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형태의 탄생: 그림으로 보는 우주론

かたち誕生―図像のコスモロジー

온라인 판매처

일본 디자인의 거장 스기우라 고헤이 『형태의 탄생』 재출간!

“이 책은 시각 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거시적인 지평으로 옮겨놓는 새로운 문화론이다.”
—북 디자이너 정병규

일본 그래픽 디자인계의 거장 스기우라 고헤이의 『형태의 탄생』이 원서 발간 22년, 한국어 초판 발행 18년 만에 디자인과 예술, 건축의 고전을 돌아보는 ag 클래식 ‘C’로 복간되었다. 이 책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포착한 다양한 ‘형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함으로써, 역사와 철학을 넘어 우주론으로까지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하였다는 평을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형태를 ‘틀’과 ‘생명’의 복합적 의미로 다시 파악한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고풍스러운 문장, 곳곳에 배치된 현란한 그림 덕에 책을 펼치는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 책은 초판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디자인과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이번 복간본에는 저술가 마쓰오카 세이고의 서평을 넣어 스기우라 고헤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독자들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한국어 초판에서 실현하지 못했던 표지 덧싸개와 면지의 후가공 공정을 최대한 원서에 가깝게 구현해 스기우라 고헤이의 디자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편집자의 글

형태, 생명의 기운을 담은 틀

이 책의 원제는 『かたち誕生』이다. 여기서 우리 말 ‘형태’로 번역한 일본어는 가타치(かたち)이다. ‘가타(かた)’란 일종의 틀(型)의 개념으로, ‘사물의 외형이나 형상(形狀)을 결정하는 규범’을 의미한다. ‘치(ち)’는 자연에 있는 영적인 힘,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의 작용을 의미한다. 스기우라 고헤이는 ‘가타’에 ‘치’가 더해져 살아 있는 ‘형태’로 그 모습을 바꾼다고 이야기한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우리 눈에 보이는 ‘형태’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껍데기가 아니라 영혼의 힘을 품은 눈부신 무언가이다.

이 책에서 스기우라 고헤이는 현대 디자인이 지나치기 쉬운 ‘형태’와 ‘생명’의 관련성을 날카로운 눈으로 포착한다. 형태의 배경에 숨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발견하기 위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그림을 탐구하였다. 그 결과 신화와 도상, 문양, 문자, 조각, 불교의 수인(手印) 속에서 생명이 깃든 형태가 탄생하는 순간을 찾았다. 형태의 미와 풍요로움을 발굴하는 지적인 고찰로 가득 찬 이 책을 문화인류학자 이와타 게이지는 ‘우주적인 앎의 경이로움’이라고 극찬했다. 과연 이 책을 읽다 보면 스기우라 고헤이야말로 “디자인 이론의 주어이고, 새로운 문화인류학의 대상”이라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체의 구조와 호응하는 형태

1장부터 4장까지는 쌍을 이루고 하나로 융합하여 나아가 소용돌이치는 우주의 근본 원리를 파악한다. 우주에 있는 태양과 달은 각각 밝음과 어둠, 양과 음, 남자와 여자, 불과 물을 상징한다. 이런 요소는 천지 창조 신화와 관련되어 다양한 도상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신화의 우주개벽신인 반고의 한쪽 눈에는 태양이, 다른 쪽 눈에는 달이 있다. 일본에서도 이자나기 미코토의 왼쪽 눈에서는 태양(아마테라스), 오른쪽 눈에서는 달(즈쿠요미)이 생겨났다. 인도 신화의 우주대거신 크리슈나의 탄생을 묘사한 그림에도 양쪽 눈이 각각 태양과 달을 담고 있다.

태양과 달, 인간의 두 안구, 음과 양, 물과 불, 하늘과 땅. 이처럼 세상은 둘로 나뉘어 있다. 인간의 몸도 좌와 우로 나뉜다. 음과 양의 태극, 오른쪽 매듭과 왼쪽 매듭, 학과 거북 등 동양의 문화에서 ‘쌍을 이루는 형태’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불교의 만다라도 금강계와 태장계로 나뉜다. 쌍은 대립인 동시에 서로의 존재 조건이 된다. 대극, 양계 만다라, 불과 물, 하늘과 땅은 영원히 분리된 채 대립하지 않는다. 둘로 나뉜 것이 한데 엉키는 소용돌이의 형태는 동서양의 수많은 그림과 장식에서 발견된다. 이집트의 연꽃, 이슬람의 아라베스크, 그리스의 팔메트, 중국의 당초. 소용돌이는 기의 흐름이고 생명의 뒤섞임이다. 물과 불이 섞이고, 하늘과 땅이 섞이고, 벼락, 덩굴줄기, 물고기, 거북, 학, 뱀, 용, 문어 등이 뒤섞이고 휘감겨 하나로 융합한다. 소용돌이는 DNA 이중나선에서 은하의 소용돌이로 확장된다. 신체와 쌍을 이루고 하나로 융합하며, 소용돌이치는 것에서 우주의 근본 원리를 만난다.

선이 만들어낸 기적, 문자의 탄생

5장에서 7장까지는 한자를 비롯한 ‘문자’의 탄생을 살핀다. 신체의 움직임이 선을 낳고 문자가 되며 그 리듬이 문자의 구조에 투영된다. 문자는 다시 태어나 고향인 자연으로 회귀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조망한다. 인간의 손은 다양한 기능을 하고, 따라서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몸의 움직임이 선을 낫고, 그 선의 형태가 문자로 드러난다. 인간의 몸에 숨은 ‘힘’이 형태를 갖추어 드러난 것이 글자이다. 木(나무 목) 자는 땅 위에 드러난 나무의 형태뿐 아니라 땅속에 있는 뿌리까지 그려낸다. 대지의 풍양력을 빨아들이는 나무의 강력한 힘을 드러내는 木 자는 고대 중국인의 독자적인 생명관을 배경으로 탄생한 특색 있는 문자이다.

한자는 형식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물로 변신하고, 그 탄생의 원점으로 회귀한다. 壽(목숨 수) 자는 불로장생을 지향하는 도교 사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글자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영력을 발휘한다. 壽 자는 글자, 매듭, 그림, 분재, 향에도 등장하고, 술병, 의복, 인장에도 등장한다. 살아 있는 듯 행동하며 삼라만상의 모든 생명을 수놓는다. 신체의 움직임이 선을 낳고 문자가 되며 그 리듬이 문자의 구조에 투영되어 생명의 힘을 드러낸다.

미디어의 시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다

8장에서 10장은 ‘책’이나 ‘지도’라는 미디어의 시공간 속에서 형태가 어떻게 변용(變容)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본다. 책은 한 장의 종이에서 시작한다. 종이를 접고 접으면 책이 된다. 종이가 두께를 얻고, 숨결을 얻은 것이다. 책을 펼치면 좌우로 갈라진 평면이 열린다. 그 안에는 선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만들어낸 또 다른 선(글줄)을 따라 사건이 흐르고 이야기가 요동친다. 책의 표지를 만든다는 것. 장정(裝幀), 즉 책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입는 것에 비유된다. 책의 표지에 내용을 드러내려는 시도는 새로운 책 디자인의 성과물을 낳았다. 책은 작은 형태 속에 다양한 힘과 우주의 총체를 집어삼키고 ‘치’의 힘을 표현한다.

사람이 걸어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그 흔적이 이어져 길이 된다. 길이 뒤섞이고 교차하면 면이 되고,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지도가 된다. 시공은 상대적이다. 삶의 흔적을 바탕으로 지도를 다시 그리면 세계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된다. 시각에 의존하는 인간과 달리 후각이 극도로 발달한 개는 어떤 지도를 그릴 수 있을까? 냄새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인간이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지도가 펼쳐질 것이다. 맛도 지도로 표현할 수 있다. 음식을 입 안에 넣었을 때 퍼지는 맛의 형태를 시각으로 표현하면 세계의 다양한 음식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유연한 시공, 유연한 지도가 유연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신체가 확장되어 우주를 삼켜버리다

마지막 11장과 12장에서는 형태가 다시 인간의 몸으로 회귀하고, 소우주인 인간의 몸이 대우주를 삼켜버릴 정도로 확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열 개의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짜 맞추어 하나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중에 마치 산을 표현한 듯한 인상이 있다. 바로 수미산이다. 수미산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중심에 솟은 우주산이다. 세상의 중심이자 겉이고, 시작이자 끝이다. 수미산의 형태는 티베트의 불탑과 닮았다. 중력의 힘을 무시하고 폭발하듯 퍼져 있는 수미산과 불탑의 형태는 연꽃의 모양과 닮았다. 탁한 물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연꽃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신앙의 대상이었다.

인도 신화의 비슈누와 크리슈나는 몸 안에 우주를 담고 있다. 두 눈에는 태양과 달이, 복부에는 인간계를 포함한 지상 세계가 있다. 발은 지하 세계를 딛고 있으며, 어깨에는 무수한 별이 반짝인다. 그 몸으로 우주를 담은 것이다. 티베트 불교의 최고존인 카라차크라 역시 몸 전체가 우주이다. 일본 도다이지의 대불은 수미산 세계를 담은 연꽃에 앉아 있다. 태국 왓포사원의 열반불은 발바닥뿐 아니라 신체 곳곳에 거대한 수미산 세계가 담겨 있다. 아시아의 신체상은 인체라는 조그마한 ‘형태’를 한없는 우주의 거대한 ‘형태’와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대우주’의 본질이 인체라는 ‘소우주’ 전체와 조응하는 것으로 관조한다.

추천사

『형태의 탄생』은 바짝 말라버린 현대의 ‘형태(かたち)’에 ‘생명(いのち)’을 불어넣는 책이다.

후지모리 데루노부(藤森照信, 건축가)

문화가 침전하고 문명이 펼쳐지기 이전의 아직은 이름 없는 세계. 스기우라 고헤이의 세계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형태의 탄생』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와타 게이지(岩田慶治, 문화인류학자)

스기우라 고헤이는 디자인의 모든 가능성을 바꿔버린 사람이다. 스기우라가 디자인 이론의 주어이고, 스기우라가 새로운 문화인류학의 대상이다.

마쓰오카 세이고(松岡正剛, 저술가)

책 속에서

눈이란 외부세계의 빛을 받아들이고 보는 기능이 우선인데, 이렇게 아시아의 여러 그림에 나타나는 눈은 스스로 빛을 발한다. 그리고 주위의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간파하는 힘을 발휘한다. 이를 보면 눈은 온갖 잡다한 괴물을 매섭게 노려보는 영력(靈力)이 넘치는 기관임을 알 수 있다. 빛나는 눈. 날카롭게 빛나는 눈. 좌우 두 개의 안구는 고대부터 사람들에게 ‘생명’이 있는 ‘형태’의 힘을 나타내는 좋은 기관이었다. 일월안은 두 개의 안구를 주제로, ‘보는’ 것과 ‘내적인 영력’을 관련시켜 표현한 교묘한 조형이다.

「태양의 눈·달의 눈」, 37쪽

고대 중국에서 동그란 것 혹은 구球는 ‘하늘’을 나타낸다. 한편사각형이며 평평하게 펼쳐지는 것은 ‘대지’를 나타낸다. 이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 속 하늘인 구와 대지인 사각의 펼쳐짐은 두 만다라에서 확실한 대비 관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원을 구성 원리로 하는 금강계 만다라는 하늘의 섭리를 나타내고, 사각형을 구성 원리로 하는 태장계 만다라는 대지의 풍요를 표현한다. 이것은 태장계를 상징하는 소리가 ‘아(대지)’이고, 금강계를 상징하는 소리가 ‘방(허공)’이라는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둘이면서 하나인 것」, 65쪽

壽 자는 엉뚱한 곳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중국 청나라 여성들이 몸에 걸치는 ‘파오袍’라는 겉옷이 있다. ·컬러 파오의 옷깃에 달려 있는 단추 부분을 자세히 보자. 벌레가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서로 마주 보는 두 개의 단추가 바로 壽 자이다. 다시 말해 壽 자 모양으로 단추를 만든 것이다. 단추를 열고 파오를 걸친다. 그러면 이 여성은 피부에 壽 자를 두르게 되므로 장수를 몸에 걸치는 셈이다. 이처럼 몸에 걸치는 壽 자의 예를 중국과 한국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의복, 모자, 비녀, 빗, 브로치나 펜던트 등의 장신구, 게다가 신발이나 자질구레한 물건을 담는 주머니 등이 그것이다.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문자」, 150쪽

책은 작은 존재이다. 하지만 책을 손바닥 안에 갇힌 채 정지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고 대립하며 유동하고 확장하는 역동적인 그릇으로 여겨야 한다. 풍양력으로 가득 찬 모태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양한 힘을 삼키고 내뱉는 커다란 그릇, 커다란 항아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조그마한 책은 그 ‘형태’ 속에 우주의 총체를 집어삼키고 ‘치’의 힘을 표현한다.

「책의 얼굴, 책의 몸」, 183쪽

세계의 교통수단을 세 단계로 구분해 양파처럼 겹겹이 쌓인 삼층의 지구를 상정해보자. –그러면 지구상의 여러 장소가 교통의 발달 정도에 따라 양파의 표층에서 심층으로 그 위치를 바꿔간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표일수록 내부를 향해 함몰함으로써, 거리가 축소된 형태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 시간을 축으로 지구를 다시 파악하면 세계 전체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유연하게 변형되고 지금까지 없던 세계상이 생겨난다. 유연한 시공, 유연한 지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는 이토록 매력적이다.

「유연한 시공」, 220–222쪽

한 명의 동자승이 손으로 만든 수미산의 인상. 이 인상에도 마음속 성스러운 산의 이미지가 겹쳐 있다. 동자승은 손으로 순식간에 우주산을 중심으로 한 우주 모형을 만들어낸다. 수미산 세계라는 대우주가 소년의 손가락 끝에서 소우주로 나타나 서로 조응하는 것이다. 동자승은 인상을 받들어 올리고 주위의 승려들과 함께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달라이 라마의 설법이 그가 만들고 있는 인상, 즉 수미산 세계에 조용히 스며들어 번진다. 그 힘을 넘어 그의 마음은 세계와 일체가 된다. 열 개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형태’, 그 ‘치’의 힘은 ‘생명’의 작용을 명쾌하게 드러내준다.

「손안의 우주」, 243쪽

차례

우주적인 앎의 경이로움(이와타 게이지)
서문 – ‘형태’에는 ‘생명’이 담겨 있다

1 태양의 눈 · 달의 눈 – 신체가 말하는 우주 개벽의 형태
2 쌍을 이루는 형태 – 음과 양, 하늘과 땅, 유전하는 형태
3 둘이면서 하나인 것 – 대극의 힘을 융합시켜 하나로 만드는 형태
4 하늘의 소용돌이 · 땅의 소용돌이 · 당초의 소용돌이 – 만물의 ‘생명’을 끌어들이는 형태
5 몸의 움직임이 선을 낳는다 – 움직이고 본다. 사람의 신체에 숨어 있는 형태
6 한자의 뿌리가 대지로 내뻗다 – 하늘의 은총, 땅의 힘을 나타내는 형태
7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문자 – 낭창낭창하게 가지를 뻗는 壽 자의 형태
8 책의 얼굴 · 책의 몸 – 한 장의 종이에서 시작된다. 변환하는 형태
9 길의 지도 · 인생의 지도 – 마음의 궤적이 그려내는 형태
10 유연한 시공 – 환경을 변용시키는 감각의 형태
11 손안의 우주 – 손가락 끝에 응축된 만다라의 형태
12 세계를 삼킨다 – 신체와 합일하는 우주의 형태

후기 – 형태의 둥근 고리
감사의 글
주석
참고문헌
사진 촬영·제공 및 도판 출처
스기우라 고헤이에게 홀딱 반한 이유(마쓰오카 세이고)

스기우라 고헤이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1932년 도쿄에서 태어나 고베예술공과대학 명예교수, 고베예술공과대학 아시안디자인연구소 고문을 지냈다. 도쿄예술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부터 1967년까지 독일 울름조형대학 객원교수로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잡지, 레코드 재킷, 전시회 카탈로그, 포스터 등 문화적 활동을 주제로 한 디자인을 시작했고, 1970년 무렵부터 북 디자인에 힘을 쏟았다. 이와 동시에 변형 지도인 ‘부드러운 지도’ 시리즈, 문자나 기호, 그림 등을 조합한 시각 전달의 형태를 독자적인 관점으로 정리해 완성했다. 디자인 작업과 병행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론, 만다라, 우주관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도상 연구, 지각론(知覺論), 음악론 등을 전개하며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범위한 도상 연구의 성과를 디자인에 도입하여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영향을 끼쳤다. 또한 아시아의 문화를 소개하는 다수의 전시회를 기획, 구성, 조본(造本)했고, 국내외 강연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디자이너와도 밀접하게 교류했다.

1955년 닛센비상(日宣美賞), 1962년 마이니치(每日) 산업디자인상, 1982년 문화청 예술선장 신인상, 라이프치히 장정 콩쿠르 특별명예상, 1997년 마이니치예술상, 2005년 오리베상(織部賞) 등 다수의 상을 받았고 1997년 문화훈장인 시주호쇼(紫綬褒章)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일본의 형태·아시아의 형태(日本のかたち・アジアのカタチ)』 『생명의 나무·화우주(生命の樹・花宇宙)』 『우주를 삼키다(宇宙を呑む)』 『우주를 두드리다(宇宙を叩く)』 『다주어적 아시아(多主語的なアジア)』 『아시아의 소리·빛·몽환(アジアの音・光・夢幻)』『문자의 영력(文字の霊力)』 『문자의 우주(文字の宇宙)』 『문자의 축제(文字の祝祭)』 『아시아의 책·문자·디자인(アジアの本・文字・デザイン)』 『질풍신뢰: 스기우라 고헤이의 잡지 디자인 반세기(疾風迅雷—杉浦康平雑誌デザインの半世紀)』 『문자의 미·문자의 힘(文字の美・文字の力)』 이 있다. 작품집으로 『맥동하는 책: 스기우라 고헤이의 디자인 수법과 철학(脈動する本—杉浦康平デザインの手法と哲学)』 『시간의 주름·공간의 구김살… ‘시간 지도’의 시도(時間のヒダ、空間のシワ…「時間地図」の試み)』 등이 있다.

송태욱

연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르네상스인 김승옥』(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환상의 빛』 『십자군 이야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형태의 탄생』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등이 있다. 나쓰메 소세키 전집으로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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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