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비친 시간 3년, 마음속에 머문 시간 30년
반짝이는 웃음과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김성재의 3년의 기록
김성재가 무대에 선 날로부터 30년이 흘렀다. 대중과 팬의 눈앞에 비친 시간이 무색하게 그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여러 마음속에서 견고한 한 자리를 지켜왔다. 이 사진집은 반짝반짝 빛나던 그의 웃음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려는 노력이다.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는 사진은 물론, 듀스로 데뷔하기 이전의 모습부터 무대 위에서 땀 흘리며 행복해하는 모습까지, 약 3년의 궤적을 깊이 관찰한 다정한 시선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이 책에서 김성재는 당구장에 놀러 가 토스트를 베어 먹고, 길 위에서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추고,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며 앨범 화보 촬영을 위해 미국과 스페인 곳곳을 돌아다닌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길수록 듀스 김성재를 추억하는 것을 넘어 인간 김성재를 새로이 알 수 있다. 왜 이토록 그를 기억하려 하냐고 묻는다면, 그가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 사진집 속 김성재는 어딘가 편안하고 거짓이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깊은 진심까지 거리낌 없이 나누던 그와 안성재의 관계 덕분이다. 김성재는 안성진과 동고동락하며 그를 형으로서 참 잘 따르고 좋아했다. 그렇게 가장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배어 나올 수 있는 김성재의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은 그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오로지 안성진만이 촬영할 수 있었던 사진이며, 오로지 그의 카메라에만 투영될 수 있었던 김성재의 진실한 얼굴이다.
시대를 앞서간 독보적 미감의 소유자,
“언제나 말 못하고 말주변 없는 걸로 유명한 김성재입니다.”
김성재가 자신을 소개할 때 자주 했던 말이다. 편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그는 말로써 자신을 드러내는 대신 그만의 독보적인 미감으로 스스로를 표현했다. 이현도는 사진 속 김성재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름지기 힙합을 하는 사람이라면 컨버스에 오버사이즈 옷을 입어야 하는 시대에서 성재는 게스 일자바지를 입고, 닥터마틴을 신고, 리바이스501에 라이더 자켓을 걸치고, 옷을 직접 구매해서 최적의 핏으로 바느질했다. 소매 길이를 계산하며 옷을 샀고, 자켓의 중후한 투 버튼을 고집했다.” 지금 봤을 때 촌스럽기는커녕, 오히려 말하지 않으면 1990년대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극도로 세련된 김성재의 패션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김성재는 2집 《Deuxism》부터 듀스의 모든 미술, 패션 연출을 담당했다. 실제로 이 책에 수록된 사진 속 모든 패션은 김성재가 스타일링한 것으로, 그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수선한 옷이 대부분이다. 그에게 패션이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스스로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결국 김성재의 패션을 읽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로, 그런 의미에서 사진집이라는 책의 형태는 더더욱 유의미하다.
말하자면 난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 김성재를 기억하는 저마다의 방식
듀스 김성재를 지나 솔로 김성재로서 발매한 첫 앨범 타이틀곡의 첫 가사는 시간이 흘러 그에게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많은 사람이 그의 목소리를 따라 불렀을 가사는 이제 그를 향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메아리친다. 어느덧 듀스가 데뷔한 지 30년이 흘렀고,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김성재를 기억하고 있을 테다. 이 책은 김성재를 좋아하는 팬에게는 먹먹한 그리움으로, 그의 목소리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대중에게는 서글픈 여운으로, 그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호기심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렇듯 누군가에게 가닿을 파동의 모든 가능성을 안은 채, 이 책이 김성재를 마주하고 기억하는 저마다의 방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