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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앉다가 보다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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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바라보아야 들리는 이야기가 있다. 앉은 이의 모습부터 앉은 시선에 들어온 일상과 공간, 도시의 모습까지, 그곳에 앉아 무심코 지나치고 미처 알아보지 못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전작 『앉지 마세요 앉으세요』에서 각양각색의 의자를 소개한 저자 김진우는 이번 신작 『걷다가 앉다가 보다가, 다시』에서 의자라는 사물에서 나아가 그곳에 앉은 사람들과 그를 둘러싼 세상을 관찰한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에는 디자이너로서 사회 이슈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한층 더 짙게 담겼다.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칼칼하게. 그 시선은 보다 더 많은, 보다 더 다양한 사용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가닿고, 도움이 필요한 현장과 관심은 필요한 약자에게 손을 내민다.

이 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1부는 앉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양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 앉아 바라본 주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앉은뱅이 바퀴 의자, 노란색 상자, 사막의 모래 위 등 사람들이 앉은 곳은 의자 위만이 아니다. ‘앉는다’는 일상의 행동을 돕는 소박한 디자인에서 행복의 질을 결정하는 철학을 배우게 된다. 넉넉한 좌석과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계절에 따라 온도를 맞춰 주는 대중교통은 과연 편리할까? 소외된 누군가를 살피는 저자의 세심한 시선을 따라가 보자. 2부는 저자가 경험한 건축과 도시에 대한 기록이다. 과거에 타지에서 경험한 기억을 더듬으며 시야를 넓힌다. 때로는 다시 찾은 그곳에서 담은 새로운 기억의 지층을 더해 사유를 완성한다. 팬데믹 시대가 찾아오면서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사실도 있다. 조금 달라진 일상 덕분에 찾은 이야기마저 소중한 요즘이다. 그렇게 저자는 속도를 늦춰 본 것, 들은 것, 경험한 모두를 독자에게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의 글

앉고 싶은 곳,
그곳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

의자 대신 앉을 곳을 찾아보자. 거실 구석의 앉은뱅이 의자, 수해 복구 현장의 노란색 상자, 사막의 모래 위. 그곳이 어디든 자연스레 자세를 낮추고 몸을 기댄다. 자전거, 버스, 지하철, 비행기 등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조차 누군가는 커다란 장벽과 거리를 느낀다. 과연 우리가 놓친 게 무엇일까. 현대인에게 필수가 된 제3의 공간에서도 앉음은 계속된다.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는 여러 연구를 통해 행복한 사람들, 행복한 공동체에는 모두 제3의 공간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24시간 언제든 원하는 것을 쥐고 나올 수 있는 편의점, 이제는 만능 라이프스타일숍이 된 빨래방, 다채로운 활동으로 충만한 서점과 도서관까지 많은 이의 발자취가 남는 만큼 다양한 사연이 모인다.

배경을 바꿔 찾아가는 건축도시 기행의 재미도 쏠쏠하다. 25년 만에 찾은 빌라 사보아 앞마당에 앉아 문화유산을 지척에 둔 프랑스 아이들의 견학을 지켜보곤 저자만의 사유를 이어간다.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의 재생을 함께한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현지인이 된 듯 여유롭게 거닐다 앉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즐긴다. 유모차 통행을 배려한 오사카 가이유칸 수족관에서는 디자인의 가치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한다. 방문자를 환영하듯 곳곳이 열린 공간으로 가득한 코펜하겐, 사람과 동물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셰프샤우엔을 거쳐 명동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구도심과 도심 광장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이어나가며 우리 삶 속에 보다 따뜻한 소통과 연대를 소망해 본다.

김진우가 경험한 시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상상이 펼쳐지는 건 그의 느긋함에 동행해서일까. 표지에서부터 글 사이사이를 징검다리 건너듯 생동감 있게 채운 일러스트레이터 김승환의 그림도 한몫한다. 톡톡 튀는 색감과 함께 재치가 엿보이는 작가 특유의 그림을 들여다보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장면을 즐겨 보기를 권한다. 앉을 수 있는 자리와 공간이 많은 도시, 그 안에 사람들이 모이고 재밌는 일이 생긴다는 저자의 믿음대로 그 속도와 시선에 공감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책 속에서

여행은 몸과 마음이 외부로 열리는 시간이지만 생각의 시선을 내부로 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부로 향한 시선은 그 시선의 깊이만큼 나를 철들게 하는데, 때로는 쓰라리기도 한 그 뻐근한 느낌이 좋아서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꾼다.

80쪽

앉아서 보는 풍경과 서서 보는 풍경이 다르고, 멈춰서 보는 풍경과 움직이면서 보는 풍경이 다름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여름엔 더위를, 겨울엔 추위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비가 올 땐 빗소리를, 눈이 올 땐 눈이 내리는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139쪽

여행자의 눈에는 자연스럽게만 보였던 소통과 공존의 지혜는 무엇이었을까? ‘사랑한다는 것’과 ‘함께 사는 것’ 사이의 어마어마한 차이점을 넘어 그들은 어떻게 지속 가능성에 도달했을까?

204쪽

그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 그 용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객관적 관점을 가능케 했다.

229쪽

차례

내가 앉고 싶은 그곳, 그곳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

앉아 있는 사람을 보다
1장・의자 대신 그곳에 앉다
전동 청소기 대신 앉은뱅이 의자
세월을 견딘 남대문 시장의 월동 의자
김장할 때는 어떤 의자가 좋을까
욕실에 플라스틱 의자가 등장할 때
스터디 큐브 속에 앉아 보면
수해 복구 현장, 두 개의 의자
사하라 사막의 모래 위에서
2장・움직이는 것에 앉다
자전거 천국에서 발견한 평등사회
뉴욕 버스 안, 그곳에서 만난 일상
우리가 놓친 지하철의 이동권
기차 여행의 로망,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생각하며
비행기 좌석의 등급은 당연한가
크루즈의 추억, 크루즈의 상처
3장・제3의 공간에 앉다
팬데믹 시대의 지역 카페의 변화
편의점이 궁금하다
생활밀착형 라이프스타일숍, 빨래방
대학 캠퍼스 안 제3의 공간
이토록 다양한 서점의 공존
도서관, 그 환대의 공간

앉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1장・건축에 앉다
겸암정사에서는 바닥에 앉는다
클라우스 채플로 가는 길, 세 개의 벤치
쾰른 대성당에서 콜룸바 미술관까지
빌라 사보아에서 보낸 하루
빌바오 구겐하임을 휴먼 스케일로 바라보면
해안 도로에 앉아 바라본 글라스하우스
유모차와 함께 한 여정, 오사카 가이유칸 수족관
대학로와 김수근 건축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앉아
2장・도시에 앉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코펜하겐의 옥외 공간
베네치아, 가지 않는 것으로 응원한다
동물에게 좋은 도시 모두에게 좋은 도시, 셰프샤우엔
충주 호암지의 산책로를 거닐며
지역화를 실천하는 재래시장
명동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을 걷다
대한민국 서울, 광장의 진화

내가 있던 그곳, 지금 다시 이 자리에서

김진우

충주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 교수. 2004년부터 ‘실내 디자인 스튜디오’와 ‘가구 디자인’ 교과목으로 학생들과 만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가구 디자인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과 작품을 발표했다. 지금껏 쌓아온 전문지식이 이 시대의 삶과 연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논문이 아닌 대중에게 읽히는 글에 도전하게 되었다. 2015년 4월부터 지금까지 충주지역 «교차로»에 격주로 연재하는 칼럼으로 재능 기부하고 있으며, 격월간 교육 잡지 «민들레», 대한항공 기내지 «비욘드», 일간지 «한겨레»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며 대중과 만나는 글쓰기의 근육을 키웠다. 건강하고 즐겁게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을 통해 타인과 엮이길 희망한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