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
사진으로 만나는 두 건축가의 우정과 그 기록
어떤 우정은 건축이 된다. 근대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와 한국 현대 건축가 1세대 김중업(1922-1988). 두 건축가는 베네치아 국제예술가대회에서 처음 만난다. 이 자리에서 김중업은 특별 연사 자격으로 무대에 오르고 그의 연설에 르코르뷔지에는 깊은 감명을 받는다. 이후 자신의 아틀리에에 김중업을 초대하고 이 한국인 건축가는 귀국하지 않고 파리에 가기로 결심한다. 우연히 만나 스승과 제자로서 우정을 맺은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 둘은 대한민국과 프랑스 그리고 인도에 전에 본 적 없던 아름다운 건축 세계를 짓는다.
『김중업×르코르뷔지에, 서울 – 파리 우정의 기록』은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가 건축으로 맺은 우정을 조명하는 건축 사진집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산증인인 사진작가 김용관이 김중업의 건축을, 〈찬디가르 프로젝트〉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탐구한 사진작가 마누엘 부고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을 촬영했다.
한편 『김중업×르코르뷔지에, 서울 - 파리 우정의 기록』은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연희정음에서, 2026년 3월까지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인 건축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의 도록을 겸한다. 같은 전시는 이후 프랑스와 인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책에는 두 공간에서 전시된 사진 67점을 비롯해 전시를 기획한 건축가 윤태훈과 미리암 스와르크가 각각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의 작업을 해설하고 사진가들을 인터뷰한 글을 실었다.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를 한층 풍성히 다룬 내용으로 이들의 건축 세계를 다각도에서 깊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찬디가르까지, 렌즈에 담긴 건축적 대화
르코르뷔지에는 오늘날 도시 구조와 건축 양식의 기초를 마련한 건축가이다. 롱샹 성당과 사보아 저택 등으로 20세기 건축의 이정표를 세웠으며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그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이자 건축가인 김중업은 프랑스에서 우연히 르코르뷔지에와 만나 교류한다. 두 사람은 4년 반 동안 르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 35s(Atlelier 35s)에서 협업하며 찬디가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각별한 사제 관계를 지속하며 사진과 도면을 주고받고 지성과 예술혼을 나누었다. 이후 김중업은 귀국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서울과 부산, 진해에 건축물을 짓는다.
이 책에서는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의 개별 건축뿐만 아니라 공동 작업인 찬디가르 프로젝트까지 만나볼 수 있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은 마누엘 부고가 촬영했다. 프랑스 파리 국제대학촌, 마르세유 및 헤제의 유니테다비타시옹, 롱샹 성당 등 르코르뷔지에의 건축물과 더불어 찬디가르 고등법원, 정부 공보실, 국회의사당, 아마다바드의 쇼단 저택, 닐람 시네마, 방직자협회 회관까지 아울러냈다. 마누엘 부고의 사진으로 르코르뷔지에의 독창성과 두 건축가의 우정이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장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용관은 김중업의 건축을 기록했다. 김중업의 건축 어휘를 완벽히 구사한 주한프랑스대사관을 시작으로 말년에 설계한 주택 연희정음, 부산대학교와 제주대학교,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이 중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진해해군공관 사진이 포함되어 처음으로 공개된다. 김용관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가장 좋은 질의 기록을 남긴다는 공적인 책임감”으로 김중업의 건축을 촬영했다. 김중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지만 그 건물은 현대로 오면서 기존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거나 원형이 손상되었다. 이 같은 현실 아래 김용관은 건축적 유산과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고자 섬세한 시선으로 김중업의 건축을 사진으로 남겨 보존하고자 했다.
두 사진가는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을 렌즈에 담아 방대한 장소와 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들려준다. 충실한 아카이빙을 따라 파리, 서울, 찬디가르를 잇는 건축적 대화가 펼쳐지며 두 거장의 우정이 전해진다.
건축 언어로 넘은 국경
한불 문화 교류의 상징이 된 건축물
『김중업×르코르뷔지에, 서울 – 파리 우정의 기록』은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가 대한민국과 프랑스 그리고 인도에 남긴 건축을 조명한다.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며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국가 간 교류는 이 책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이다. 스승과 제자로, 그리고 동료 건축가로 만나 마음을 나눈 두 사람의 관계에는 예술이라는 공통어로 빚은 한불 문화의 얽힘이 깃들어 있다.
2026년 한국과 프랑스는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14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주한 프랑스 대사 필리프 베르투가 책에 서문을 썼다. 또한 김중업의 대표 건축인 주한프랑스대사관이 건립되던 1960년대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였던 로제 샹바르가 직접 찍은 주한프랑스대사관 미공개 사진을 최초로 수록했다. 지나온 시간의 조망으로, 양국의 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비로서 김중업과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