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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사절기 빛 그림: 자연이 그린 색과 무늬

온라인 판매처

독창적인 방법론을 가진 디자이너 장응복

24절기 자연의 빛이 그려낸 색과 무늬를 수집하다

『이십사절기 빛 그림』은 모노콜렉션의 대표이자 독창적인 창작 방법론을 가진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진 장응복의 작업물을 모은 작품집이다. 10년간 기록한 자연의 시각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색’을 추출해 색상판(컬러 팔레트)을 만들고 의미와 상징을 담은 패턴, 즉 ‘무늬’를 함께 배치했다. 이를 1년의 24절기로 나누고, 각 절기를 다시 세 마디 질감으로 나눠 72묶음을 이루었다. 마지막에 배치한 「자연 색상판」 파트에는 장응복이 만든 컬러 팔레트 1번부터 100번까지 전체를 싣고, 이 책에 수록된 72개 색상판은 하단에 쪽수를 표시해 인덱스로도 기능하도록 정리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자연의 리듬과 패턴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텍스타일 분야의 학생이나 연구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취향을 잃어가는 우리 현대인 모두에게는 “미의 척도가 깊은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고유한 취향을 되찾게 해줄 것이다.

편집자의 글

모든 날 모든 때를 예민하게 감지하며

자연을 통해 발굴한 ‘천부적 아름다움’의 기록

『이십사절기 빛 그림』의 저자 장응복은 서울에서 태어나 많은 시간을 도심에서 활동했다. 도시 환경 속에서 바쁘게 보내며 소모된 몸과 마음은 결국 자연으로 향했다. 거처를 점점 외곽으로 옮겨갈수록 “삶은 느리게 변해갔다.” 이동할 때 자가용을 이용하는 대신 천천히 걸었다. 24절기와 특히 밀접한 농부의 삶을 배우며 두 손으로 흙을 만졌다. 우주의 생명력과 계절마다 변화하는 빛을 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 전에 지나쳤던 자연의 형상을 새로이 조우하고 경이로움을 느낀 건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자연을 발견하면 아침 운동길에도 여행 중에도 사진을 찍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자연 색상판」이 바로 장응복이 자연에서 발굴한 ‘천부적인 아름다움’의 산물이다.

자연 속의 색은 빛의 파장에 따라 우리 눈에 다르게 감지된다. 장응복의 색상판을 보면 그가 계절마다, 절기마다, 모든 날의 모든 순간에 얼마나 예민하게 빛을 감지하고자 했는지 보인다. 변화에 민감한 성질은 그가 트렌드세터로 분주하게 일하던 시절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계절도 절기도 우주의 흐름에 따라 돌고 도는 현상임을 생각하면, 어쩌면 더 광대한 트렌드를 본인의 작업에 포용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서문 「우주가 만들어내는 24절기 자연 빛깔과 무늬」에 붙은 소제목 ‘트렌드 이후의 트렌드’는 디자인 평론가 최범의 추천사 「무늬 ‘이후’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차용한 표현으로, 실제로 장응복은 자연을 통해 트렌드 이후의 트렌드로 나아갔다. 일견 트렌드에서 자유롭게 보일 만큼 트렌드를 초월함으로써 작품 세계를 확장한 것이다.

특히 24절기와 장응복의 작업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절기가 ‘자연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리듬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흐름은 그가 오래 해온 패턴 작업의 형식과 일치한다. “형식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자유로움을 부여한다. 그것은 그저 무한한 자유로움보다 매력 있다.” 장응복은 형식이 주는 즐거움과 형식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모두 이해하고 작업을 통해 표현해왔다. 그리고 자연의 리듬과 패턴, 여기에 우리 생활을 연결하는 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디자인을 실천하고자 했다. 이 책은 그동안 장응복이 거듭해온 시도와 실천의 총체다.

자연의 빛을 통해 수집한 색과 무늬를 함께 배치하고 이 모두를 ‘빛 그림’으로 묶었다. 작업이 반영되는 물질은 흔히 텍스타일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의류, 침구, 소품류 등에 국한되지 않고 조명, 가구, 벽과 천장을 장식하는 인테리어까지 우리 생활을 이루는 여러 영역으로 점점 뻗어나간다. 각 절기 표지에는 장응복과 정기적으로 협업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온 김동율 작가의 사진을 더했다. 색 및 무늬 작업과 수려한 자연 사진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책 전체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완성했다. 장응복은 작업을 통해 현대를 사는 우리 삶을 풍요로이 충족시키고 생활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오길 바란다. 그런 염원을 반영한 작품으로 엮어낸 이 책은 그 자체로 ‘길상’을 가득 품은 사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추천사

장응복이 많은 영감을 받는다는 자연과 전통은 하나의 조형적 모티브일 뿐, 그것이 그의 작업을 바로 설명해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장응복은 전통의 상징성을 탈각시킴으로써 어떤 현대적인 시각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통의 현대화라는 말은 너무 진부하다. 그래서 전통의 계승이라는 그녀의 의식과 실천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데, 내가 보기에 장응복 자신은 의식하지 못할지 몰라도, 전통 조형의 요소들은 그녀의 감각을 거치면서 어떤 현대적인 변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장응복의 작업은 현대 조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 범 (디자인 평론가)

책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취향은 무의미하고 연결성 없는 이미지의 폭격 속에서 동일시되었다. 이제 미의 척도가 깊은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촉각 경험을 통해 훈련하며 자기 고유한 취향을 되찾게 되기를, 그로 인해 얹어진 감성이 우리 생활에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오길 바란다.

「우주가 만들어내는 24절기 자연 빛깔과 무늬」, 7쪽

그것들은 장응복 자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조형 문법의 질서 속에서 배치되고 의미화된다. … 이런 것이 바로 장응복의 무늬를 무늬 ‘이후’의 무늬로 만든다. 그것은 기존 질서 속의 무늬(상징성)를 벗는 대신 새로운 질서 속에서 찾아낸, 창조된 무늬다. 자연과 절기에서 발견한 게 바로 장응복이 창조해낸 질서인 것이다. 장응복은 자신만의 조형 문법과 창작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최범, 「무늬 ‘이후’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1–12쪽

길상이란 ‘아름답고 착한 징조’, 곧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을 나타내는 말이다.

「국화 먹」, 26쪽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영산이라 해서 산을 숭배해왔다. 큰일을 앞두면 산에 올라 치성을 드렸고, 함부로 산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산수는 우리가 사는 영토의 기운을 관장하며, 우리 생활은 풍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오래된 병풍이나 그림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산수화다.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랐기에 늘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도록 생활에 끌어들인 것이다.

「산수패치」, 44쪽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책가도는 입체적 공간을 표현하면서 서양 미술의 원근법이 아닌 역원근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관람자가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 속 사물이 그림 밖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모양새다. 화가가 네모난 종이에 배치를 짜서 소품을 넣었다기보다 어떤 힘이 그림 밖으로 사물을 밀어내는 것이다.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소품의 시선으로 짠 구성이라 볼 수 있다.

「책가도 분홍」, 56쪽

조각잇기 연작은 큰 원단을 잘라 만든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온 천을 이어 붙였기에 특별한 의도나 계획이 없는데도 결과물은 보기에 좋은 조형미를 이루었다. 이를 ‘무계획의 아름다움’이라고도 하고, 잠재적으로 스며 있던 ‘한국적 조형미’라고도 한다.

「픽시 조각잇기 빨강」, 94쪽

조선 시대 자수는 궁중 자수인 궁수(宮繡)와 민간 자수인 민수(民繡)로 나뉘어 발전했다. 이 중 궁수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듯 온갖 색실로 수놓은, 또한 길상의 의미를 가진 화훼도 자수 병풍을 장식으로 설치하고 즐겼다. 그림과는 다른 재료에서 오는 정교한 감성이 오감을 자극하고, 그 찬란한 빛깔과 질감은 절로 부귀영화와 수복강녕을 방 안에 그득하게 했을 것이다.

「자수 화훼도」, 112쪽

무늬를 만들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단지 예쁜 걸 넘어서 무늬에 담긴 상징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은 우리 정체성과 역사를 아끼며 자랑스레 드러내기보다, 숨기고 값지지 못한 것으로 폄하했다. 그런 시절에 윤석남 작가의 나무 조각 설치 작업을 만나고 깊이 감동했다.

「꽃신 빨강」, 120쪽

우리나라의 산 대부분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여름과 가을로 접어들면 이끼로 아름다운 수를 놓은 듯하다. … 2015년경, 지리산 근처에 있는 전라남도 구례의 사성암에서 깎아지르는 절벽을 타고 올랐다. 바위의 이끼들이 마치 돌에 그려놓은 추상화와 같아, 비경과 함께 다시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끼 쑥색」, 136쪽

모란은 끊임없이 번성하고자 하는 생명을 나타내는 듯이 열매 속에 씨앗이 가득하다. 이런 속성으로 규방 문화에서는 부귀영화를 의미하는 반면,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상징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나 설법을 마친 후 삼매에 들었을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는 이야기가 경전을 통해 전해진다.

「소슬모란 살구색」, 148쪽

주머니는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다른 규방 소품과 마찬가지로 길상의 의미를 듬뿍 담은 소품이었다.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어 각자 개성이 있고, 모아서 보면 서로 뽐내는 기세가 볼만하다.

「복주머니」, 156쪽

천체의 운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결국 우주 생성과 운행의 이치를 깨달아 이를 땅 위에서 실천하기 위함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밀접하게 상응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늘의 별자리와 지상의 특정 지역을 각각 대응해 그곳에 사는 사람의 길흉을 판단하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의 변화와 섭리를 살펴 지혜롭게 살아가려는 그림이 천문도다.

「천문도」, 180쪽

해와 달은 낮과 밤으로 나누어 언제나 세상을 비추고, 강산도 변함이 없다. 대나무는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고 소나무는 사철 푸르다. 거북과 학은 천년을 살고 사슴은 온순하며 고고하다. 불로초는 진시황도 탐내던 영약이다. 이런 십장생을 예로부터 일상에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기원했다.

「십장생 파랑」, 200쪽

양양의 바닷가를 거닐다가 모래사장의 여백 사이로 솟은 화강석을 보았다. 바다가 오랫동안 겪은 자연적 변화에 따라 다른 물성의 지층들이 생성되어 바위 사이에 상감하듯 끼어 있었다. 현대 조각처럼 놓인 훌륭한 조형이 인상 깊었다. 거기서 영감을 받아, 기물의 형태가 이끄는 대로 토해칠로 작업을 해나갔다.

「지반」, 216쪽

차례

서문—우주가 만들어내는 24절기 자연 빛깔과 무늬
추천사—무늬 ‘이후’의 무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입춘
 청자기행 짙은 갈색 T-010
 국화 먹 T-024
 화조도 T-032
우수
 댓잎 한글 꽃구경 T-014
 새와 버드나무 T-019
 눈꽃 쪽빛 T-034
경칩
 모란화조도 은빛 T-031
 날으는 동물들 T-055
 산수패치 T-088
춘분
 청자기행 초록 T-056
 쌈지 잿빛 T-063
 문자도 희 러그 T-096
청명
 책가도 분홍 T-053
 십장생 분홍 T-087
 분모엽 담 노랑 T-091
곡우
 운경국화 T-057
 느티나무 나이테 T-069
 금강산 붉은 노을 T-085

여름
입하
 학 T-004
 이끼 모래 T-076
 책가도 초록 T-097
소만
 픽시 책가도 분홍 T-059
 조각잇기 T-090
 천연염색 소목과 마리골드 T-093
망종
 부채 T-044
 픽시 조각잇기 빨강 T-047
 해 질 녘 T-098
하지
 따뜻한 기하학 T-026
 낭화 T-035
 모노크롬 책가도 생쪽 T-080
소서
 자수목침 색실 T-042
 꽃신 초록 T-066
 자수 화훼도 T-089
대서
 금강산 달 밝은 밤 T-054
 골무 T-099
 꽃신 빨강 T-100

가을
입추
 책가도 오래된 금 T-039
 모란화조도 진흙 T-092
 소슬모란 물듦 노랑 T-075
처서
 이끼 쑥색 T-071
 강 물고기 카키 T-077
 모란호접도 보라 T-078
백로
 장미정원 연두 T-050
 석류 가을밤 T-058
 소슬모란 살구색 T-079
추분
 픽시 책가도 노을 T-013
 자개 조각보 초록 T-030
 복주머니 T-045
한로
 구름 기러기 T-005
 부채춤 T-048
 희 자카르 금 T-086
상강
 십장생 빨강 T-017
 쌈지 누룩 T-040
 육각 조각보 분홍 T-072

겨울
입동
 천문도 T-048
 우주 T-065
 백자선 T-067
소설
 금강산 설산 T-003
 백자호 모란디 묵란 T-007
 석류 겨울 T-002
대설
 지장 T-021
 눈꽃 까망 T-016
 십장생 파랑 T-037
동지
 백자호 대 T-001
 구름 호랑이 T-018
 숟가락 T-064
소한
 청화연모당준 T-006
 금강산 해 질 녘 T-009
 지반 T-052
대한
 참나무 잎 T-023
 백자 철화끈무늬 T-025
 백자호 모란디 화조도 T-028

자연 색상판

장응복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5년 모노콜렉션의 전신인 모노를 설립했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기반으로 주거 및 상업 공간, 국내·외 호텔 프로젝트 등 가구 및 소프트 인테리어 전반을 아우르며 한국 텍스타일 디자인계에 공헌했다. 2005년 모리뮤지엄, 2010년 갤러리아트링크, 201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19년 운경고택과 덴마크의 칼 한센&선(Carl Hansen&Søn) 플래그십 스토어, 2022년 프린트베이커리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수의 전시를 진행했고, 청와대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뮤지엄(V&A Museum) 등에서 그의 작업을 소장 중이다. 특히 국내·외 기업 홍보나 외교 관련 행사에서는 그의 디자인이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역할을 도모했다.

장응복은 상징적인 이미지 언어, 즉 ‘뜻 그림’을 담은 무늬를 적용한 공간 디자인을 통해 우리 생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한다. 그 공간에서 무늬의 상징과 뜻을 느끼고 숨 쉬는 경험으로 더욱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알아가게 된다고 믿는다. 또한 공예와의 접목을 통해 지역의 재료와 기술을 활용해서 우리 삶과 자연에 지속 가능한 가치를 부여하고 현대 생활에 직접 사용하도록 실용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