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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와 1986-1995 한국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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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와 1986-1995 한국현대미술』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이 세워지기 전,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본전시에 참여했던 한국 작가들의 궤적을 원전 자료로 되짚는 도큐먼트 북이다. 신문 기사, 잡지 기사, 전시 자료, 작가 노트, 사진 등을 수집, 정리했으며, 2024년 스페이스21에서 열린 전시 《The Journey to the Venice Biennale: 1986-1993》의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실었다.

편집자의 글

1950년대 후반부터 한국 작가들의 국제전 참여 열망이 컸음에도, 국가 단위의 지원 없이 작가 개인의 노력에 의존해야 했다. 일본이 1956년 자국 국가관을 세워 아시아 최초로 자르디니에 입성한 것과 달리, 한국은 1995년까지 별도의 전시관 없이 이탈리아관 등 임시 공간을 빌려 참가해야 했다. 1986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1987년 해외여행 자율화,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엑스포와 《1993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로 이어지는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이 네 차례의 참가가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이 책은 되짚는다.

1986년 제42회 커미셔너 이일은 고영훈과 하동철을, 1988년 제43회 하종현은 박서보와 김관수를, 1990년 제44회 이승택은 조성묵과 홍명섭을, 1993년 제45회 서승원은 하종현을 각각 선정해 베니스로 향했다. 책은 이 네 번의 참여를 연도별로 나눠 당시의 신문 스크랩과 도록, 작가들의 손글씨 메모까지 원본 그대로 수록하고, 1995년 한국관 건립 전후의 비평과 주요 사건 연보, 관련 기사 목록을 더해 하나의 연구 자료집으로 완성했다.

책에는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사실들도 함께 담겼다. 1988년 김관수는 《베니스 비엔날레》 내 특별전 아페르토(Aperto)에 초청된 최초의 한국 작가였으며, 그가 남긴 육필 원고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기」가 이번에 소개된다. 1995년 한국관 초대 커미셔너로 선정된 이일은 한 인터뷰에서 1986년 첫 참가 당시를 “행사장 한쪽 구석의 허름한 가건물 속에서 제3세계 국가들과 뒤섞여” 전시했던 경험으로 회고했는데, 이 발언은 한국관 건립 이전 아홉 해의 실제 조건을 가늠하게 하는 자료로 함께 수록되었다.

1부는 정연심과 김정은의 논고로, 1950년대 후반 한국 작가들의 국제전 참여 모색부터 1986년 첫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 1995년 한국관 건립에 이르는 과정을 국제 미술 담론의 흐름 속에서 정리한다. 2부는 1986·1988·1990·1993년 네 차례의 참여를 연도별로 다룬 원전 아카이브, 3부는 2024년 스페이스21 전시 기록, 4부는 1995년 한국관 건립 전후의 비평(정연심, 김인겸, 홍명섭)과 관련 자료로 구성된다.

책 속에서

이 책은 글로벌 모더니즘이 형성되었던 195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논의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그리고 세계화라는 거대 담론에 직면했던 1990년대 한국 미술계를 관통한다. 이 방대한 시기 동안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전에 참여하기 위한 작가들의 궤적과 비평가들의 글, 작가들의 노트, 사진과 같은 아카이브 등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원전을 직접 찾아서 수록함으로써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설립되기 이전의 내러티브를 구축해보려고 노력했다. 이는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건립 시기에만 맞춰서 비엔날레 참여의 역사를 서술하는 현재의 시점을 재고하고, 1995년 이전에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전시의 역사를 재맥락화해서 잊힌 전시들과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과 아카이브를 찾아보는 것이다. 

5쪽, 「들어가며」

그럼에도 비엔날레라는 국제전에 대한 열망은 이 시기가 처음이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한국 작가들은 해외 국제전에 참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1950년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0년대 중후반 국전에 반대하는 젊은 미술가들의 저항과 함께 한국 화단은 역사적으로 처음 글로벌 아트와 조우하게 된다. 계몽주의적 예술비평을 강조했던 이경성은 서양의 근대와 현대미술을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했고, 방근택은 프랑스의 철학과 기호학 등을 접목시켜 미술을 바라보기도 했다. 앵포르멜이나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해외 동향의 미술에 대해서도 신문 지면과 같은 저널리즘 비평을 통해 소개되었으며, 1966년 창간된 『공간』 또한 건축은 물론, 미술, 연극, 음악 등 예술 전반에 걸쳐 모더니즘 예술과 해외 경향 등을 자유롭게 소개했다. 짧은 ‘한국현대미술’의 역사 속에서도 한국전쟁 이후 전후 세대 작가들은 해외 미술의 동향을 접하려고 노력했고, 한국에서 동시대 국제 미술을 소개하거나 해외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기회를 모색했다.

14쪽, 「한국현대미술의 국제 비엔날레 참여와 글로벌 미술 담론으로의 확장」

(…) 1980년대 초반에는 여전히 국제 교류는 정부 지원보다는 작가들의 개인적 역량에 기대어 전시되었으며, 정부 주도의 일본에 비해 한국 작가들은 사비를 들여 작품을 운송했다. 1986년, 1988년, 1990년, 1993년 총 4회에 걸쳐 한국 작가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기록이다. 사실 1995년 한국관 참여 작가 명단을 보면, 윤형근, 김인겸, 전수천, 곽훈인데, 윤형근과 곽훈과 같은 추상화가와 설치 작가가 혼재되어 있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1986년 참여 작가부터 연결해보면 추상미술 작가들이 왜 1995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어떤 일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20쪽, 「한국현대미술의 국제 비엔날레 참여와 글로벌 미술 담론으로의 확장」

국제전에 대한 언론매체의 관심은 세계 미술계의 최근 동향을 파악해 알리고자 하는 의도와 연결된다. 특히 문화예술 전문 잡지에서는 일반 신문 보도와 달리 우리 미술가들의 참여나 수상 여부에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인 세계 미술 동향 파악에 관심을 기울였다.

25쪽, 「베니스 비엔날레를 향한 한국현대미술의 모색」

우리나라가 첫 참가한 《제42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 커미셔너로 활약한 미술평론가 이일은 『공간』 1986년 8월호에 비엔날레 참관기를 기고한다. 이 글에서 그는 전반적인 관점에서 《제42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개괄하고 비판적인 어조로 평가하는데 특히 비엔날레의 기획 테마와 수상 결과의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초참자의 입장인 한국현대미술에 대해서는 국제전 참가 자체로 만족하지 말고 국제 무대에 보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과 이를 위한 문화적 투자 유치를 주문한다. 우리나라의 첫 참가라는 의의에도 불구하고 《제42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적 평가는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있었다. 이 기사에서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표현으로 《베니스 비엔날레》를 형용하며 권위주의로 명맥을 잇고 있는 비엔날레가 현대미술의 시대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29쪽, 「베니스 비엔날레를 향한 한국현대미술의 모색」

차례

들어가며

1 논고
한국현대미술의 국제 비엔날레 참여와 글로벌 미술 담론으로의 확장 - 정연심
베니스 비엔날레를 향한 한국현대미술의 모색 - 김정은

2 전시와 아카이브 자료
1986년 제42회
1988년 제43회
1990년 제44회
1993년 제45회

3 스페이스21 전시 아카이브

4 1995 한국관 건립
파편적 성좌, 그리고 ‘모든 섬은 산이다’ - 정연심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비평 - 김인겸
베니스 비엔날레 100년의 亡靈(망령) - 홍명섭

주요 사건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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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정연심

정연심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이자 미술사학자로,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9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기획한 백남준 회고전의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 주립대학교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미술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2018)의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했으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뉴욕대학교 대학원(IFA) 미술사학과에서 방문연구교수이자 풀브라이트 펠로우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표 저서로는 『현대공간과 설치미술』(에이엔씨, 2015), 『한국의 설치미술』(미진사, 2018), 『비평가, 이일 앤솔로지』(편저, 미진사, 2013; Les Presses du réel, 2018), 『Lee Bul』(공저, Hayward Gallery, 2018) 등이 있고 2020년에는 저자이자 에디터로 『Korean Art from 1953: Collision, Innovation, Interaction』(파이돈, 2020)에 참여했다. 2024년 뉴욕 밀러 출판사에서 출간할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김창열에 대한 편지 프로젝트를 맡고 있으며(정도련, 정연심 공동 편저), 런던 파이돈 출판사에서 2025년 단색화와 한국추상에 관해 저술한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파주, 고성 등지에서 열린 《2021 DMZ Art & Peace Platform》의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김정은

2000년 이화여자대학교 정보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10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석사학위, 2019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미술비평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은 「이경성의 한국 미술비평 연구」이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홍익대학교, 용인대학교, 전주대학교에 시간강사로 출강하였고, 2020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홍익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이경성 앤솔로지』(미진사, 2021), 『SeMA Collection 200』(서울시립미술관, 2015), 『단색화 미학을 말하다』(마로니에북스, 2015), 『나혜석, 한국 문화사를 거닐다』(푸른사상, 2015), 『서양미술사전』(미진사, 2015), 『비평가, 이일 앤솔로지』(미진사, 2013) 등의 단행본에 공동 저자 혹은 공동 편저자로 참여했다.

이유진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술관에서 일반인을 위한 예술 교육과 전시 기획, 출판 활동을 하고 있다. 편저로는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 그룹』 『비평가 이일 앤솔로지』, 옮긴 책으로는 『영웅의 탄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