행위처럼 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책에 브랜드의 성공을 보장하는 방법론이나 법칙은 없다. 지은이가 국내외 여러 브랜드를 분석하고 브랜딩을 수행하며 체득한 자신만의 관점으로 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요소들을 포착할 뿐이다. 명확한 생각과 관점을 지녔는가, 포괄적인 차원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지녔는가, 고유성을 지녔는가. 그가 ‘스탠더드’라고 부르는 이 세 가지 기준은 좋은 브랜드를 선별하는 기준인 동시에 매 순간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에게 스탠더드는 균형이자 삶의 방식이다. 결국 브랜딩이 자신만의 기준을 일관되게 실체화하는 과정이라면, 브랜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규모와 관계없이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에서
브랜드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브랜드 리더가 구성원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합의된 방향성을 명확하게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왜 이곳에서 함께하는지, 우리의 일에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 방향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합류할 수 있다. 행복을 추구하거나 사람을 우선한다면서 정작 내부 구성원의 열악한 처우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들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조직 내부 구성원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기업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브랜드는 별도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브랜드에 호감이 생기는 것을 ‘마음이 움직인다’라는 의미에서 감동(感動)이라고 표현한다면,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브랜드들은 이미 사람들이 모든 접점에서 감동하도록 치밀하게 준비해둔 것이다. 그런 브랜드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생각을 다양한 언어적·시각적 이미지로 계속해서 표현하고,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브랜딩 방식으로 전개해나가며, 다른 브랜드와 다른 고유한 스타일로 어필한다.
일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고 또 몇 권의 책을 출간하며 확실히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삶을 글로 쓰기 어렵 듯 브랜드 역시 글로 온전히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구성원들과 함께 부딪히고 고민하며 갈등과 역경을 넘어서는 과정을 통해서만 알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아무리 계획하고 대비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이제는 안다.
사람들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접점에 효과적으로 구현되지 못한 전략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와 같고, 명확한 방향성이 없는 실체화는 요란한 빈 수레와 다르지 않다. 데이터나 논리에 매몰되어서도, 감각이나 직관에 치우쳐서도 안 된다. 최적의 브랜딩을 위해서는 상반된 두 가지 측면의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균형감이 가장 중요하다. 균형은 모든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언제나 근간에 두는 나만의 기준이다.
차례
시작하며
브랜드를 대하는 나만의 방식
브랜드
브랜드의 브랜드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브랜드를 정의하는 일
관점의 변화를 통한 브랜드의 진화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
프리미엄한 주거 공간이란
생활의 이로운 흐름
믿음이 만드는 단순함의 힘
브랜딩
브랜드다움의 실체화
블루보틀의 여백이 지닌 의미
한 권의 브랜드
『날마다, 브랜드』 출간기
일상이 된 브랜드
스팸메일과 넷플릭스
컬래버레이션의 시대
함께 만드는 브랜드
브랜디드
‘소유보다 경험’의 모순
일상의 고유한 질감을 찾아서
브랜딩은 적을수록 좋다
디터 람스와 브랜딩
건강한 브랜드에 대하여
의자가 건네는 메시지
보통이 지니는 비범함
스탠더드프로젝트
마치며
나에게는 균형을 잡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