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생각하다』는 도시에 관한 여러 가지 사유와 이론, 실제를 집대성한 책이다. 도시에 관해 기존에 연구되어 온 다양한 연구 성과를 요목조목 구성해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도시와 건축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낭만과 예술의 도시라는 상투적인 대답 대신 과학적인 근거를 내놓는다. 바로 ‘이중 척도 도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리는 현대 도시의 대형 척도에 따라 건설된 12개 방사형 대로 사이사이에 인간 중심의 소형 척도에 따라 형성된 주거 공간이 세포처럼 퍼져 있어 다채롭고 활력 넘치는 파리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즉, 현대 도시의 효율성과 편의성, 전통 도시의 인간 중심 공간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파리라고 말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 책은 학문적으로 도시를 탐색하고 사유하며 도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건축가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철학, 지리학, 역사, 사회학에서 생태학,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인문학적 성찰과 자연과학의 이론이 풍성하게 소개되며 도시를 향한 지적인 여행을 안내한다. 도시는 인류 생존의 기반이며 한 국가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발전의 상징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회학자, 도시계획가, 건축가 들이 이상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 연구는 포괄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건축 창작’이라는 작은 우물에서 빠져나와 보다 발전적인 ‘도시 창조’의 길을 모색하려면 한 가지 학문의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견지해야 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도시는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로 단장하고 한껏 화려함을 뽐냈다. 그러나 세계화와 국제주의 양식이 유행하면서 모든 도시가 획일화되고 개성이 사라졌다. 또한 맹목적인 영웅주의와 규모, 속도, 외관에만 치중하는 개방 방식 때문에 도시 활력과 삶의 질은 외면당해 왔다. 이로 인해 현대 도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저자는 사상 유래 없는 급속한 도시개발을 경험한 중국의 현실을 신랄하게 파헤치며 현대 중국 도시가 ‘평면화, 개념화, 기계화, 이상화’되었다고 진단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대 중국 도시의 발전 방향을 ‘평면화에서 입체화로, 공시성에서 통시성으로, 새로운 것에서 익숙한 것으로, 획일화에서 개성화로, 엘리트 중심에서 대중 중심으로, 계획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간적·사회적·역사적 관점을 통합한 입체적 방법으로 도시 발전을 분석하며 저자가 이른 결론은 명쾌하다. 인간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와 기계에 내준 자리를 인간에게 돌려주고 사람 사이의 교류가 왕성한 활력 공간을 가꿔나갈 때 인류가 꿈꾸는 행복한 미래 도시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미래 도시를 위한 이러한 비판과 상상을 통해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국가들이 떠안은 도시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