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도발적인 책
이케아가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때 가장 크게 비판받았던 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점과 내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실용적이고 모던한 스칸디나비아풍의 가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독특한 매장 분위기, 세련된 쇼룸의 진열 방식 등도 소비자들에겐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케아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 반응은 단지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 수많은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이케아는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좋은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있다. 대중매체나 서적 등은 그런 여론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케아의 기업문화와 기업 철학을 예찬하고, 그들의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분석하며, 모범적인 기업으로 이케아를 손꼽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사라 크리스토페르손은 이케아가 과연 그런 찬사를 받아도 될 만큼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공정하며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인가에 대해 되묻는다. 지은이는 이케아가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 기업의 역사와 전통,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의 소박한 삶, 사회적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으로 무장한 진보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마케팅 전략과 국가 브랜딩 작업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비판함으로써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는 이케아 신화에 물음표를 붙이고 있다.
이케아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수평적이고 공정한 조직 문화, 인종과 종교를 넘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기업 철학, 부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도 아름다움과 편리를 누려야 한다는 믿음 아래 실천하는 저가 정책, 번 만큼 사회에 되돌린다는 책임 의식. 이렇듯 이케아는 민주적이고 평등하며 공리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스웨덴이 가지고 있는 국가 이미지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이러한 기업 철학은 국가와 기업이 하나의 목표 아래 연합하면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이윤으로 직결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케아는 부정적인 요소를 거른 뒤 스웨덴스러움을 전 세계 매장에 적용했고 스웨덴과 스웨덴스러움이라는 추상적 개념과 더불어 미학적, 언어적으로 강렬한 이미지와 구체적인 상징들을 이용해 기업문화를 만들어냈다.”
이케아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지만 이러한 내러티브 전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케아 내러티브만이 지닌 특성은 사회적 책임과 스웨덴스러움이라는 두 가지 주제가 한데 얽혀 반복해서 회자되었다는 점이다.” 각종 광고와 홍보책자 그리고 박물관과 전시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된 이케아 내러티브는 “대중에게 이케아가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강조한 기업 내러티브는 대중들 눈에 비치는 이케아의 공식적인 이미지와 실상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자 이윤을 극대화하기보다는 공공선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기업이라는 이케아 신화는 이케아 제국을 건설하는 데 튼튼한 주춧돌이 되었다.
치밀하게 기획된 이케아 신화를 넘어서
지은이는 이케아의 성공 요인을 파헤치는 데 관심이 없다. 기업 마케팅에 있어서 내러티브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내러티브를 홍보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해체함으로써 그것들이 특히 효과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이케아의 이면, 즉 창업자 캄프라드의 친나치 전력, 저가 정책의 진짜 목적, 매장 동선에 숨은 비밀, 스웨덴스러운 디자인의 실체, 투명하지 않은 재무 구조 등을 밝혀냄으로써 우리가 갖고 있는 기업의 이미지가 사실은 치밀하게 기획된 마케팅의 결과물임을 이야기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민주적 슬로건을 앞세워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케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이케아의 진짜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이케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