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

Vision in Motion

온라인 판매처

예술과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바우하우스 정신이 다시 깨어나다
20세기 최고 혁명가 라슬로 모호이너지의 마지막 선언
시대를 초월한 예술과 디자인의 고전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은 바우하우스의 핵심 인물, 20세기 디자인 교육의 혁명가 라슬로 모호이너지가 남긴 마지막 저서이자 그의 교육 철학을 집대성한 유일한 저서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된 바우하우스는 예술·공예·건축·산업기술을 통합한 실험적 교육기관으로, “예술과 기술의 통합”이라는 목표 아래 근대 디자인의 기초를 세웠다. 모호이너지는 그중에서도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문 가장 급진적인 인물로, 회화·사진·영화·타이포그래피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1947년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정교하게 배치한 아티스트 북이자 예술과 교육에 대한 총체적 선언이었다. 모호이너지는 이 책에서 회화, 사진, 조각, 건축, 영화, 문학, 타이포그래피 등 예술 전반을 다루며, “예술이 기술과 결합할 때 인간의 감각과 사회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단순한 예술 이론서를 넘어, 인간의 사고과 감각을 다시 조직하기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읽힌다.

한국어판은 원서의 정교한 편집 디자인을 충실히 복원하고, 2005년 예술의전당 전시 〈모호이너지의 새로운 시각〉을 기획한 김상규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번역했다. 바우하우스가 제시한 “예술과 기술의 통합”이라는 오래된 질문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고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으로, 예술과 기술의 만남이 어떻게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여는지 보여준다.

편집자의 글

바우하우스 실험정신이 남긴 가장 급진적인 유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전례 없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산업화로 삶의 구조가 바뀌고, 예술의 역할 역시 근본적으로 재정의되었다. 사진기와 영화, 인쇄 기술, 기계 생산이 일상의 감각을 바꾸어놓자, 예술가들은 더 이상 붓과 캔버스만으로는 세계를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주도해 세운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공예, 건축과 산업 기술을 결합해 “예술과 삶의 통합”을 실험한 학교였다. 공방과 강의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예술가와 기술자, 장인과 디자이너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생활 예술’을 탐구했다.

모호이너지는 이 실험의 선두에 섰다. 바우하우스 교수로 일하며 사진, 영화, 타이포그래피, 금속 조형 등 신매체를 교육에 도입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지각과 사고를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특히 그가 제시한 포토그램(photogram) 실험은 카메라 없이 빛과 물체의 관계를 탐구한 혁신적인 시도로, “눈으로 생각하고, 손으로 사유하는” 감각 훈련의 핵심이었다. 그는 예술을 표현이 아닌 실험의 한 과정으로, 작품을 결과가 아닌 사고의 도구로 보았다. 그가 강조한 “새로운 시각(new vision)”은 곧 새 시대에 걸맞은 새 인간이 되기 위한 시각 훈련이었으며, 예술이 기술과 함께 인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는 사회 변혁 도구라는 믿음의 산물이었다.

학교를 실험실로, 교육을 예술로
1933년, 나치 정권의 탄압으로 바우하우스는 강제 폐교되었다. 예술과 기술의 통합, 자유로운 교육과 실험을 지향한 그 정신은 전체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여겨졌다. 1937년, 모호이너지는 바우하우스 설립자 발터 그로피우스의 초청으로 미국 시카고로 건너가 ‘뉴바우하우스(New Bauhaus)’의 교장으로 초대되었다. 그는 바우하우스의 이상을 산업화된 미국 사회에 맞게 확장해, 학교를 “새로운 인간을 위한 실험실”로 만들고자 했다. 예술과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환경 속에서 교육은 지식을 주입하는 일이 아니라 감각을 재조직하고 사고를 훈련하는 과정이었다.

뉴바우하우스는 재정난으로 1년 만에 문을 닫았지만 모호이너지는 곧 시카고에 ‘디자인학교(The School of Design)’를 세웠고, 이 학교는 훗날 ‘시카고 디자인학교(The Institute of Design)’로 발전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디자인 교육기관인 일리노이공과대학교 디자인대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회화나 조각 같은 전공 구분 대신 손과 눈, 감성과 이성을 함께 훈련하는 통합적 교육을 중시했다. 학생들은 손 조각, 촉각 구조, 빛 변조기, 광음향 실험 등을 통해 재료와 감각의 관계를 탐색했다. 바우하우스의 공방이 산업사회의 디자인 실험실이었다면, 시카고 디자인학교는 인간 감각의 실험실이었다. 오늘날 많은 디자인 대학이 강조하는 ‘창의적 사고’ ‘통합적 학습’ ‘프로토타이핑과 실험’은 모두 그가 제시한 교육철학에서 비롯됐다.

세상을 관계 속에서 인식하는 힘,
‘움직이는 시각’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움직이는 시각(vision in motion)’은 고정된 시점을 벗어나 세계를 관계와 변화 속에서 인식하는 힘을 말한다. 모호이너지는 지각이 눈의 기능을 넘어 사고와 감정, 사회적 맥락이 맞물린 통합적 작용이라고 보았다. 포토그램과 키네틱 조각, 빛 변조기, 추상 영화 등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을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로 다루고, 빛과 시간, 사물과 감정이 교차하는 과정 자체를 예술의 주제로 삼은 것이다.

즉 ‘움직이는 시각’은 감성과 이성, 예술과 기술, 사물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망을 감지하는 새로운 감각 훈련이다. 이 책에서 모호이너지는 예술을 통해 인간이 세계를 ‘움직이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움직이는 시각’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이미지와 데이터, 인간의 감각과 판단을 대체하는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모호이너지가 말한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사물을 보는 법을 바꾸는 일, 관계 속에서 사유하는 일, 그리고 기술의 속도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감각을 훈련하는 일. 바로 이것이 모호이너지가 굳게 믿은 예술과 교육이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이 훌륭한 고전인 이유다.

추천사

모호이너지의 가장 위대한 단일 업적, 그의 모든 상상력과 지성의 총합은 그의 저서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이라고 생각해 왔다. 미국 시카고에서 집필되어 그의 사후에 출간된 이 책은 오직 책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의 삶을 완성한다. 이 책은 내가 아는 한 아방가르드 모더니즘에 대한 가장 계몽적인 개별 서술일 뿐 아니라, 최고의 ‘아티스트 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소수의 예술가만이 자신의 미학적 목표에 관해 이토록 훌륭하거나 진실하게 글을 쓸 수 있음을 증명한다.

리처드 코스텔라네츠(미국 작가·비평가, 구겐하임·풀브라이트 펠로)

거의 70년이 지난 지금도 모호이너지의 비전은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며, 이 책의 핵심을 이룬다.

리처드 홀리스(전 런던 화이트채플미술관 디자인 디렉터)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은 예술, 과학, 기술을 일상 속으로 융합하려 한 그의 마지막 선언이다.

크리스천 힐러(디자인·건축 전문 저널 《ARCH+》 편집위원)

라슬로 모호이너지는 순수미술과 디자인 모두에서 핵심 혁신가로 인정받는, 근대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인물이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그는 바우하우스의 그래픽 양식을 형성한 핵심 인물이었으며, 바우하우스 미학의 기둥이었다.

《크리스티스》

호기심과 색채, 유머와 시행착오, 끊임없는 혁신 — 이 예술가는 아방가르드 감각을 움켜쥐고 결코 놓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모호이너지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성향을 가진 박식가였다. … 그는 모든 매체를 정복했고, 모두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가디언》

책 속에서

예술이 우리가 존재하는 본질이라는 인식 속에서, 이 책은 예술이 삶과 통합된 것임을 기본 전제로 둔다.

5쪽, 「여는 글」

우리 세대가 당면한 과제는 지적 요소와 감성적 요소, 사회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가 균형 있게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것을 관계 속에서 보고 느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런 상호 연관성 없이는 인간 문제를 다루는 분리된 기술, 생물학적 충동 및 사회적 충동을 억누르는 엄격함만 남게 된다. 기억만 있지 실제 삶(a lived life)이 아닌 것이다.

11–12쪽, 「머리말」

진정한 예술가는 감각의 숫돌 같아서 눈과 마음, 감정의 날을 세우고 자기 미디어를 통해 생각과 개념을 해석해 낸다. 예술가는 자기 입장을 지지하고 분명히 해야 한다.

29쪽, 「‘전문적인’ 예술가」

예술가에게는 조형에 동반된 이념적 기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지 않다면 그의 작품은 그저 창작하는 기술 연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쓰레기를 선전하고 자기 혹독한 억압 체제에 반대하는 최대의 원천인 현대 미술, 과학, 철학을 파괴하려고 했다. ‘퇴폐’ 미술이라고 직접 명명한 현대 미술을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배제했고 책을 불태웠으며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가르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29쪽, 「‘전문적인’ 예술가」

예술가가 꾸준히 작업에 자기 삶을 바칠 수 없다면, 그리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느라 고군분투해야 한다면 그의 경력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천재가 ‘어려움(suffer)’을 겪어야 한다는 어리석은 신화는 생산력 있는 구성원이라도 그들의 작업이 당장 기술적, 경제적인 작용으로 손에 잡히는 이윤을 장담할 수 없다면 전혀 돌보지 않는 사회의 교활한 변명일 뿐이다.

31쪽, 「‘전문적인’ 예술가」

현대 회화에 대한 분석은 정서적 문맹과 고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새로운 예술은 난해하다는 식의 만연된 두려움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두려움은 종종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예술의 중대한 과정에 동참하는 즐거움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114쪽, 「쟁점」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집, 무대, 거리, 실험실에서 일상이 제공하는 단순하거나 풍부한 빛과 색의 현상을 관찰하는 데 지쳐서는 안 된다. 그것들의 고유한 성격, 독특한 특성을 탐구해야 한다.

168쪽, 「‘광음향’」

독창성(inventiveness)은 각 인간의 진정성을 근본적으로 존중하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사람의 작품에서만 발견된다고들 믿는다. 그러나 마리네티는 임박한 사회적 위기의 징후를 잘못 해석하거나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 역시 문학적 기법의 발명을 촉발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런 기법이 반드시 한 가지 경향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장 잘 알려진 마야콥스키와 같은 러시아 미래주의들이 공산주의로 향했던 반면, 제임스 조이스는 정치적 성향이나 의미와 무관하게 ‘해방된 낱말들’을 사용했다.

303쪽, 「미래주의」

“젊음을 가진 자에게 미래가 있다.” 모든 분야에서 젊음을 ‘갖게’ 하려는 준비가 이루어지는 동안 기성세대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려움에 직면한 수많은 사람을 풍요롭게 할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포괄적인 성인 교육의 청사진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의무’ 성인 교육이라고 표현할 만하고, 더 적극적으로 말하자면 협력적인 ‘활동 계획’ 또는 ‘능동적 여흥recreation’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앞으로 주어질 여가(leisure time)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준비, 다시 말해서 적극적으로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크나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358쪽, 「오직 젊음?」

차례

여는 글
감사의 글
머리말
움직이는 시각

I. 상황을 분석하기
불일치 – 빼앗을 수 없는 권리 – 전문가 – 도덕적 의무 감소 – 나눌 수 없는 교육 – 공식 교육과 비공식 교육 – 과학에 대한 혼란 – 선전 기계 – 커리어리스트 – 교양 교육 – 임시적인 것의 안정화 – 부차적인 사실 – 개선을 위한 시도 – 이 세대의 과제 – 역량 – 두려움 – 아마추어 – 예술의 기능 – ‘전문적인’ 예술가 – 예술과 과학

II. 새로운 접근 방법: 삶을 위한 디자인
공리 – 관계적 특질 – 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태도다 – 디자인의 잠재력 – 확립된 사고의 경로 – 형식과 형태 – 조립의 시대 – 유선형 – 새로운 작업 조건 – 그 외의 사회적 함의 – 생산 경제 – 직관의 역할 – 아방가르드 – 지식의 보급 – 정신적 적응

III. 새로운 교육: 유기적 접근 방법
a) 개요
배경: 바우하우스 – 파운데이션(기초) 과정 – 방침 – 교육 기법 – 상관관계를 실현하기 – 과학적 호기심 – 공통분모 – 적성 검사: 직업 지도 – 손 조각 – 무게 조각 – 촉각 구조 – 측정 연습 – 기계 연습 – 지류, 판재, 연결부 – 유리, 거울, 공간 연습 – 동작 연구 – ‘목적한’ 특질에 대한 강조 – 전문 공방 – 건축학과 – 기계 제도 – 공간 변조기 – 원시 주택 – 현대 주택 – 구조의 더 큰 개념 – 공간 개념 – 사회 계획

b) 통합: 예술
회화
쟁점 – 큐비즘 – 왜곡 – 움직임을 표현하려는 시도 – 큐비즘의 체계 – 시각적 기본 원칙들 – 가독성 해결 방안 – ‘추상’ 예술을 옹호하며 – 움직이는 시각 – 공간 해석의 단계들 – 색에 대하여 – 안료에서 색광으로 – ‘광음향’

사진
컬러 사진 – 흑백 – 사진적 특질 – 사진 가르치기 – 카메라 없는 사진(포토그램) – 빛 변조기 – 다른 실험들 – 사진 시각 – 여덟 가지 사진 시각 – 이미지 시퀀스: 연작 – 포토제닉 대 포토크리에이티브 – 새로운 방향들 – 중첩 – 포토몽타주 조각

조각
일반적인 상황 – 재현의 측면 – 재료를 다루는 근본적인 태도 – 부피 창출 – 부피 변조(가공)의 다섯 단계 – 평행 현상 – 입체 변조기: 첫 번째 단계 – 두 번째 단계 – 세 번째 단계 – 시간 연속성 – 증폭 – 네 번째 단계 – 다섯 번째 단계 – 키네틱 조각의 역사 – 부피의 이중성 – 조각적 발전과 정서적 경험

시공 문제
정적 평면에서 움직임(시공) 표현하기 – 속도 – 속도 분석 – 투명함과 빛 – 사진 연습 – 상징 – 이동 건축 – 박람회 건축, 디스플레이, 극장, 춤 – 시공?

영화
상황 – 문제 – 시각적인 것 – 빛 – 추상 영화 – 다큐멘터리 영화 – 선구자 – 유성영화 – 필름 커팅(몽타주) – 유성영화를 위한 진정한 기술 – 컬러영화와 롱 쇼트 몽타주 – 시각적 축 – 컬러 경제 – 투사 – 영화 제작의 과제 – 빛 연구소 – 영화 대본

문학
첫 단계들 – 언어화한 의사소통 – 휘트먼과 로트레아몽 – 아폴리네르, 모르겐슈테른, 스타인 – 미래주의 – 「기하학적이고 기계적인 화려함」 – 새로운 타이포그래피 – 랭보 – 다다이즘 – 장 아르프 – 트리스탕 차라 – 후고 발, 리하르트 휠젠베크 – 쿠르트 슈비터스 – 정신질환자 – 어린이의 운율 – 소리와 숫자의 마법 – 새로운 시 – 초현실주의 – 예술과 사회 – 지크문트 프로이트 – 제임스 조이스 – 피네간의 경야 – 자유로움과 예측할 수 없음

집체 시
‘단어 변조기’로서 집체 시 – 개인 작업

IV. 제언
오직 젊음? – 사회적 디자인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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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출처

라슬로 모호이너지

20세기 디자인 교육의 가장 혁명적인 인물로, 바우하우스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예술과 기술의 통합을 주도했다. 회화 중심의 교육에 사진, 영화, 타이포그래피 등 신매체를 도입하며 인간 지각의 확장을 탐구했다. “예술과 기술—새로운 통합(Kunst und Technik — eine neue Einheit)”이라는 구호 아래 바우하우스를 단순한 예술학교를 넘어 산업사회와 조화하는 디자인 교육기관으로 이끌었다.

1895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났고,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다. 전후 서구에서 일어난 격렬한 문화적 격동과 모더니즘 속에서 포토그램, 포토몽타주, 영화, 키네틱 조각 등을 활용해 새로운 시각 실험을 펼쳤다. 발터 그로피우스, 마르셀 브로이어 등 동시대 예술가와 활발하게 협업했으며, 알바르 알토, 요제프 알베르스, 헤르베르트 바이어 등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예술평론가 피터 셸달은 그를 “끊임없이 실험하는 작가”라고 불렀다.

1937년 발터 그로피우스의 요청을 받아 미국으로 이주했다.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새로운 디자인 학교의 교장으로 초대받았고, 모호이너지는 학교를 ‘뉴바우하우스’로 명명했다. 이곳에서 그는 시카고 디자인 교육체제의 기초를 마련했고, 이후 미국 디자인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뉴바우하우스는 이후 디자인학교(The Institute of Design)와 일리노이공과대학교 디자인대학으로 발전했고, 현재 사진과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교육기관이다. 『모호이너지의 움직이는 시각』은 그가 미국에서 전개한 교육과 실험을 종합한 유일한 책이다. 그의 사상과 실천, 미래를 향한 신념이 집약됐으며, 예술·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한 창조적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술사학자 엘리자베스 지겔은 뉴 바우하우스를 “모호이너지의 궁극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상규

대학과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아카이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퍼시스에서 의자 디자이너로 근무했고,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동안 〈드로흐 디자인(droog design)〉 〈한국의 디자인〉 〈모호이너지의 새로운 시각〉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친다. 자율디자인랩에서 제작 문화와 한국 디자인에 관한 워크숍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와 디자인박물관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생태 전환 디자인과 사물 연구, 20세기 사회주의 체제의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베를린 디자인 탐사』 『관내분실』 『디자인과 도덕』 『의자의 재발견』 『사물의 이력』 『어바웃 디자인』, 옮긴 책으로 『뉴 큐레이터』 『사회를 위한 디자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