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을 관통하는 실험 정신, 아방가르드(Avant-Garde)와 ‘AG’ 그룹
“전위 예술에의 강한 의식을 전제로 비전 빈곤의 한국 화단에 새로운 조형 질서를 모색, 창조하여 한국 미술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 (‘AG’ 선언, 1969)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 그룹』은 2023년 5월에 열린 동명의 전시회 작품집으로, 1969년 결성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와, 그 이론적 구심점 역할을 했던 미술 비평가 이일(1932-1997)의 활동을 재조명한다. 한국아방가르드협회는 1960년대 후반 비평가 이일을 비롯한 전위적 한국미술가, 비평가가 교감해 만든 그룹으로서 ‘아방가르드(Avant-Garde)’의 약자인 AG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1969년 설립부터 1975년 공식 해체할 때까지 총 3번의 주요 전시를 열고, 1974년 서울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또한 자체 저널을 발행해 ‘평론가와 작가들이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을 논하고, 해외 미술과의 ‘국제적 동시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총 5–6년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AG 그룹은 세 번의 주요 전시를 통해 전통 재료부터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변화하는 재료에 반응하며 실험성을 보여줬다. 이 전시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시사(史) 측면에서도 중요한 큐레토리얼적 가치가 있다. 전시와 출판을 통해 전개한 AG의 활동은 작가와 평론가가 서로의 작품을 이해하는 협업의 관계임을 잘 드러내며, 시대를 관통하는 실험 정신의 원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연심의 논고 「AG 그룹의 실험미술 전시」는 전시, 출판, 기획, 비평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AG 그룹의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그 예술사적 의의를 짚는다. AG 그룹 작가 9인(김구림, 박석원,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이승조, 이승택, 최명영)의 작품을 전시한 2023년 전시 사진과 1970년대 출간한 AG 출판물과 도록, 전시 포스터와 작가들이 소장한 당시 전시 사진 등의 아카이브 자료를 수록했다.
또한 비평가 이일이 AG 저널 및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과 육필 원고, 이일의 사진 기록과, AG 그룹 활동의 의미와 당시 시대상을 생생하게 증언한 AG 그룹 작가들의 인터뷰 글을 실었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가들이 한국 현대미술에서 전위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해외 미술(개념 미술, 대지 미술, 프로세스 아트, 현대건축 등)을 이해하고 연구를 시도한 면면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한다. 1970년대 AG의 작품과 그들의 근작을 담아 과거와 현재의 조응점을 모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