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라는 섬이 특별한 이유
건축에서 그 해답을 찾다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게 산남(山南, 서귀포시)과 산북(山北, 제주시)으로 나뉜다. 이 책에서는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각각 세 개의 지역으로 세분하고 있다. 먼저 ‘서귀포시 서부지역’에는 알뜨르비행장, 남제주 강병대교회 등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와 동시에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등 유명 건축가의 작품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서귀포시 동지역’은 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 이중섭미술관 등이 밀집되어 예술적 향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제주성읍마을이 위치한 ‘서귀포시 동부지역’에서는 제주 전통건축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으며, 제주고산리유적이 발견된 ‘제주시 서부지역’에서는 그보다 더 머나먼 선사시대의 흔적까지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제주시 동부지역’의 낙선동 4・3성과 ‘제주시 동지역’의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은 건축적 측면을 넘어 역사적으로도 기억해야 할 장소다.
서울, 부산 그리고 제주……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건축 미학
‘도시 속 건축’ 시리즈는 하나의 도시를 건축적 관점으로 탐구하는 안그라픽스만의 아카이브 북이다. 2015년 서울, 2016년 부산에 이어 2018년 제주가 세 번째 도시로 선정되었다. 독일의 건축 전문 작가 울프 마이어(Ulf Meyer)가 지은 『서울 속 건축』에 편견 없는 이방인의 시선을 담았다면, 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 이승헌 교수의 『부산 속 건축』에서는 양산・울산・김해・창원 등 부산 인근 지역 건축물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한편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제주 속 건축』은 제주지역 건축 연구에 매진해온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가 집필을 맡았다. 제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제주에서 생활한 24년의 경험과 해박한 전문 지식, 제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제주 건축 155선’을 엄선했다. 이 책에는 제주의 건축물 외에도 제주를 상징하는 일곱 가지 특별 요소가 수록되었다. 오름, 곶자왈과 중산간, 돌하르방, 밭담과 산담, 용천수, 방사탑, 도대불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제주 건축에 개성을 부여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설계와 디자인에 강렬한 영감을 주기도 하고, 창문 너머 풍경으로 존재하며 건축물의 경관을 완성하기도 한다. 『제주 속 건축』은 제주의 건축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건축 미학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제주 속 건축뿐 아니라 우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 등 제주 주변의 섬까지 조명하고 있다.
공간을 이해하면 도시가 보인다
제주 여행자를 위한 건축 안내서
여행에서 ‘공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행이란 공간과 공간을 잇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간은 단순히 랜드마크나 관광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지역의 소문난 맛집일 수도 있고, 하룻밤 쉬어 가는 숙소일 수도 있으며,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는 미술관일 수도 있다. 『제주 속 건축』을 읽고 나면 이 모든 공간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현무암으로 마감된 식당의 외관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고, 호텔 로비에서 건축가의 숨은 의도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도로변의 허름한 건물에서 역사적 가치를 찾아낼 수도 있다. 『제주 속 건축』은 일반적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오직 제주의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한 건축 안내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제주 여행을 구상 중인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도서의 끝부분에 수록된 ‘제주 건축 도보 여행 추천 코스’와 ‘제주 건축 테마별 추천 여행지’에는 실제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