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지, 인간을 위한 가치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이 세상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시간은 무한히 이어지는 것인가’처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 이 책 『신기한 돈』도 바로 그런 질문이 담겨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위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 소설가, 사진작가이기도 했던 전방위 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이 책에서 ‘돈’에 관한 의문을 던진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건 가운데 우선순위로 꼽히는 ‘돈’은 우리에게 고통과 기쁨을 함께 가져다주는 신기한 존재다. 아카세가와는 “가게에는 쌀과 채소와 고기가 있는데, 돈이 없으면 손을 내밀 수 없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신비한 돈에 관해 생각한다. 아카세가와의 말처럼 의문은 작은 것일수록 현실감이 있다. 매 장마다 펼쳐지는 아카세가와의 그림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돈이라는 것이 사실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른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비로소 돌아볼 수 있는 돈의 존재에 얽힌 불합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신기한 돈』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아카세가와는 ‘돈’을 ‘권총’ ‘피’ 등에 비유하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돈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흥미로운 비유와 그림으로 알기 쉽게 풀어낸다. 또한 원시 사회의 ‘돌’에 빗대어 돈의 가치를, 자신이 키우는 개 ‘니나’와 아내의 일화에 빗대어 돈의 원리를 그리기도 한다. 결국 아카세가와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인 ‘돈’이라는 소재로 인간을 위한 가치란 무엇인지와 같은 근원적 질문을 연상하게 만든다.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로 문제의 근원을 파고드는 방식은, 바로 철학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어른이 되어서도 머릿속 깊숙한 곳에 남아 있던 아이를 끄집어내 아이의 눈높이로 질문을 던진다. 아카세가와는 ‘철학’이 아이들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시선으로 발견한 작은 의문이 우리의 삶과 행복이 딛고 서게 될 현실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바로 이 책을 통해 아카세가와는 머릿속 작은 어린아이가 조금씩 확대되는 기쁨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