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작은 세계 미니어처: 축소된 세계가 어떻게 우리 삶을 비추는가

In Miniature: How Small Things Illuminate the World

온라인 판매처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를 통해 서체의 깊은 지식의 세계로 안내했던 사이먼 가필드가 이번에는 ‘미니어처’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삶을 폭넓게 조명하며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신비한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 『작은 세계 미니어처』는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역사적 사건들에 미니어처가 어떻게 연관되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롭게 엮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만들어낸 이들의 집념과 욕구, 지배욕 등 인간성의 세계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편집자의 글

작지만 완벽하게 만들어진 세계 미니어처
그 축소된 세계가 보여주는 인간 본성과 우리 큰 세계의 실체

미니어처라고 하면 단지 큰 것을 작게 만든 것이나 조립식 장난감 등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은이 사이먼 가필드는 미니어처 세계가 그저 축소된 것의 집합이 아니라 더 깊게 뿌리 내리고 생동하는 생태계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미니어처 세계가 담겨 있다. 노예제 폐지를 이끌었던 노예선 모형, 도시와 시대의 완벽한 재현을 위해 지금도 작업 중인 모형마을, 전 세계를 하나로 잇겠다는 거대한 야욕의 모형철도,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 메리 여왕의 인형의 집, ‘더 작게’를 외치며 책의 정의를 다시 쓰게 한 미니어처 책, 범죄 현장을 세밀하게 묘사해 범죄 해결에 도움을 주는 범죄 모형 등.

작지만 완벽하게 재현된 미니어처 세계는 우리의 큰 세계를 위에서 들여다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더 깊은 사고로 이끌며 세계를 보는 객관적이고 비평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나 경험할 수 있었던 세계 지배와 통제에 대한 욕망을 실현해주며 우리의 질서감과 자존감을 회복해준다. 우리의 일상은 물론 예술과 디자인까지 미니어처로 분석하고 파헤친 이 책 『작은 세계 미니어처』라는 마을에서 모형철도를 타고 세계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여행을 떠나보자. 분명 지금까지 보고 느끼지 못했던 큰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인식을 얻게 될 것이다.

에펠탑에서 록가수 닐 영의 모형 철도, 비트라의 미니어처 의자,
바늘구멍 극소 미니어처 예술, 유튜브 미니어처 요리까지
우리 삶에 파고들며 그 범위를 확장해가는 작은 것들의 세계 미니어처

이야기는 프랑스의 상징 파리 에펠탑에서 시작해 에펠탑에서 끝난다. 높은 곳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이 사는 도시를 바라본 파리 시민들은 그 축소된 세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에펠탑은 지은이 사이먼 가필드의 미니미 손에 올려진 에펠탑 기념품으로 끝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의 큰 세계는 다양한 열 개의 큰 미니어처 세계와 아홉 개의 작은 미니어처 세계로 축소되어 있다. 아홉 개의 작은 미니어처 세계는 고대 이집트에서 출발해 점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시대와 가까워지며 우리 일상과 미니어처가 얼마나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지 그 흐름을 보여준다.

미니어처의 축소된 세밀한 세계는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나만의 세상으로 잠시 떠나는 취미의 세계에서 세상을 비꼬고 뒤흔들어 교훈으로 이끌기 위한 것까지 그 범위가 넓다. 록가수 닐 영은 자신의 모형철도를 위해 자주 그의 방에 처박혀 위안을 얻었고 노예 해방을 위해 싸우던 이들은 의회에 노예선 모형을 돌리며 사람들에게 실상을 알렸으며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타협하지 못해 흔적으로만 남을 건축적 이상을 모형으로 표현했고 비트라는 미니어처 의자들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켰으며 극소 미니어처 예술가 슬링카추는 미니어처를 게릴라 미술의 영역으로 이끌며 사람들의 일상 어딘가에 의도적으로 작은 세계를 숨겨놓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미니어처 세계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미니어처라고 하면 취미의 영역으로만 보고 가장 쉽게 조립 완구 레고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은이 사이먼 가필드는 레고의 세계와 자신이 말하는 미니어처 세계는 크게 다르다고 설명한다. 완구 회사의 시나리오대로 똑같은 블록으로 세계를 만들어 갈 때 우리는 거기에 인간성을 부여해 세밀한 세상을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가 전 세기를 거쳐 만든 작은 것들의 세계는 인간의 본성과 그것이 만들어낸 세계를 정밀하게 축소해 인간 세계의 본질을 탐색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작은 세계를 통해 지금 사는 큰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취미의 영역에서 확장해 더 넓은 치유의 세계, 개선의 세계로 이끌어간 미니어처와 그것을 완성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많은 부조리한 일들을 편협한 눈으로 보지 말고 더 넓고 높게 내려다보며 그 안에 담긴 인간성과 세상의 본질을 살펴보라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추천사

흔치 않은 즐거움을 주고 유쾌하고 영리하며 흥미진진함으로 가득하다. 사이먼 가필드는 모든 게 보이는 것과는 다른, 기묘한 작은 세상을 발굴한다. 이해하기 힘들면서 경이롭고, 살짝 제정신이 아니면서 정말 매혹적인, 딱 내가 마시는 차와 같은 책.

케기 커루 (작가)

사이먼 가필드의 지식은 폭넓고 열정은 비할 데가 없다.

《타임스》

사이먼 가필드의 책은 전율을 안겨주고 감동적이면서 아주 아주 재미있다.

니나 스티비 (작가)

사이먼 가필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이애너 애실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전 편집자 겸 소설가)

책 속에서

크기(size)와 규모(scale)는 완전 별개다. 이 책은 ‘규모’에 관한 것이다. 특히 미니어처의 세계가 어떻게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 깊게 들여다보면, 이것은 ‘보기(looking and seeing)’에 관한 책이며 이것으로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인식하기 위해 사물의 규모를 줄인다. 빌딩이나 전쟁 같이 실제 규모로 시각화하기에 너무 큰 것을 12분의 1로 축소하면 이해 가능한 것이 될 수 있다. 조각가, 무대 디자이너, 시인 같은 예술가 들은 사물을 축소해 작업한다. 더 철저하게 검토할 수 있고 더 깊숙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그러길 바란다.

11–12쪽

그리고 다른 어떤 것이 에펠탑에서 시작되었다. 즐거운 외출 끝에 에펠탑을 집에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말이다. 에펠탑 개관 뒤 대량 소비되는 기념품이 탄생했고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축척 모형의 여명이 밝았다. 페르시아의 왕 샤는 꼭대기에 에펠탑을 얹은 지팡이와 아내들에게 나눠주기에 충분한 스물네 개의 철제 에펠탑 미니어처를 사 갔다. 모든 층에 판매점이 있었고 곳곳에서 작은 장신구를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 기드 모파상은 이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파리의 모든 곳에서 에펠탑이 보일뿐더러 “알려진 온갖 재료로 만들어져 모든 진열창에 전시된 그것을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에펠탑은 세계를 축소한 데다가 우리의 벽난로 위 장식 선반의 세계 또한 축소했다. 그때부터 에펠탑은 우리 여행 가방에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상징에 지나지 않던 것이 진정 그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28쪽

온갖 모형마을 가운데 들인 수고만큼 보람되고 진정성 있는 것을 보려면 다시 한 번 영국으로, 특히 옥스퍼드셔에 있는 펜던이라는 모형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이곳은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진짜와 똑같이 만드느라 1931년 처음 생긴 이래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완성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이곳 모형 제작자들은 펜던을 ‘마무리 손질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공포에 사로잡힐지 모른다. 펜던에서 전율을 일으키는 건 추구 그 자체다. 헌신적인 팀이 달팽이도 조심스럽다 여길 정도의 속도로 완성을 향해 조금씩 움직인다.

61쪽

1965년 뉴욕 세계박람회에 맞춰 4×4밀리미터 크기의 성경을 제작했는데, 이것이 일찍이 만들어진 책 가운데 가장 작다고 주장했다. 몇 달 후에는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유명한 『음중팔선가』를 3.75×3.75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크기로 출간해 미니어처 성경을 능가했다. 이 책의 글자 크기는 대략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정도였다. 이 미니어처 책이 담긴 상자를 열려면 특별한 지시 사항을 따라야 했다. 하지만 돗판인쇄는 몇 년 뒤 3.75밀리미터도 너무 크다며 1979년 2×2밀리미터 크기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 세 권을 새로 내놓았다.

112쪽

리는 자기 모형의 목표가 가장 ‘유효한’ 순간의 현장을 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영화가 그런 지점에서 멈추는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리의 각 모형에는 몇 단락으로 된 글이 딸려 있다. 이는 ‘목격자’, 흔히 고인의 가족 또는 지역의 아는 사람에게서 나온 진술이다. 이들은 상상에만 존재하지만, 시체를 발견하고 중요한 증거를 제공한다. 로즈 피시맨 부인이 바닥에 죽어 있는 ‹분홍빛 욕실› 현장의 목격자는 수위인 새뮤얼 위스였다. “세입자 몇 명이 악취에 대해 불평했다.” 수위는 이렇게 진술한다.“그리고 3월 30일 나는 그 냄새의 원인이 뭔지 찾기 시작했다.”그는 분명 피시맨 부인이라고 느꼈다.

152쪽

모든 사람이 알기 전 모형철도는 새로운 로큰롤이 되었다. 일단 로드 스튜어트가 모형철도원임을 밝히자 너도나도 밝히고 나섰다. 가수 겸 배우 로저 돌트리는 다락에 중년의 멋진 모형철도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록 밴드 몽키스의 데이비 존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캐나다 가수 닐 영만큼 칠을 한 가스 탱크나 분리된 보기 대차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닐이 작은 기차와 친구가 된 건 네 살 때부터였다. 닐의 아버지가 온타리오의 집에 마르크스 산타페 디젤 철도 모형을 설치했고, 닐은 그게 언제나 최고라고 생각했다.

184쪽

몇 년 사이 명성이 높아지면서, 자하 하디드가 대강 만든 하나뿐인 많은 축소 모형이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그 모형들이 어떤 맹렬한 정신을 보여주는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개 이 모형들은 하디드가 아주 많은 새로운 건축물에 대해 가졌던, 이상의 존재를 말해주는 유일한 물리적 증거였다. 헤이그의 네덜란드 의회 확장(1979년, 실현되지 않았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총리 관저(1979년, 실현되지 않았다), 트래펄가광장(1985년,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새로운 함부르크 부두 계획(1986년, 실현되지 않았다)을 위한 모형이 그랬다. 미래는 한때 아름다운 곳이었다.

214쪽

이 모형은 ‹지옥 풍경›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다이노스 채프먼, 제이크 채프먼 형제의 작품 가운데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다. 피투성이의 불길한 장작더미, 산업화한 집단 학살에 대한 묘사, 얼굴 위 음경과 질, 절벽 위 휠체어에 앉은 작은 스티븐 호킹이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고야의 동판화와 아돌프 히틀러의 수채화를 대량 구매해 신나게 훼손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익숙함 때문에 예전만큼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 일단 충격적인 예술가로 알려지면,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238쪽

위건의 바늘구멍 작품 가운데 가장 찬사를 받는 하나는 ‹최후의 만찬›을 해석한 것이다. 예수와 제자들이 모두 나오는데, 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처럼 보인다. 위건은 또 바늘구멍 안에 낙타 행렬과 공상 과학 영화 ‹스타워즈›의 주요 인물 그리고 여섯 아내를 둔 헨리 8세도 설치했다. 우리는 이 작품을 그가 제작할 때 이용한 방법인 현미경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들여다보면 놀라움과 즐거움과 함께 한숨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한숨을 쉬는 방식에 주의해야 한다. 위건은 바늘구멍에 ‹미친 모자 장수의 다과회›를 제작하던 중 한숨을 잘못 쉬었다가 작업하고 몇 주 뒤에 자신이 앨리스를 ‘흡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275쪽

하지만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미니어처는 내적 즐거움의 영역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니어처가, 그렇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세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세계에 질서와 이해를 가져다줌으로써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축소된 규모로 실감 나게 묘사된 것을 완전히 손에 쥐는 건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며, 탐구적 관찰이 가져다주는 만족은 결코 싫증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니어처는 작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이해하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301쪽

차례

보기의 기술

위에서 바라본 파리
기원전 3000년, 이집트 샤브티

미니어처 마을과 도시
1789년, 영국의 노예선

어느 결혼의 초상
1851년, 함부르크의 벼룩 서커스

미니어처 북클럽의 흥미진진한 연례회의
1911년, 영국의 놀이방

가정의 이상향
1967년, 샌프란시스코의 대 히트작

세상에서 가장 큰 모형철도
1992년, 예루살렘 성전

미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1998년, 라스베이거스가 세계를 맞이하다

완벽한 취미
2016년, 런던의 예술가

꿈의 극장
2017년, 독일의 작은 의자들

우리의 미니어처 자아

올해의 모형

감사의 말과 참고하면 좋을 책
도판 목록
주석

사이먼 가필드

자유로운 글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문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1960년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 〈라디오타임스〉와 〈BBC 라디오 다큐멘터리〉에서 작가로 활동했으며, 《인디펜던트》 《옵저버》 등에 글을 기고하며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와 『지도 위의 인문학』을 비롯해 『레슬링』 『모브』 『숨은 삶』 『전쟁터에서』 『사적인 투쟁』 『잘못된 세계』 『미니』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등 열일곱 권의 논픽션을 써내 영국에서 대중적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그 명성을 높였다. 영국의 에이즈에 대한 연구인 『순수의 종말』로 서머싯몸상을 받았다.

김영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대학원 미학과를 수료했다. 출판편집자, 양육자를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진실의 죽음』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자동화된 불평등』 『국경 없는 자본』 『투 더 레터』 『망각의 기술』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 되는가』 등이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