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 하나를 늘리고 싶다면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고 있다면
『지금 시작하는 동물 드로잉』의 지은이 오은정은 ‘루피’와 ‘마로’라는 이름을 가진 지금의 반려묘와 만나기까지, 운명처럼 이끌렸던 다양한 동물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지은이는 그 경험을 통해서 느꼈던 행복, 기쁨, 슬픔, 아픔의 기억을 더듬어 한 권의 드로잉 에세이로 엮었다.
앞발이 잘린 채로 발견된 ‘루피’, 움직이지 않고 울기만 하던 ‘마로’를 입양한 뒤로, ‘루피’와 ‘마로’의 생각이 알고 싶어 시작한 ‘동물 드로잉’은 함께 쌓아온 순간순간의 기록이 되었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확장되었다. 어릴 적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막냇동생 같던 반려견, 사랑스러웠던 새, 왁자지껄한 옆집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옛 지인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장, 여행지에서 본 유명 예술가의 작품 속 동물의 모습을 기억에서 꺼내 동물이 우리 곁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드로잉으로 담아냈다.
‘사랑의 실천’이란 특별한 그 무엇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에서,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것
그런 얇은 한 줄기 물에서 넓은 바다까지 이어지는 것
지은이가 직접 겪고 목격한 동물들은 인간과 정을 나누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경우도 있는 한편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지은이는 지구 상에서 인간과 마주치는 동물의 상당수가 죽거나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인 동물을 이해하고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드로잉’을 권한다.
지은이가 제안하는 것처럼 가까이 있는 반려동물 또는 사진 속 동물이라도 좋으니 잠시 소통을 시도해보자. 하지만 책에서도 강조했듯이 동물의 사진이나 심장이 뛰지 않는 박제 인형을 보고 드로잉하기보다는 공기 중으로 오가는 시선과 교감의 과정 속에서 관찰하며 드로잉을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동물,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 그리고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우리의 먹을거리로 익숙한 농장의 동물까지,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동물들이 드로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동물을 그리기 위해서는 판타지 속 동물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앞서 내 주변에 실존하는 동물을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 외에도 동물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음미해야 진짜 동물을 그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도 꽃도 동물도 내가 일방적으로 바라보는 대상으로서가 아닌 나와의 관계 속에 놓고 그리고 싶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210쪽)
오랫동안 봐온 사람을 드로잉할 때도 객관적으로 닮게 그리는 것은 어렵다. 자신과의 관계 속에 형성된 주관적 이미지가 더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닮지 않게 그린 그림이 대상을 더 정확하게 표현해낼 때도 있다. 함께 사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타인이 볼 때는 다른 동물과 다를 것 없는 생김새일지라도 가족처럼 살아온 사람의 눈에는 좀 더 특별한 인상이 보인다. 그 작은 차이의 발견을 통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기쁨을 찾아가보자. 여기, 지은이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면, 지은이가 알려주는 드로잉 방법을 익혀 다양한 각도로 동물을 바라보고 드로잉하며 동물과 함께 행복한 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