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마카로니 구멍의 비밀

マカロニの穴のな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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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케이자이신문에 2001년 11월부터 2001년 5월까지 6개월간 연재된 「디자인 나무에 오르다」를 가필해 한 권으로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인의 디자인』의 저자 하라 켄야의 ‘디자인과 일상’에 대한 재치 있고 주옥같은 글들을 다시 만나본다.

편집자의 글

소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디자인 열쇠’
그것을 발견하는 게 디자이너의 능력이다

디자이너의 일상은 도시나 경제가 질주하는 속도나 밀도에 보조를 맞추어 살아간다. 다시 말해 불규칙한 리듬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저자 하라 켄야는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의 삶에, 아니 이 세상 모든 디자이너의 삶에 조그마한 휴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작업을 되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연재였다. 그는 이 연재를 ‘정원’이라 표현했다. 디자인의 반복으로 머릿속에 쌓인 언어의 씨앗을 그곳에 심어 싹이 트기를 바라보듯이, 그런 기분으로 연재를 이어 나갔다.

사실 디자이너의 일상은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비유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트렌드를 좇고 이상을 좇고 새로움을 좇고 자신만의 색을 좇고, 그렇게 디자이너는 언제나 무언가를 좇으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존재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다.

그런 바쁜 일상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금껏 자신이 쌓아온 열정의, 정성의, 꿈의, 노력의 씨앗을 그 정원에 심어보자. 그 씨앗은 한 그루 커다란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일상에 쫓기는 디자이너들에게 이 책 『마카로니 구멍의 비밀』은 정원과 같은, 한 그루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책 속에서

글이나 글자 무리를 어떻게 배열하는가 하는, 이른바 ‘레이아웃’ 작업은 지금까지 프로의 일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초보자도 간단히 이것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글자들은 예의를 벗어나게 되었다. 이것을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천박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특히 홈페이지나 연하장 등을 보면 혹독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물론 테크놀로지의 진화에 맞춰 문자는 보다 신선한 표정을 갖출 수 있다. 종이나 인쇄의 낡은 규칙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글자를 표현하는 데에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서예’를 배우기 때문에 멋진 서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활자’에는 상당히 어둡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명조체’는 중국에서 탄생해 일본에서 세련미를 첨가한 글자체로 독자적인 아름다운 형태를 갖추고 있다. 가로선이 가늘고 세로선은 굵다. 부리는 ‘우로코’라 불리는 비늘 모양의 삼각형 악센트를 갖추어 문자에 강약을 줌과 동시에 읽기에도 편하다. 중국에서 상형문자가 발명된 지 수천 년에 걸쳐 이 형태에 이르렀다. 그런 은밀한 부분에 문화의 질을 지탱하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글자의 크기나 그 간격, 그리고 글줄사이 등을 이용해 긴장감이나 품격을 만들어내는 것이 ‘조판’이라는 기술이다. 알파벳 언어권에서도 글자의 조합은 매우 엄격하게 다루어지는데, 그 기본은 글자크기, 글자사이, 글줄사이다. 글자를 다루는 기술은 이 기본이 매우 중요한 만큼 구미의 그래픽디자이너는 이 부분을 철저하게 단련한다.
한자와 히라가나, 가타가나, 알파벳, 숫자가 혼재해 있는 일본의 식자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오랜 노력으로 세계에서도 꽤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그때 나타난 IT 혁명. 미디어의 대중화에 의해 글자나 식판은 혼돈의 물결에 침몰되어가고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다도나 꽃꽂이를 즐기듯 일반인들도 미디어를 다루는 소양의 하나로서 글자를 우아하게 제어하는 예의를 갖추면 어떨까? 미래의 글자 문화를 짊어질 사람은 디자이너들만이 아니다. “악필이라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듯 글자를 배치할 때에도 좀 더 정성스런 마음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세상은 변한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하라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하나 내걸어볼까 보다.

「글자를 살리는 예절」, 58–61쪽

차례

표면장력의 미학
사라진 영상
엘레강트한 파리
마카로니 구멍의 비밀
손바닥의 장정
종이편지의 우아함
미라와 리사이클
콩코드와 신칸센
도시와 목욕탕
손상된 표고버섯의 실력
검테이프가 전하는 메시지
우산의 슬픔
공명하는 제철 음식
글자를 살리는 예절
용의 기상
피라니아의 맛
아마조나스극장
사하라에서의 체험
기억의 디자인
마요네즈의 구멍
백색의 기개
사각의 이유
마음을 전하는 천
일본을 배운다
배로 옷을 입자

마치고 나서

하라 켄야

1958년생. 디자이너, 일본디자인센터 대표이자 무사시노미술대학교 교수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지를 순회하며 영향을 끼친 〈RE-DESIGN – 일상의 21세기〉전을 비롯해 〈JAPAN CAR – 포화한 세계를 위한 디자인〉 〈HOUSE VISION〉 등 기존의 가치관을 뒤엎는 전시회를 전개한다. 나가노올림픽 개폐막식 프로그램, 아이치박람회에서는 일본 문화에 깊게 뿌리 내린 디자인을 실천했다. 2002년부터 무인양품 아트디렉터를 맡았으며, 마쓰야긴자, 모리빌딩, 쓰타야서점, 긴자 식스, 미키모토, 야마토운수, 중국 샤오미의 VI 디자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한다. 2008–2009년에 베이징, 상하이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6년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 이탈리아 건축가 안드레아 브란치와 〈신 선사시대 – 100개의 동사(新·先史時代 – 一〇〇の動詞)〉전을 개최해 인류사를 도구와 욕망의 공진화로서 제시했다. 또 외무성 〈JAPAN HOUSE〉에서 종합 프로듀서를 맡아 일본 문화를 미래 자원으로 삼는 일에 주력한다. 2019년에 웹사이트 「저공비행 – High Resolution Tour」를 시작해 독자적인 시점으로 일본을 소개하면서 관광 분야에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시도한다. 지은 책으로는 『디자인의 디자인』 『백』 『내일의 디자인』 『마카로니 구멍의 비밀』 등이 있다.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과정을 거쳐 동양철학 및 종교학 연구가, 일본어 번역가, 작가로 활동 중이다. 『내일의 건축』『마카로니 구멍의 비밀』『연결하는 건축』 『삼저주의』『백』『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준비된 행운』 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