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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역사

四角形の歴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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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화면, 네모난 파인더
사각형은 어디에서 온 걸까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추거나 시선을 돌리면, 잊고 있던 의문이 떠오르거나 깨닫지 못한 어떤 사실을 알게 될 때가 있다. 이 책 『사각형의 역사』에는 사각형에 관한 그런 의문과 사실이 담겨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전위예술가이자 ‘오쓰지 가쓰히코(尾辻克彦)’라는 필명의 소설가로도 활동한 저자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강아지의 눈에서 시작해 문명과 미술의 역사를 느슨하게 살피며, 시적인 짧은 문장과 6B 연필로 그린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인간이 사각형을 처음 발견한 순간을 좇는다.

편집자의 글

문명과 미술을 이룩한 사각형의 시원(始原)을 찾아서

그가 의문은 품은 것은 일본 경시청 지하에 있는 취조실에서였다. 1,000원짜리 지폐를 인쇄한 작품이 법에 저촉되어 심문을 받은 자리였다. “인간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했을까. 취조관의 눈초리를 받으며 그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먼 옛날, 생필품에서 떨어져나온 그림이 판때기 한 장, 화폭 한 장 위에 등장했다.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 중세에서 원시 시대로 가면, 그림도 벽도 항아리도 식료품도 종교도 일도, 모두가 분화하지 않은 마그마 상태였다. 내 작품은 그 마그마에서 언어를 빌려오지 않는 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족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강아지의 눈에서 시작한다. 강아지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보지만, 물건 주위는 흐릿하게 인식한다. 그리고 모네와 피사로, 고흐에서 라스코와 알타미라의 동굴 벽화까지 미술의 역사를 느슨하게 살핀다. 그 뒤에는 인간이 사각형을 처음 발견한 시점을 상상하고, 다시 강아지의 눈으로 돌아온다.

다섯 장, 120쪽으로 이뤄진 지은이의 여정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김난주의 번역으로 한국 독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독자는 일견 가볍지만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 지은이의 문장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사각형을, 그리고 그것이 담긴 사각형의 책 자체를 생각하게 된다.

추천사

스스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과 극히 짧은 문장으로 일견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이 책에 스민 사색은 놀라울 정도로 깊다. “눈은 머리의 입구라서 사물도 풍경도 모두 통과한다. 그러나 본다는 것은 눈으로 통과한 것을 머리가 포착한다는 뜻이다. 즉,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볼 수 있다.” 그렇다.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본다’는 행위를 사상의 경지까지 올린 인물이다.

야마시타 유지(山下裕二, 미술 평론가)

책 속에서

세상의 많은 물건이 왜 대부분 사각형인지, 어릴 때부터 참 이상했다. 역시 사각형이 아니면 불편한 걸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머릿속에 그런 의문이 늘 남아 있었다. 그런데 풍경화를 통해 사각형에 접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카세가와 겐페이, 「마치며」에서

비 내리는 어느 날, 무심히 생각에 잠겼다가 반짝 떠오른 의문이 꼬리를 물고 물어, 거대한 명제를 품게 되곤 한다. 그 끝에 이른 인식과 깨달음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면 이런 책이 탄생하지 않을까.

김난주, 「옮긴이의 글」에서

차례

풍경을 보다
그림의 역사
먼 옛날 그림의 역사
사각형의 역사
사각형과 강아지

마치며

아카세가와 겐페이

1937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태어났다. 현대미술가, 소설가로 무사시노미술대학교 유화학과를 중퇴했다. 1960년대 전위예술 단체 ‘하이레드센터(High Red Center)’를 결성해 전위예술가로 활동했다. 이 시절 동료들과 도심을 청소하는 행위예술 〈수도권 청소 정리 촉진운동(首都圏清掃整理促進運動)〉을 선보였고, 1,000엔짜리 지폐를 확대 인쇄한 작품이 위조지폐로 간주되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아사히저널》과 만화 전문 잡지 《가로(ガロ)》에 「사쿠라화보(櫻画報)」를 연재하며 독자적 비평을 담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했다. 1981년 ‘오쓰지 가쓰히코’라는 필명으로 쓴 단편 소설 「아버지가 사라졌다(父が消えた)」로 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 받았다. 1986년 건축가 후지모리 데루노부, 편집자 겸 일러스트레이터 미나미 신보와 ‘노상관찰학회(路上観察学会)’를, 1994년 현대미술가 아키야마 유토쿠타이시(秋山祐徳太子), 사진가 다카나시 유타카(高梨豊)와 ‘라이카동맹(ライカ同盟)’을, 1996년 미술 연구자 야마시타 유지(山下裕二) 등과 ‘일본미술응원단(日本美術応援団)’을 결성해 활동했다. 2006년부터 무사시노미술대학교 일본화학과 객원 교수를 지냈다. 지은 책으로는 『노인력』 『센노 리큐』, 공저로는 『일본미술응원단』 『교토, 어른의 수학여행』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책을 남겼다. 국내에 소개된 책은 『초예술 토머슨』 『침묵의 다도 무언의 전위』 『신기한 돈』 『나라는 수수께끼』 『사각형의 역사』와 공저서 『노상관찰학 입문』 등이 있다. 2014년 10월 26일 일흔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

김난주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쇼와여자대학(昭和女子大学)에서 일본 근대 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로소(冷靜と情熱のあいだ: Rosso)』 『키친(キッチン)』 『박사가 사랑한 수식(博士の愛した數式)』 『겐지 이야기(源氏物語)』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 『별을 담은 배(ほしぼしのふね)』 『신참자(新參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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