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페소아의 리스본

Lisbon: What the Tourist Should See

온라인 판매처

밀란 쿤데라, 옥타비오 파스, 주제 사라마구, 페터 한트케 등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 페소아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리스본의 모든 것

페르난두 페소아는 1888년 리스본에서 태어나 1935년 리스본에서 삶을 마감했다. 그가 살아서 빛을 본 원고는 거의 없었다. 수만 장에 이르는 원고들은 그가 죽은 후 방 안의 한 궤짝에서 발견되었고, 수많은 친구와 봉사자, 연구자 들의 지난한 분류작업 끝에 하나씩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책의 원고 『Lisbon: What the Tourist Should See』 또한 그 궤짝 안에 있었다. 그의 대표작 『불안의 서』를 비롯한 다른 원고들이 손으로 흘려 쓴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것과 달리, 이 원고는 영문으로 타자를 쳐서 가지런히 묶어둔 상태였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출판을 염두에 두고 정리해둔 것으로 보이는 이 원고가 해외에 포르투갈을 홍보할 목적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한다. 오랜 시간 잊혔던 이 원고는 그의 탄생 100주년인 1988년 즈음에 극적으로 발견되어 출간되었고, 곧이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페소아에게 리스본은 그저 한 도시가 아니라 포르투갈이라는 한 나라가 응축된 장소였다. 남아프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그에게 리스본은 한없이 그리워하며 이상화한, 반드시 돌아가야 할 고향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곳은 포르투갈의 존재조차 모르는 무지한 외국인들과 부딪히며 그 존재를 널리 알려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페소아는 영원히 잡히지 않을 것만 같은 리스본의 ‘진짜’ 모습을 평생 애타게 찾아다녔다. 이 짧은 가이드북에는 리스본에 대한 그런 복잡하고 모순된 감정과 ’관광객이 꼭 보아야 할 것들‘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뒤섞여 있다. 따라서 이 책에는 페소아의 다른 작품에서 발견할 수 없는, 페소아의 다른 목소리가 있다. 그는 이 가이드를 읽을 독자들에게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수도 리스본에 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편집자의 글

작가의 안내를 따라 도시를 여행하는 리스본 문학 투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용한, 리스본 여행의 필독서!

이 책을 들고 리스본을 둘러보기 시작하면 이 도시에 대한 페소아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리스본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세세하게 경로를 일러주고, 지나가며 보이는 장소 하나하나의 의미까지 짚어준다. 페소아는 자신의 리스본을 이방인 앞에 가장 잘 내보일 방법을 고심하며 관광 코스를 구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 안내서를 쓰는 것만큼 한 도시에 대한 사랑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특히 그처럼 여행을 혐오하고 ‘정주적 삶을 향한 유기적이고 숙명적인 애정’으로 뭉쳐 있는 사람에게 리스본은 그가 속한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이었을 테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안내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방식으로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 북적이는 관광명소와 인적 드문 거리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출판된 지 2–3년만 되어도 수정할 내용이 태반인 것이 가이드북의 속성인데, 90년도 넘게 지난 페소아의 리스본 가이드북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을 들고 직접 리스본을 다녀온 옮긴이와 현재 리스본에 거주하는 감수자의 말대로, 리스본은 페소아가 살던 시절과 지금이 그리 다르지 않다. 사라지거나 새로 생긴 명소도 있지만, 그가 언급한 장소들 대부분이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페소아의 리스본 가이드북이 가치 있는 이유는, 리스본에서 페르난두 페소아가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페소아의 미발표, 미출간 원고가 남아 있고, 새로운 페소아의 원고가 발견되면 리스본 시민들은 환호한다. 리스본 거리엔 페소아의 시구가 곳곳에 등장하고, 바다처럼 웅장한 테주 강변의 산책로엔 페소아의 작품 한 구절이 쓰여 있다. 그러니 리스본 여행을 꿈꾸는 독자라면 페소아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리스본을 찾아 나서기만 하면 된다.

추천사

“리스본 구석구석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으며, 자연스럽게 리스본의 100년 전 정취를 상상하게 된다. 달라진 곳에 대한 정보는 리스본을 직접 다녀온 옮긴이가 주석을 달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리스본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 책은 필독서다.”

김면중 (아시아나항공 공식 기내지 《ASIANA》 편집장)

책 속에서

페소아는 자신의 리스본을 이방인 앞에 가장 잘 내보일 방법을 고심하며 관광 코스를 구상했을 것이다. 이렇게 여행 안내서를 쓰는 것만큼 한 도시에 대한 사랑을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특히 그처럼 여행을 혐오하고 “정주적 삶을 향한 유기적이고 숙명적인 애정”으로 뭉쳐 있는 사람에게 리스본은 그가 속한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이었을 테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안내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방식으로 리스본의 과거와 현재, 북적이는 관광 명소와 인적 드문 거리 사이를 오갈 수 있게 된다.

17쪽, 「『페소아의 리스본』 사용법」에서

이제 우리는 이방인에게 함께 길을 나서자고 하려고 한다. 그의 안내인이 되어 이 도시를 함께 둘러보며 기념비, 공원, 주요 건물, 박물관을 비롯해 이 환상적인 수도에서 둘러볼 만한 곳은 모조리 알려줄 것이다. 이방인이 얼마간 머무를 계획이라면 믿을 만한 짐꾼을 찾아 짐을 맡기자. 그러면 짐꾼이 짐을 안전하게 호텔로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자동차에 올라 시내로 가도록 하자. 가는 길에 봐둘 만한 것을 모두 일러주겠다.

32쪽, 「도착」에서

캄푸 그란드 공원은 제일 인기 있는 일요일 나들이 장소 중 하나다. 일요일이면 공원 사이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인파가 몰려들고 도로 왼쪽은 말과 마차로 분주하다. 공원 한쪽 끝에는 포르투갈 스포츠클럽의 축구장이 있고, 공원 뒤쪽으로 가면 왼쪽에 동 페드루 5세 구빈원과 보르달루 피녜이루 미술관이 나온다. 그리고 하울 사비에르가 제작한 이 유명한 국민 예술가 보르달루 피녜이루의 청동상이 보인다.

54쪽, 「리베르다드 대로에서 캄푸 그란드까지」에서

여기까지 왔다면, 교도소 앞의 드넓은 터에 자리 잡은 리스본 최고의 공원인 에두아르두 7세 공원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이 공원의 식물원은 리스본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 식물원에 잘 오지 않을뿐더러 식물원의 존재 자체조차 모른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다.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는 대자연이 최고의 관상식물을 엄선해 선보이고, 소박하지만 천재적인 예술가가 신중하게 고른 초록빛과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식물원에는 수천 종의 이국적인 식물이 자라고 있어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식물원은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는 1이스쿠두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고 입장료는 무료다.

108–109쪽, 「에두아르두 7세 공원과 수도교」에서

일류 극장과 다양한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리스본의 밤은 낮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만들려면 헤스타우라도레스 클럽(맥심)이 자리 잡은 건물로 가야 한다. 이 건물, 팔라시우 포스는 17세기에 이탈리아 건축가 파브리의 설계로 지어졌다. 처음에는 카스텔루 멜료르 후작의 소유였다가 포스 후작이 사들여, 1870년부터 1875년 사이에 후작 본인의 감독하에 훌륭한 예술가들의 손을 빌려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이곳에서 건축가 가스파르, 조각가 레안드로 브라가, 화가 프란시스쿠 빌라사 그리고 누구보다도 대大화가 콜룸바누 보르달루 피녜이루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유명한 외국 작가의 작품들도 많다.

142쪽, 「리스본의 밤 —팔라시우 다 포스」에서

리스본에는 물론 여러 종의 신문이 발행된다. 이방인이 포르투갈어를 읽을 수 있다면 지역 신문에 대해 알고 싶어할 테니 주요 신문들의 성향과 신문사 위치를 일러주고자 한다. 가장 오래된 일간지는 «조르날 두 코메르시우 이 다스 콜로니아스(Jornal do Commercio e das Colonias)»(알메이다 이 알부케르크 거리 소재)이며, 제호가 말해주듯이 상공업 계층의 이해와 식민지 문제를 주로 다룬다. 다음으로 오래된 문은 «디아리우 드 노티시아스(Diário de Notícias)»로 지금은 신문 이름을 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신문은 그야말로 정통 신문으로 발행 부수나 구독자 수가 상당하며, 공화국 체제 안에서 보수적인 원칙을 지키고 있다.

158쪽, 「리스본의 신문」에서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리스본에는 예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감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볼거리가 있지만,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수도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리스본에 처음 왔다면 누구나 테주강 유역의 비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일곱 언덕 위에서 보이는 근사한 경치, 공원과 기념비, 오래된 거리와 새로 난 대로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교외 지역 또한 그 나름대로 볼만한 가치가 있다. 리스본 근교의 풍광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답지만,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건물의 아름다움이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리스본 근교로 나가보도록 하자. 함께 가는 이방인은 이 짧은 여행에 쓰는 시간을 잠시라도 낭비라 여기지 않을 것이다.

162쪽, 「켈루스를 거쳐 신트라」에서

차례

『페소아의 리스본』 사용법
우리 안의 페소아

도착
바이샤
호시우
리베르다드 대로에서 캄푸 그란드까지
알파마
다시 호시우와 시아두
바이후 알투
에두아르두 7세 공원과 수도교
에스트렐라
알칸타라와 아주다
벨렝
고대미술관과 상 벤투
리스본의 밤—팔라시우 다 포스
다시 시아두와 바이후 알투
모라리아
리스본의 신문
켈루스를 거쳐 신트라

찾아보기

페르난두 페소아

1888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성장했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 리스본으로 돌아와 무역회사에서 통신문을 번역하며 살아가다가 1935년에 세상을 떠났다. 사후 그의 방에 있던 ‘궤짝’에서 발견된 방대한 양의 산문과 시 원고가 출판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이명(異名)으로 글을 써서 복수의 자아를 추구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산문집 『불안의 서』와 『페소아와 페소아들』, 시집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가 소개되어 있다.

최경화

『포르투갈, 시간이 머무는 곳』 『스페인 미술관 산책』을 썼고 프라도미술관 등 스페인의 미술관과 유적지의 한국어 가이드를 번역했다. 현재 포르투갈에서 산다.

박소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상이론을, 싱가포르국립대학교에서 동남아시아학을 공부했다. 『갈색의 세계사』 『가난을 팝니다』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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